(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독일 BMW의 중국 사업 합작 파트너인 화천그룹(華晨集團·Brilliance China Automotive)이 유동성 위기를 못 넘기고 파산을 통한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
20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선양시 중급인민법원은 채권자인 자동차 부품사 뱌오즈(標志)가 화천그룹을 상대로 낸 파산 신청을 인용해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다. 화천그룹은 10월 하순 만기가 돌아온 10억 위안 규모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했고 이에 지난 11월 13일 채권자 중 한 곳이던 협력업체 뱌오즈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법원은 "화천그룹이 가진 자산이 모든 부채를 갚기에는 부족해 기업파산법에 따른 파산 원인이 존재하지만 구제 가치와 구제 가능성이 있어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있다"며 법인 청산 대신 법인을 유지시킨 채 구조조정을 하도록 했다.
법원은 법정관리인을 지정해 채권자들과 협의해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토록 할 예정이다. 법원이 최종 구조조정안을 승인하면 채권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채권을 부분적으로 돌려받거나 각자 채권을 주식을 전환해 화천그룹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화천그룹은 파산의 영향을 받는 것은 독자 브랜드를 운영하는 모회사에 국한되며 BMW와 합작 법인인 자회사 화천바오마(華晨寶馬·BMW Brilliance Automotive)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화천그룹은 랴오닝성 정부가 80% 지분을 가진 국영 자동차 회사다. 195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저명한 중국의 토종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1992년 중국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화천그룹은 지주회사로서 직·간접적으로 화천중국(華晨中國), 화천바오마 등 4개 자호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력 독자 브랜드는 중화(中華)·화쑹(華頌)·진베이(金盃)다. 이와 별개로 BMW·르노와의 합작 브랜드인 화천바오마, 화천레이눠(華晨雷諾)가 각각 있다.
화천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독자 브랜드의 극도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토종 기업과 중외 합작 기업, 외국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화천그룹의 주력 브랜드인 중화는 올해 들어 한 달에 겨우 500대를 팔 정도로 실적이 부진했다.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부의 뒷받침을 받는 대형 국유기업들까지 잇따라 회사채를 막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중국 경제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화천그룹 외에도 중국의 유망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이 지난 17일 만기가 돌아온 13억 위안(약 2천19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냈다. 최근 허난성의 국영 광산 회사인 융청(永城)석탄전력도 지난 10일 10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 디폴트를 냈다.
중국이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따라 통화 완화 정책의 강도를 낮추는 "출구 전략"을 본격화하면 경기 부양 정책의 영향으로 지연됐던 한계 기업들의 디폴트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 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110건에 걸쳐 총 1천263억 위안(약 21조3천억원)으로 연말까지 작년(184건, 1천494억 위안)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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