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625마력 내는 V8 트윈파워 터보 엔진 탑재
-차의 성격 극단적으로 바꾸는 M x드라이브 인상적 슈퍼세단 시장은 소리 없는 전쟁터와 같다.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브랜드의 열정과 투자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자사의 볼륨 차종을 바탕으로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만큼 기술력과 존재감을 동시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카 보다는 합리적인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운전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꼽는 BMW 역시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오랜 시간부터 고성능 브랜드 M을 바탕으로 세단을 만들어왔고 최근에는 M340i, M550i, M760i 등 M배지의 영역도 넓히는 중이다. 그리고 마침내 또 하나의 M 세단이 등장했다. 이름만 들어도 매니아들을 설레게 할 M5가 주인공이다. 출력을 끌어올리고 하드코어 성격을 더한 M5 컴페티션이 이달 초 국내 공식 출시했다. 슈퍼세단의 기준을 새롭게 내리고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BMW의 야망이 실현될지 직접 트랙을 주행하며 확인해 봤다.
▲성능 M5 컴페티션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건 시간 낭비다. 바로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었다. 빨간색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우렁찬 소리를 토해낸다. V8 4.4ℓ M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25마력으로 일반 M5보다 약 25마력 강해졌다. 최대토크는 76.5㎏·m에 이른다.
여기에 8단 M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단 3.3초에 불과하다. 또 후륜구동 또는 사륜구동으로 완벽히 전환 가능한 M x드라이브 덕분에 극한의 운전 재미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다.
첫 바퀴는 타이어를 예열하고 차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천천히 달렸다. 차는 부드럽고 차분하게 가속을 이어나갔고 깔끔한 핸들링으로 만족을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차는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했다. 여기에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심박수가 빨라진다. 재빨리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돌리고 주행을 이어나갔다.
M 모드 버튼을 이용하면 차의 특성을 간편하게 변경할 수 있다. 로드(Road)는 일반 도로 주행에 초점을 맞춰 모든 전자장비를 활성화한다. 스포츠에서는 일부 전자 장비가 해제되며 운전자가 기어 변속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엔진 회전수와 변속 시점이 계기반에 확대 표시된다. 트랙은 모든 감각을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어장비와 음악,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이 일제히 비활성화된다.
트랙 모드까지 가지 않아도 차는 충분히 진가를 발휘한다. 스포츠 모드에서 소리는 한층 풍부해지고 엔진 회전수는 널뛰기하듯 춤을 춘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은 돌처럼 단단해지는데 빠르게 달리는 트랙에서는 믿음직스러운 감각이다.
네바퀴굴림이 기본이지만 처음 탔을 때는 빠른 핸들링과 강한 출력 탓에 뒤꽁무니가 중심에서 멀어지는 오버스티어를 일으키게 된다. 조금만 지나면 빠르게 적응해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끌어내 운전이 즐거워진다. 견고한 섀시와 자연스러운 차체 균형 덕분이다.
뒤가 살짝 흐르는 것 같다가도 차는 재빨리 자세를 고쳐 잡고 맹렬히 달린다. 여기에는 M x드라이브가 환상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M x드라이브는 기호에 맞게 4WD와 4WD 스포츠, RWD로 바꿀 수 있다. 4WD는 유쾌한 즐거움과 짜릿한 스릴 사이를 줄타기하며 운전자에게 희열을 준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진 고성능 타이어의 접지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주는 조력자인 셈이다. 반대로 4WD 스포츠는 적극적인 후륜 반응으로 스티어링 휠 조작에 즐거움을 안겨주고 RWD는 날 것 그대로의 성격을 전달하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각각의 성격 차이가 분명해 완전히 다른 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다채롭다.
코너 탈출 후 직선 도로를 만나면 차는 로켓처럼 튀어나간다. 엔진회전수는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언제든지 쉽게 올라간다. 7,000rpm 부근에서 변속이 이뤄지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레드존 구간인 8,000rpm 부근에서 만족도가 가장 크다. 절정에 올랐을 때 변속을 진행하면 부서질듯한 강한 소리를 내며 팝콘이 터지고 운전자에게 더 밟으라고 채찍질한다.
차는 매섭게 달려 순식간에 수 백미터에 이르는 직선로 끝 지점에 마주한다. 앞 400㎜, 뒤 380㎜ 직경의 디스크가 적용된 M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경주차 수준으로 차를 멈춰 세운다. 날카로운 아이젠을 신고 얼음바닥을 내려찍는 듯한 감각이다. 가속과 제동, 굽이치는 코너 공략 후 다시 가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평소 알고 있던 물리력은 전부 무시한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운전자에게 극한의 재미를 보장한다.
▲디자인&스타일 트랙에서 날뛰는 슈퍼 세단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 패독으로 돌아왔다. 이후 흥분을 가라앉히자 차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M5 컴페티션은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M 제품 특유의 스포티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뤄 더욱 강렬한 느낌을 낸다. 앞에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연결한 M 전용 더블 스트럿 키드니 그릴과 다이내믹 매트릭스 빔 기능이 추가된 "L"자형 BMW 레이저 라이트가 들어갔다.
옆은 살이 얇은 20인치 Y스포크 타입 휠과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S 타이어, 금색 M 브레이크 캘리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M카의 상징인 끊어져 있는 듯한 사이드미러와 핀 모양의 팬더 장식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윈도우 몰딩을 비롯해 크롬도금이 칠해져 있을 것 같은 부분은 전부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했다.
뒤는 3차원 리어램프와 함께 M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적용된 M 전용 트윈 테일 파이프, M 리어 스포일러를 적용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붕에는 탄소섬유로 제작한 카본파이버 M 전용 루프를 탑재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하고 무게중심까지 낮췄다. 컬러는 짙은 빨간색의 "모테기 레드 메탈릭"과 은은한 빛을 내는 "브랜스 해치 그레이", 짙은 계열의 "마리나 베이 블루" 등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컬러를 포함 총 5가지로 제공된다.
실내는 레드 컬러의 스타트 버튼과 M 전용 다기능 스티어링 휠, M 스포츠 시트, M 시트 벨트 등이 기본이다. M 전용 디지털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완벽한 스포츠 드라이빙을 지원한다. 센터터널 주변도 인상적이다.
M 전용 변속 레버와 검빨 조합의 버튼이 운전 욕구를 키운다. 5시리즈 라인업 중에서도 최상위 트림인 만큼 편의 및 안전 품목은 풍부하다. 커다란 와이드 터치스크린을 바탕으로 통풍시트와 휴대폰 충전패드, 무선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오토, 디지털 키,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안전 품목으로는 한층 진보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들어간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어시스트,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이 조화를 이뤄 더욱 정교하고 정확한 반자율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주변 교통상황을 계기반에 3D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기능도 추가돼 주변 환경을 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차의 존재감을 높여주는 감각적인 시트는 2열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다. 두툼한 가죽과 컬러 조합, 우드 트림 사이로 빛을 내는 무드등은 실내 감성을 높여준다. 트렁크는 일반 5시리즈와 동일한 530ℓ이며 2열을 접으면 부피가 큰 짐도 손쉽게 넣을 수 있다.
▲총평 BMW M5 컴페티션은 슈퍼세단의 가치와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차다. 무르익은 파워트레인 완성도와 깊은 울림을 전달해주는 주행 감각, 이 모든 게 조화를 이뤄 도로 위에서 화려한 그림을 그려낸다. 여기에 최적의 균형감을 바탕으로 운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또 똑똑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무기로 625마력의 힘을 아낌없이 흩뿌릴 수 있는 자신감도 심어준다.
전투기 조종석을 떠올리는 계기판과 헤드업디스플레이, 사치품에 가까운 스포츠 버킷 시트와 변속레버, M 스티어링 휠은 덤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짜릿함을 2열 탑승자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으며 동시에 유모차와 골프백, 접이식 자전거도 넣을 수 있다.
M5 컴페티션은 다재 다능한 슈퍼세단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유혹은 치명적이고 여운은 상당히 오래간다. BMW가 만든 새 M카는 호화롭고 강력한 자세로 M 브랜드 역사에 남을 또 한번의 도약을 이뤘다. 국내 판매 가격은 1억6,12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시승]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몸짓, 카이엔 쿠페 터보▶ [시승]시공간을 뛰어넘는 능력, 메르세데스-AMG G63▶ [시승]시대가 원하는 쉐보레 RV 3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