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한국계 레이서가 역대 처음으로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데뷔를 눈앞에 뒀다. 주인공은 한국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윌리엄스 레이싱팀의 리저브 드라이버 한세용(25·영국명 잭 에이킨)이다.
윌리엄스 레이싱팀은 2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한세용이 이번 주말 F1 사키르 그랑프리에 니콜라스 라티피와 함께 출전한다"라며 "한세용은 메르세데스팀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조지 러셀의 빈자리를 대신한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세용은 현지시간으로 5∼6일 바레인 사키르의 바레인 인터내셔널 서킷(3.543㎞·87랩)에서 열리는 2020 사키르 그랑프리에 윌리엄스 레이싱팀의 드라이버로 출전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역대 F1 무대에서 한국인은 물론 한국계 선수가 드라이버로 나서는 것은 한세용이 처음이다.
한세용의 "깜짝" F1 데뷔는 루이스 해밀턴(영국·메르세데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때문이다. 해밀턴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자 메르세데스팀은 윌리엄스팀의 드라이버 조지 러셀(22·잉글랜드)을 임시로 영입해 사키르 그랑프리에 투입하기로 했다. 러셀이 메르세데스팀으로 잠시 떠나게 되자 올해 윌리엄스팀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영입된 한세용이 러셀의 공백을 메우는 "대타" 역할을 맡게 됐다.
시즌 중에 드라이버가 임시로 다른 팀에서 뛰는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속사정이 있었다. 러셀은 2017년부터 메르세데스팀이 키워왔던 차세대 드라이버로 GP3와 포뮬러투(F2)를 석권한 뒤 지난해부터 F1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메르세데스팀에는 해밀턴과 발테리 보타스(핀란드)의 강력한 라인업이 구축된 상태여서 메르세데스팀은 러셀의 재능을 키워주는 차원에서 2019년 윌리엄스팀에 입단시켰다. 윌리엄스팀은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엔진을 공급받고 있는 터라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러셀을 영입했다.
이런 가운데 해밀턴이 코로나19로 사키르 그랑프리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메르세데스팀은 러셀의 "임시 이적"을 부탁했고, 윌리엄스팀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세용도 F1에 나서는 기회를 잡게 됐다.
한국계 영국인인 한세용은 7살 때 카드에 입문하면서 드라이버의 꿈을 키웠다. 잭 에이킨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자신의 트위터 계정의 이름에 "Jack Aitken - 한세용"이라고 한글 이름을 사용할 만큼 "한국 혈통"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2015년 포뮬러 르노 2.0 알프스 시리즈에서 시즌 챔피언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대회는 F1 진출을 꿈꾸는 차세대 레이서들의 등용문이다.
한세용은 2017년 GP3 시리즈에서 랭킹 포인트 2위에 올랐고, 2018년에는 F2 챔피언십에 데뷔한 뒤 지난해 5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F2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한세용은 올해 윌리엄스팀으로 이적해 러셀과 라티피의 뒤를 받치는 리저브 드라이버이자 테스트 드라이버 역할을 맡아오다 이번에 F1 데뷔 기회를 얻었다.
한세용은 윌리엄스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말 F1에 데뷔할 수 있게 돼 아주 기쁘다. 러셀이 기회를 잡은 것 역시 행복하다"라며 "올해초 윌리엄스팀에 합류했을 때 집에 온 것처럼 편하다고 느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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