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양산형 4족 보행 로봇 "스팟" 공개하고 시연 진행
-로봇 기술 활용해 개발과 생산, 자율주행 기술 적용 현대자동차가 지난 17일 기자들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으로 불렀다. 하지만 여느 행사처럼 1층 로비에는 신차 공개를 위한 무대나 자동차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2대의 4족 보행 로봇이 늠름하게 자리를 지키며 기자들을 맞았다. 이날은 최근 현대차가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제품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스팟"으로 명명한 4족 보행 로봇이 걷거나 뛰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며 현대차가 나아가고자 하는 비전과 방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와 메사추세츠 공과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 대표가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한 회사다. 꾸준히 로봇 개발에 전념했고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 하버드 대학교 등과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인 빅 도그를 선보였다. 이후 리틀 도그, 치타, 스팟, 아틀라스, 픽 등의 다양한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3년 구글에 이어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다. 이달 초에는 현대차가 전체 지분의 80%를 소유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마쳤다. 회사는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인수"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선보인 로봇은 작년 양산형으로 개발한 뒤 일부 시장에 시범 공급 중인 제품이다. 1대당 약 1억원의 비싼 몸값을 자랑하며 국내의 경우 제도 및 각종 규제 지연으로 인해 렌탈 방식으로 들여왔다. 동물 관절과 유사한 네 개의 다리가 마치 강아지를 보는 듯하다. 실제로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스팟은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을 내 집처럼 누볐다. 자유자재로 걸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훔쳤고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피하며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과정도 매끄럽고 자세를 낮추거나 제자리에서 뛰기, 양쪽 다리를 교차하며 퍼포먼스도 보여줬다.
실제 동물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 핵심 기술은 자동차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이다. 여기에 균형을 감지하고 유지시켜 주는 각종 센서가 실시간으로 노면 상황을 분석해 자연스러운 이동을 돕는다. 이를 바탕으로 스팟은 위험성이 높은 건설 등 산업 현장이나 연구개발 단계, 그리고 구호활동이 필요한 험지 및 재난 현장 등에서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기술 개발에 큰 보탬이 예상된다. 크게는 기계적 구조를 바탕으로 실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로봇의 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균형과 인지, 장애물 회피 등 스팟이 갖고 있는 축척 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로봇 자체를 가지고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터널이 무너지거나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갖고 있던 스팟이 트렁크에서 나와 신고를 하거나 영상을 찍어 전송하는 등 도울 수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스팟을 하나의 모빌리티이자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며 "자동차 개발은 물론 생산 과정 또는 미래 양산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런 행보는 자동차 회사가 더 이상 제조를 기반으로 한 신차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기술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고 폭넓은 이동의 영역을 보여주기 위한 초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 평화로운 삶이 보장되는 "인류를 위한 진보"를 목표로 도전 중인 현대차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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