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점 찾아 큰 변화 거친 부분변경
-크기와 공간 활용, 반자율주행 기능 돋보여 쌍용자동차 플래그십 SUV 렉스턴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7년 출시 이후 3년만에 바뀐 부분변경 제품이다. 하지만 그 사이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 신차가 쏟아졌고 무한 경쟁 시대가 시작됐다. 대형 SUV의 경우 폭발적으로 늘어난 선택지로 입지가 더 좁아졌다. 여기에 쌍용차는 모기업 지원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까지 겹치면서 신형 렉스턴의 상품성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SUV 명가" 쌍용차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브랜드의 위상을 지켜준 제품답게 렉스턴을 앞세워 신의 한수를 뒀다. 탄탄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고삐를 쥐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G4"에서 "올 뉴"로 차명 자체를 바꾼 것만으로도 큰 폭의 변화를 예고하는 회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과연 신형 렉스턴이 회사를 위기에서 기회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 봤다.
▲디자인&스타일 부분변경 제품답게 크기는 그대로다. 길이 4,850㎜ 너비와 높이는 각 1,960㎜, 1,825㎜로 여전히 큼직한 덩치를 자랑한다. 여기에 지상고가 높고 고정식 발 받침대를 추가해 더욱 커 보이는 효과를 준다. 신형의 가장 큰 특징은 파격적인 앞모습이다.
기존 렉스턴과는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큰 변화를 거쳤다. "다이아몬드 셰이프"로 불리는 새 라디에이터 그릴은 면적이 넓고 수직으로 떨어져 존재감을 키운다. 이와 함께 덩어리째 절삭 가공된 라디에이터 프레임이 견고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또 방패 형상의 패턴을 그릴 내부에 배열하고 크롬 소재로 포인트를 줬다. 듀얼 프로젝션 타입의 풀 LED 헤드램프도 특징이다. 각을 살리고 "ㄷ"자 주간주행등을 추가해 인상이 달라졌다. 여기에 각 요소들이 레이어드 구조를 이루며 입체감을 연출한다. 패턴의 크기를 조정하고 곡률에 따라 정교하게 배치해 전면부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옆은 면적이 넓은 20인치 크롬 휠이 시선을 이끈다. 앞뒤 펜더에 강조한 캐릭터 라인은 역동성을 드러내고 널찍한 D 필러가 대형 SUV 임을 알게 해준다. 사이드미러 아래쪽에는 사륜구동을 뜻하는 4트로닉 배지도 넣었다. 뒤는 가로로 배치된 T 형상의 리어램프가 핵심이다.
램프 속 구성만 바꿨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여기에 트렁크 가운데에 붙은 렉스턴 레터링은 그대로지만 G4 엠블럼을 과감히 삭제해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다. 뒷 범퍼는 방향지시등과 후방반사등 디자인을 단정하게 다듬어 안정감을 나타냈다. 루프스포일러 일체형 보조제동램프와 리어범퍼의 듀얼 테일파이프 장식도 세련된 이미지를 높인다.
실내는 기존 정갈한 센터페시아 구성을 바탕으로 몇 가지 상징적인 요소의 변화가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스티어링 휠이다. 정통 SUV의 멋을 살린 4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휠은 더블다이아몬드 스티치와 D컷으로 포인트를 줬다. 다만 기본적으로 휠에 붙은 버튼은 크기가 작아 아쉽다.
계기반은 화려한 그래픽으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는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로 변화했다. 기본적인 주행데이터는 물론 내비게이션 경로와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 운전자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한다. 선호에 따라 테마를 3가지 모드로 지원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
커다란 모니터와 직관성이 좋은 공조장치는 동일하다. 반면 센터터널은 새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먼저 앞에는 휴대폰 무선충전패드를 달았다. 크기가 넓고 깊이가 깊어 안정적인 충전이 가능하다. 변속레버는 최근 흐름에 맞춰 전자식으로 변경했고 운전석 쪽으로 위치를 조정했다. 뒤에는 주행모드와 오토홀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등을 다룰 수 있는 버튼이 모여있다. 파트타임 사륜구동 다이얼도 고급스럽게 마감돼 있으며 컵홀더 배치를 세로 형태로 변경하고 덮개를 추가해 깔끔한 인상을 더한다.
나파가죽 시트와 투톤 컬러 조합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격자무늬 스티치가 각 패널 사이에 적절히 들어가 품질을 높이며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과 파노라마 썬루프 등도 감성을 극대화한다. 또 뒷자리 탑승자를 위한 후석 대화모드&취침모드가 신규 적용돼 운전석 마이크를 통해 운행 중에도 편안하게 대화가 가능하다. 후석 스피커 출력을 제한함으로써 단잠을 방해받지 않는다.
2열은 대형 SUV의 특징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시트는 베이스와 볼스터(어깨를 감싸는 측면부) 사이즈를 키우고 높이를 조절해 착좌감을 개선했다. 여기에 최대 139도까지 눕힐 수 있는 등받이 각도는 높은 수준의 안락함을 누릴 수 있다. 2열 탑승자를 위한 전용 송풍구와 2개의 USB포트, 12V 파워아울렛도 장거리 여행 시 유용한 기능이다.
트렁크는 기본 820ℓ를 제공한다. 쉽게 말해 골프백을 가로로 4개까지 수납할 수 있는 크기다. 이와 함께 2열 폴딩 시 1,977ℓ로 확장된다. 2단 러기지 보드를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변형 가능하며 2열 더블 폴딩 시에는 더욱 넓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차박은 물론 웬만한 레저 용품을 싣기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공간이다.
▲성능 신형 렉스턴은 4기통 2.1ℓ 디젤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를 발휘한다. 구성은 같지만 소프트웨어 조정을 거쳐 각 15마력과 2.0㎏·m 높아졌다.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일상영역(1,600~2,600rpm)에서 최대토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효율은 복합 기준 11.6㎞/ℓ로 10% 높아졌다.
시동을 걸면 디젤차 특유의 진동과 소리가 느껴지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주행을 시작하면 금세 사라진다. 발진 가속을 포함해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여유롭다. 급하게 바늘을 튕기거나 박진감을 연출하지는 않는다. 적절히 힘을 내고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욕심을 부려서 밀어붙이면 버거워하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부족함을 찾기 힘들다.
엔진 자체가 주는 성능보다도 속도를 오르내리는 과정에서의 만족이 더 크다. 여기에는 변속기의 힘이 컸다. 기존 7단에서 현대 파워텍이 만든 신규 8단 자동변속기로 바꾼 덕분이다. 다단화를 통해 변속감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폭넓은 기어비로 주행 시 효율적인 엔진회전수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정숙성도 좋아졌다. 변속기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기존 렉스턴보다 두 단계 올라간 주행질감을 구현한다.
이와 더불어 신규 적용한 랙 타입(R-EPS) 스티어링 시스템은 거구를 쉽게 다룰 수 있게 도와준다. 저속에서는 가벼운 회전질감으로 조작 시 부담을 줄여주고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묵직해져 믿음을 키운다. 정직한 핸들링에 자신감이 생겨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로 향했다. 과감하게 코너를 진입하자 살짝 무게중심이 무너진다. 높은 무게중심과 시트포지션때문에 과격하게 차를 몰아붙이는 건 무리이다. 물론 대형 패밀리 SUV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운전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단점으로 볼 수는 없지만 하체 세팅을 조금 더 탄탄하게 조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대로 고속 크루징에서 도움을 주는 주행안전 보조 시스템은 제법 유용하게 사용했다. "딥컨트롤"이라고 부른 쌍용차 주행보조 패키지는 일반형부터 긴급제동보조(AEB)와 차선 유지보조(LKA), 앞차 출발 알림(FVSW), 부주의 운전경보(DAW), 안전거리 경보(SDW), 스마트하이빔(SHB)을 기본으로 넣었다. 무엇보다도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차로 중심으로 주행하는 IACC는 일반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제어를 보여줬다.
프레임 보디 특유의 승차감은 남아있다. 거친 노면을 달릴 때 충격을 바닥 프레임에서 온전히 흡수하면서 드러나는 감각이다. 다만 전륜 더블위시본, 후륜 어드밴스드 멀티링크 서스펜션 조합으로 승차감을 크게 개선했다. 이 외에도 엔진룸과 휠하우스 등에 적용한 흡차음재, 일정한 제동력을 제공하는 브레이크 시스템 등이 맞물려 신형다운 주행 퀄리티를 보여준다.
사륜구동은 평소 뒷바퀴로 차를 구동해 승차감과 연비 중심의 운전을 한다. 이후 노면 상태와 운전자 판단에 의해 사륜 하이 및 로우 모드를 선택해 구동력을 높일 수 있다. 새롭게 적용한 차동기어 잠금장치의 도움을 받아 험로 탈출도 수월해졌다. 견인능력은 최대 3톤이며 트레일러 움직임을 감지해 구동력과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을 추가했다.
▲총평 신형 렉스턴은 전방위 변화를 거쳐 부분변경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과 세련된 구성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불편했던 부분을 찾아 적극적으로 개선한 결과값이 훌륭하다. 여기에 다재다능한 2열과 광활한 트렁크 공간은 대형 SUV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합한다.
파워트레인 다변화가 살짝 아쉽지만 탑승자 모두에게 고른 만족을 유도하는 차의 컨셉트 상 치명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신형으로 오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주행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좋은 결과로 반영돼 매력을 극대화한다. 큰 차에 대한 로망을 실현 시켜주고 브랜드 플래그십 제품이 보여줄 수 있는 풍부한 상품성을 모두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괜찮은 선택이다.
가격은 럭셔리 3,695만원, 프레스티지 4,175만원이며 스페셜 제품인 더 블랙은 4,975만원으로 책정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시승]고급스러운 LPG SUV, 르노삼성 QM6 LPe▶ [시승]짜릿한 순간의 연속, BMW M8 컴페티션▶ [시승]스타일 챙긴 SUV, 아우디 Q3 스포트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