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SUV 디자인에 실용성은 MPV, 혼다 파일럿

입력 2021년01월0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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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장 노하우 익힌 일본산 7인승 SUV 
 -넉넉한 공간, 실용성 및 편의품목 돋보여

 대형 SUV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커다란 크기에서 오는 여유로운 공간을 1순위로 꼽는다. 이와 함께 실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편의 및 안전품목을 따져보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MPV 성격의 미니밴을 선택지에 놓고 비교하는 경우가 생긴다. 박스카 형태의 MPV만큼 필요 요건을 충족하는 차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SUV 특유의 높은 차고와 듬직함이 떨어지는 건 다소 아쉽다. 

 이처럼 대형 SUV와 MPV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를 위한 적절한 대안이 있다. 바로 혼다가 만든 7인승 SUV 파일럿이 주인공이다. 파일럿은 세그먼트가 보여줄 수 있는 당당한 자세를 갖추면서도 실내는 MPV 못지않은 실용성을 지녔다. 각각의 장점만 골라서 만든 차답게 여러 상황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또 21년형으로 오면서 몇 가지 편의품목도 추가돼 소비자 만족을 높였다. 파일럿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스타일
 외관은 남성다운 이미지를 풍긴다. 부드러운 곡선보다는 날카롭게 각을 살린 캐릭터라인 덕분이다. 전면부는 가로로 길게 뻗은 크롬 도금으로 시선이 쏠린다. 합을 맞추는 헤드램프 역시 큼직하고 화려하다. 거대한 혼다 로고 안에는 레이더 및 라이다 센서를 집어넣었다. 

 이 외에도 여러 조각으로 모양을 파 놓은 앞범퍼는 안개등과 방향지시등이 자리 잡았다. 옆은 5m가 넘는 거대한 차체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다. 3열까지 시원스럽게 뚫린 유리창과 노트 한 권 크기와 맞먹는 사이드미러 크기도 특징이다. 21년형으로 오면서 고정식 사이드스텝이 추가됐다. 위아래로 크롬도금을 씌워 포인트를 줬다. 245㎜50R/20 타이어와 20인치 휠은 조합이 꽤 마음에 든다. 무지막지하게 크기만 큰 요즘 차들과는 선을 긋는다. 세련미를 살린 디자인과 함께 연석에 휠을 긁을 걱정도 없다. 뒤는 가로와 세로를 적절히 섞은 테일램프가 독특한 인상을 준다. 방향지시등은 기존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었고 후진등 위치도 트렁크 안으로 옮겨 달았다. 반대로 뒷범퍼는 상대적으로 단정해졌고 크롬선과 은색 장식을 덧붙여 멋을 살렸다.

 실내는 균형 잡힌 모습으로 안정감을 준다. 수평으로 길게 뻗은 대칭 형태의 센터페시아가 한몫했다. 여기에 턱이 낮은 센터터널과 버튼식 변속기는 시각적으로 더욱 넓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특히 변속기의 경우 버튼의 모양과 굴곡이 달라서 촉각만으로도 바로 레인지를 알 수 있다. 내 차로 다룬다면 사용하기 상당히 편리한 구성이며 섬세한 배려에 감동이 넘친다. 이 외에 투톤 컬러와 적절히 섞은 유광 블랙 패널의 조화도 기대 이상이다. 

 반면 전장장비는 다소 아쉽다. 나름 최신 흐름에 맞춰 챙겨 넣은 모습이지만 구현이 깔끔하지 못하다. 디지털 계기판은 숫자와 단어 사이 간격이 좁아 가독성이 떨어진다. 터치스크린은 크기가 작고 기본적인 기능 외에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 CD플레이어가 있다는 점도 요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구성이다. 

 단점은 여기까지다. 이제부터는 매력 포인트를 짚어볼 시간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탑승자를 위한 기능들이다. 공조장치의 경우 2열 전용 버튼을 따로 마련했다. 또 스크린 조작을 통해 2열 탑승자와 대화를 할 수 있고 천장에는 선글라스 케이스 안쪽에 볼록 거울을 붙여 3열까지 단번에 확인 가능하다. 노하우가 돋보이며 MPV 부럽지 않은 기본기를 갖췄다.

 2열은 독립식 시트가 기본이다. 가운데에는 별도의 컵홀더와 수납함을 마련했다. 사이를 통로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뜻인데 그도 그럴 것이 3열 탑승은 대부분 도어 뒤쪽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2열 중앙에는 편의 장치를 추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3열 입구는 손쉽게 만들어진다. 2열 독립시트 옆과 뒤에 위치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알아서 접히고 앞으로 밀려 공간을 만든다. 꽤 넓은 출입구가 나와서 타고 내릴 때 불만이 없다. 천장에 붙은 틸팅 모니터와 전용 선루프는 덤이다.

 3열은 적당하다. 구색 갖추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성인도 앉아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수준이다. 넓은 수납함과 전용 송풍구, 큼직한 창문 덕분에 갇혀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다만 낮은 바닥면으로 무릎이 꺾이는 자세가 부자연스럽다. 공간을 고려한 3열 SUV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공간 활용은 독보적이다. 여러 단계로 나눠 수납함을 마련한 도어 트림은 물론 콘솔박스는 큰 상자를 보는 듯하다. 2열에만 6개의 컵홀더가 있으며 벤티 사이즈 커피잔도 충분히 들어갈 크기를 자랑한다. 트렁크는 3열을 모두 펼쳐도 제법 여유로운 공간이 나오며 바닥이 깊어 쓸만하다. 또 완벽한 풀플랫을 제공해 짐을 넣거나 차박을 즐기기에도 손색없다. 

 ▲성능
 동력계는 V6 3.5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m의 힘을 발휘한다. 효율은 복합 기준 8.4㎞/ℓ(도심: 7.4㎞/ℓ, 고속도로: 10.0㎞/ℓ)다. 

 시동을 걸면 부드럽게 엔진이 돌면서 고요하게 등장을 알린다. 가속페달 반응도 매끄럽다. 커다란 덩치를 잊게 할 정도로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자연흡기 엔진이 줄 수 있는 장점을 명확하게 누릴 수 있다. 언제든지 원하는 순간에 성능을 발휘하고 터보렉 같은 답답한 느낌은 받을 수 없다.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대배기량 엔진이지만 강한 성능을 쉽게 느끼기는 힘들다. 초반에 토크가 뿜어져 나오거나 역동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전혀 단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풍부한 출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더 마음에 든다. 탑승자 모두에게 안락한 주행감성을 전달할 수 있어서다.

 그만큼 파일럿은 스티어링 휠을 자주 돌려야 하는 와인딩로드 보다는 고속 주행에서 매력이 크다. 이와 함께 혼다의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이 탑재돼 있어 안전하고 편리한 주행이 가능하다. 기술 구현은 완성도가 높지만 주행 상태를 보여주는 계기판 속 그래픽은 별로다. 크기가 작고 한쪽에 몰려있어 보기 불편하다. 고속도로를 오랜 시간 주행하면서 줄어드는 피로도로 위안을 삼아본다.

 9단 자동변속기는 효율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7~9단은 항속기어 성격이 강하고 일상 주행에서는 6단 안에서 대부분 끝난다. S모드로 바꾸거나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엔진회전수가 튀는 예민한 반응은 거의 없다. 조금 더 많은 스로틀 양을 가지고 반듯하게 질주할 뿐이다. 에코와 컴포트에서는 상관없지만 적어도 S모드에서 만큼은 변속 시점을 앞으로 바짝 조였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반대로 정숙성과 고속 안정성은 차의 크기를 감안할 때 좋은 실력을 보여줬다. 신형 파일럿에는 어쿠스틱 글래스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흡차음재 범위를 키워 불필요한 소음을 잡았다. 이와 함께 무게중심을 낮추고 하체 세팅이 탄탄해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총평
 혼다 파일럿은 미국 땅에서 얻은 실력을 바탕으로 일본차 특유의 섬세함을 버무려 만든 대형 SUV다. 그 결과 차고가 높고 존재감이 상당한 세그먼트임에도 불구하고 실용성과 내구성, 탄탄한 완성도를 갖췄다. 단순히 크기만 키우고 광활한 실내공간만 연출하는 3열 대형 SUV와는 선을 긋는다. 

 차에 들어가 시트에 앉는 과정부터 물건을 수납하고 편의 기능을 즐기며 편안한 이동을 돕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노하우가 묻어있다. 운전자는 물론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탑승자까지 챙기는 배려심 가득한 SUV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021년형 혼다 파일럿은 "엘리트"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며 컬러는 화이트, 메탈, 블랙 총 3가지이다. 가격은 이전과 동일한 5,9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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