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와 플래그십 결합한 특징 돋보여
-차분하고 안정적인 가속감 일품
BMW 6시리즈 GT를 다시 마주했다. 지난해 가을 국내 출시 행사장에서 잠깐 얼굴을 마주한 뒤 두 번째 만남이다. 이번에는 시간도 여유로워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겉과 속을 조목조목 따져보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삶 속에서 활용 가능한 부분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진한 매력을 드러냈고 이름에 걸맞은 운동 성능과 주행 감각을 앞세워 운전자에게 믿음을 줬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주행 실력
시승차는 6시리즈 GT 중에서도 최상위 트림인 640i다. 직렬 6기통 3.0ℓ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을 넣어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5.3초이며 최고속도는 250㎞/h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가 맞물려 힘을 땅에 전달한다.
시동을 걸자 차는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등장을 알린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에 맞춰 고요하게 깨어날거라는 예상이 완벽히 빗나갔다. 이내 시간이 흐르자 엔진회전수를 아래로 떨어트리고 조용하게 몸을 낮춘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은 매끄럽다. 터보차저 특유의 지연현상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스로틀을 여는 순간부터 속 시원하게 앞으로 내달린다.
340마력의 출력을 손실 없이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일등공신은 변속기다. 단수를 오르내리는 시점이 정확하고 운전자가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게 재빠르게 실행에 옮긴다. 빠르게 재가속에 들어가도 좀처럼 허둥대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만큼 패들시프트를 활용하면 운전 즐거움은 배가 된다. 운전자가 원하는 의도에 맞춰서 순식간에 rpm을 바꿔가며 출력을 적극적으로 다룬다.
똘똘한 파워트레인과 합을 맞추는 각 요소들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BMW 라인업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안락하고 소프트한 주행 감성을 보여준다. 7시리즈와 동일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GT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그 중에서도 서스펜션 반응이 두드러진다. 도로 위 잔진동을 거르는 능력은 수준급이지만 차선을 변경하거나 빠른 속도로 코너를 통과할 때는 여유롭게 몸을 눕힌다. 물론 미국산 대형차와 비교하면 여전히 탄탄한 모습이지만 적어도 절도 있게 꺾이던 BMW의 감각을 기대했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다.
스티어링휠 반응도 차분하다. 조급하고 건조하게 몸을 틀지 않는다. 넉넉한 길이와 거대한 차체 사이즈를 바탕으로 우아하게 포물선을 그릴 뿐이다. 5시리즈와 비교해도 완전히 다른 감각이며 오히려 7시리즈에 가까운 부드러운 회전을 보여준다. 이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차가 가진 성격을 생각하면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탑승자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 차는 단거리 스프린터 보다는 장거리 크루징에서 빛을 발휘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이 한몫한다. 액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 어시스트, 충돌회피조향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은 전 트림에 기본으로 채택했다. 작동이 복잡하지 않고 구현 시 그래픽 표시도 간결해 자주 사용하게 된다. 차선을 바로잡아주는 기술은 라이벌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침착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 운전자의 당황스러움을 최소화한다. 오랜 시간 손을 놓고 있으면 경고등과 함께 진동으로 주의를 알린다. 또 계기판을 통해 주변 차의 상태까지 표시한다.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 기술에 의지하며 편안한 크루징을 이어나갔다. 피로도가 크게 줄어들고 차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
▲안정된 비율, 넉넉한 품
촬영 장소에 도착한 뒤 겉을 살펴봤다. 얼핏 보면 이전과 비교해 바뀐 부분을 찾기 힘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심한 변화가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헤드램프의 구성이 독보적이다. "ㄴ"자 형태로 감싼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은 고급 크리스탈 조각을 보는 듯하다. 풀 LED 타입으로 상향등과 하향등 디자인도 다듬어 세련미를 키웠다. 적당한 크기의 키드니그릴은 굵은 크롬 도금을 감싸 일체형으로 바꿨다. 여기에 각을 살린 범퍼 디자인과 큼직한 공기흡입구는 한층 명확한 인상을 전달한다.
옆은 한눈에 봐도 큰 차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길이만 5m가 넘고 너비와 휠베이스는 7시리즈와 동일하다. 높이는 BMW 세단 라인업 가운데 가장 높다. 자칫 뚱뚱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전부 기우였다. 적재 적소에 그린 캐릭터라인과 날렵하게 뻗은 C필러가 안정감 있는 균형을 완성했다.
640i에 들어가는 살이 얇은 20인치 휠과 파란색 M 스포츠 브레이크, 크기가 상당한 타이어도 멋을 더한다. 반면 뒤는 다소 부담스럽다. 요즘 흐름과 맞지 않게 테일램프가 크고 트렁크 주름도 어색하다. 전자식 스포일러는 6GT와 별로 어울리는 구성이 아니다. 투톤 범퍼는 마음에 들지만 사각 배기구 크기가 작아 답답해 보인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들어간 실내는 한눈에 봐도 넓어 보인다. 전체적인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디지털 요소를 대거 추가해 보는 맛을 살렸다. 12.3인치 전자식 계기판과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BMW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이 대표적이다. 크기를 키운 덕분에 직관성이 좋아졌고 손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4존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가며 신용카드 형태의 디지털 키, 3차원 모형 디자인을 통해 주변상황을 계기판 중앙에 표시해 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등은 다루는 내내 유용하게 다가왔다.
공간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넉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1열과 2열 거주 공간이 쾌적하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의 질감과 버튼 몇 개로 조절 가능한 전동식 햇빛가리개, 리클라이닝 기능도 매끄럽다. 도어 안쪽과 콘솔 등 곳곳에 마련한 수납도 기대 이상이다.
트렁크는 기본 600ℓ이며 2열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800ℓ까지 넓어진다. 완벽한 풀플랫은 힘들지만 수긍 가능한 수준으로 반듯한 공간을 만든다.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박은 물론 반나절 나들이로 활용하는 차크닉(자동차+피크닉)을 즐기기에도 문제 없다. 실제로 촬영 중 급하게 용무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펼쳐놓고 차 안에서 일을 했다.
해치 형태로 활짝 열려 개방감이 뛰어났고 트렁크를 닫은 상태에서도 공간이 부족해 뒤척이거나 답답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바닥에는 별도의 유압 스프링을 추가한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어 보기 싫은 짐은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다. 6시리즈 GT의 숨은 진가가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이 외에도 SUV보다 트렁크 높이가 낮아서 물건을 넣고 빼기 한결 쉽다. 전동식 테일 게이트 및 컴포트 액세스 기능도 모두 기본 적용이다.
▲삶에 최적화된 그랜드 투어러
6시리즈 GT는 일상과 주말을 모두 소화하고 매 순간마다 제 역할을 거뜬히 해내는 만능 캐릭터다. 스타일 챙긴 쿠페형 디자인과 세단의 부드러움, SUV 못지 않은 실용성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부분변경으로 오면서 최신 BMW 편의 및 안전 기술을 대거 탑재해 만족을 높였다.
우수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차의 성격을 고려한 세팅도 꽤 마음에 든다. 5시리즈보다 차분하고 7시리즈보다는 탄탄한 움직임으로 운전 재미와 승차감을 적절히 조율했다. SUV보다 지상고가 낮아 한결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주며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이동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6시리즈 GT의 독주는 계속될 예정이다.
신형 6시리즈 라인업은 가솔린 트림 630i x드라이브와 640i x드라이브, 디젤인 620d와 620d x드라이브, 그리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630d x드라이브로 나뉜다. 가격은 620d 8,130만원~8,830만원, 630d 9,390만원~9,810만원, 630i 8,820만원~9,690만원, 640i 9,880만원~1억3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