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회 주행거리, 겨울철 20~30% 감소
-내연기관 및 수소차도 영하 기온엔 연비 하락 불가피
-정부, 저온 주행거리 향상 위해 인센티브 부여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상온 대비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급격히 떨어지는 전기차의 고질병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을 타야 한다는 의견과 장기적으로는 수소차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말 유독 전기차만 겨울철 연비가 급락하는 걸까. 답은 "NO"다.
전기차는 겨울이 되면 배터리 성능이 급감하는 특성이 있다. 전기차 대부분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한겨울에 기온이 떨어지면 전해질이 굳어 리튬이온의 이동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하면 주행가능 거리가 줄고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린다. 여기에 히터 등 전력을 추가로 사용하면 주행거리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전기차 운전자들은 겨울철만 되면 짧아지는 주행거리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히터도 가동하지 않고 패딩과 장갑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주행거리 사수 노하우"도 나온다. 무엇보다 평소 대비 자주 충전을 해야 하는 만큼 장거리 주행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차종마다 다르지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성능은 평소보다 약 20~30%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편을 줄이고자 전기차의 전비 비중을 상향하고 상온 대비 저온 시 1회 충전주행거리 비율이 높은 차에 인센티브 보조금을 더 부여하는 방식으로 성능 향상을 유도하고 있다.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 중에서는 현대차 코나가 90% 이상으로 가장 높다.
다만 겨울철 연비 하락이 전기차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동차 엔진 및 동력전달계통 초기온도는 마찰력의 차이를 유발한다. 온도가 낮을수록 마찰력은 증가되고 온도가 높을수록 마찰력은 낮아진다. 마찰력은 연비에 직결된다. 또한 엔진의 낮은 초기온도는 예열된 엔진대비 엔진의 연소효율을 악화시키고 냉각열손실을 증가시킨다. 실제 디젤과 LPG 차량의 연비 시험에 있어 온도가 미치는 영향 분석에 대한 연구 등을 찾아보면 디젤 엔진은 영상 22도 대비 영상 15도에서는 연비가 3%, 영하 7도에서는 12%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PG의 경우도 영상 25도에서는 ℓ당 효율이 12㎞에 달했지만 영하 5도 이하일 땐 ℓ당 9.4㎞로 약 30% 하락했다. 휘발유는 디젤이나 LPG보다 감소폭이 적긴 했지만 역시 외부 온도가 높을 때(29도) 효율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차도 예외는 아니다. 수소차 운전자들 역시 봄가을철 대비 겨울에는 주행거리가 20~30% 가량 줄어드는 데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수소차 운전자는 "평소에 ㎏당 주행거리가 잘 나오면 120㎞까지도 오르는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70㎞까지도 떨어진다"며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연비 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충전 장소나 시간에서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제조사들은 겨울철 주행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배터리 대신 전기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차량 난방에 활용하는 "히팅 펌프"나 실내 공기로 배터리를 가열해 배터리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용량 배터리와 전해질 자체를 고체로 바꾸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통한 개선 가능성도 고려되고 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주행거리가 급감하다보니 지레 겁을 먹고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충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주행거리 확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충전 거점 등을 미리 염두에 둔다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보완 시스템과 배터리 기술 향상으로 빠르게 극복 가능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