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으로 해석한 독창적인 디자인
-민첩한 핸들링과 탄탄한 서스펜션 인상적
푸조 플래그십 세단 508은 평소 알고 있던 기함들과 다른 성격을 지닌 차다. 쇼퍼드리븐에 목숨 걸지 않고 안락한 승차감이나 부드러운 감각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주행 완성도를 높이는 감각적인 자세로 플래그십을 새로 정의한다.
여기에서 크기와 가격, 세그먼트는 큰 의미가 없다. 나만의 길을 찾아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신형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선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다. 푸조만의 독특한 셈법과 진짜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508과 수백km를 같이 달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해답과 숙제도 얻을 수 있었다.
▲편견 지우고 시선 이끄는 스타일
플래그십이라고 해서 긴 차체와 커다란 덩치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508은 실제 길이 4,750㎜, 너비와 높이는 각 1,860㎜, 1,420㎜로 일반적인 중형 세단 수준이다. 차를 꾸미는 각 요소들도 개성이 가득하다. 세로로 길게 내려온 주간주행등과 매서운 헤드램프, 크롬 무늬로 포인트를 준 그릴이 대표적이다. 보닛 끝에는 차명을 세겼고 바로 아래에는 푸조 로고가 수직으로 자리잡았다. 범퍼는 상대적으로 차분하면서도 볼륨을 줬다.
옆은 늘씬하고 지붕선을 낮춰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한다. 새 차는 PSA그룹의 소형 및 중형차 모듈러 플랫폼 EMP2가 기반인 정통 5도어 패스트백이다. 이전 508과 비교해 35㎜ 높이를 낮추고 폭은 30㎜ 늘려 전형적인 "와이드 앤 로우"의 기조를 따랐다. 여기에 사이드미러와 창문 몰딩을 유광 블랙으로 칠하고 C필러에는 GT라인 뱃지를 추가했다. 18인치 휠과 235㎜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 타이어를 맞물려 차의 성격을 극대화했다.
뒤는 간결하면서도 참신한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입체적인 그래픽으로 보는 맛을 더한 테일램프와 양쪽 사이를 길게 이은 블랙 패널도 마음에 든다. 빛을 내는 부분은 LED타입이며 후진등은 범퍼에 붙어있다. 한쪽으로 몰아 넣은 배기구는 크기가 생각보다 크고 주변을 투톤으로 마무리했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가면 독특한 비주얼에 처음 말문이 막힌다. 핵심은 인테리어 기조인 아이콕핏이다. 운전석쪽으로 치우쳐진 센터페시아와 작은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 위에 붙은 계기판이 특징이다. 독창적인 구성으로 보는 맛을 더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전장장비도 강화해 화려한 볼거리와 편리한 조작을 돕는다.
배젤 두께가 상당한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다소 아쉽다. 변속레버 주변은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PSA 차들이 범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버튼들이 눈에 보이며 옆에는 깊은 수납함을 마련해 실용성을 챙겼다. 프랑스 차의 단점으로 꼽히던 컵홀더도 큼직하게 준비했다.
소재는 플래그십답게 부족함이 없다. 가죽과 타공을 적절히 두른 스티어링 휠, 피아노 블랙 패널 속에서 반짝 빛나는 은색 장식까지 깔끔하다. 질 좋은 가죽 시트는 독특한 무늬의 스티치를 추가해 화려함을 더한다. 특히 옆구리를 지지해주는 능력이 탁월해 멋과 기능을 동시에 챙겼다. 세분화된 마사지 기능과 적재적소에서 어둠을 밝히는 무드등은 덤이다.
2열은 등받이 각도가 살짝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무난하다. 무릎공간은 어느 정도 여유롭지만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한 덕분에 머리 위공간은 한계가 존재한다. 뒷 유리창 시야도 좁아 빛이 들어오는 면적이 넓지 않다. 편의 품목은 기본적인 컵홀더와 전용 송풍구, 2개의 USB 포트가 전부다. 반면 트렁크는 광활하다. 열리는 면적이 넓고 높이도 낮아서 짐을 넣고 빼기 쉽다. 2열을 폴딩하면 활용도가 더 높지만 풀-플랫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차박을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스포츠 세단
파워트레인은 2.0ℓ 블루HDi 디젤과 EAT8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m을 낸다. 푸조시트로엥의 자랑 중 하나인 효율은 복합 연비 기준 13.3㎞/ℓ(도심 12㎞/ℓ, 고속 15.5㎞/ℓ)를 확보했다.
시동을 걸면 디젤차 특유의 진동이 느껴진다. 출발 시 소음도 적잖이 실내로 들어온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다소 거슬리는 감각이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엔진은 평온을 찾는다. 특히 저속에서의 펀치력은 기대 이상이다. 페달을 밟자마자 힘차게 앞으로 나간다. 수치상 그리 높은 출력은 아니지만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굽이치는 코너에서는 푸조 508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매끄러운 핸들링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코너링 실력이 나오기 때문이다. 먼저 작은 스티어링 휠은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제 실력을 200% 발휘하며 운전 재미를 더한다. 절도 있게 각 잡고 돌아나가는 독일차의 성격과 정 반대다. 정확하게 방향을 틀지만 그 과정은 유연하면서도 부드럽다. 전륜구동 성격을 잊을 정도로 앞머리가 가볍고 탈출 시에도 좀처럼 언더스티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와 인딩 로드를 통과할수록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는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이 큰 도움을 줬다. 요철이나 불규칙한 도로를 만날 때 차를 온전히 잡아주고 깊은 코너에서도 최상의 그립을 제공한다. 완벽한 코너링 실력을 드러내는 일등공신인 셈이다. 이와 함께 낮은 시트포지션과 무게중심, 탄탄한 강성이 만나 전체적인 주행 완성도를 높였다.
즐거웠던 와인딩 주행을 마치고 다시 고속 크루징 영역에 차를 올려놓았다. 이 곳에서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적극 활용했다. 어댑티브쿠루즈컨트롤(ACC)과 차선중앙유지(LPA)등 필요한 기능을 알차게 조합해 안정적인 운전을 유도한다. 기술 구현은 무난하다. 크게 어설프거나 불안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의 정교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하고 큰 힘이 되며 장거리 주행 시 피로도가 크게 줄어든다.
▲특별한 유럽 세단을 원한다면 한번쯤
푸조 508은 플래그십 영역에 속하면서도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특별한 유럽차다. 여기에 남들과 다른 신선한 감각과 스타일로 차별화를 꽤 했다. 신형이 출시 된 지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신선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고 주행을 이어나가면 차의 성격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전륜구동 세단에서 경험할 수 없던 완벽한 핸들링과 코너링을 갖췄고 운전자에게 큰 만족으로 다가온다. 잘 만든 차라는 티가 곳곳에서 묻어나고 푸조가 주는 매력에 새롭게 빠지게 된다. 지루함을 벗어 던질 개성파 소비자라면 더 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푸조 508 2.0ℓ GT라인의 가격은 4,8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