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디자인의 "버티컬 키드니 그릴" 적용
-브랜드 정체성 살리고 3시리즈와 차별화 선언
BMW 신형 4시리즈가 4일 국내 공식 출시했다. 2세대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4시리즈는 커진 차체와 완성도 높은 주행 감각, 세련된 디자인 등이 어우러져 BMW 스포츠 쿠페의 새로운 방향을 나타낸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부분은 단연 그릴이다. 세로로 긴 형태의 "버티컬 키드니 그릴"은 소비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나뉜다.
세로 그릴은 기존 BMW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대표 디자인 요소다. BMW가 처음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면서 만든 303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헤드램프를 제외한 전면부 전체를 덮을 정도로 길다란 세로형 키드니 그릴을 장착했다. 이후 1930년대 중 후반으로 가면서 높이가 낮고 길이를 늘린 차들이 나왔을 때도 BMW는 그릴 모습을 유지했다.
뉘르부르크링은 물론 유럽 내 유명 모터스포츠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BMW 328 역시 중심에는 세로형 키드니 그릴이 있었다. 엔진룸을 완벽히 커버하는 큼직한 크기를 바탕으로 냉각 성능에 도움을 줬고 레이스 우승 때마다 브랜드 존재감을 알리는 일등공신이었다.
세로형 키드니그릴은 1950년대에 와서도 변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보닛의 높이와 헤드램프의 위치, 펜더 디자인은 바뀌어도 중심축 역할을 하는 그릴은 건드리지 않았다. 1960년대 등장한 오늘날의 자동차와 유사한 형태의 BMW 1500도 마찬가지다. 범퍼를 마련하면서 전반적인 크기는 크게 줄었지만 세로형 디자인은 여전했다.
90년대에 들어 디자인 자유도가 높은 가로 배치형 키드니 그릴로 디자인이 바뀌면서 한동안 이를 고수했다. 그러다가 2016년 BMW그룹 100주년 기념 컨셉트카 "BMW 비전 넥스트 100"을 통해 세로형 키드니 그릴의 재등장을 알렸다. 2017년 "i비전 다이내믹스 컨셉트" 외관에서도 구체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컨셉트 4를 통해서 세로형 키드니 그릴의 부활을 예고했다. 디자인을 맡은 사람은 한국인 디자이너 임승모다. 헤리티지를 지키려는 BMW의 방향을 충족하면서 현대식으로 가장 잘 해석한 인물이라 평가 받는다. 이렇게 탄생한 신형 4시리즈는 시선을 잡아 끄는 외관과 함께 세로형 키드니 그릴을 적용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BMW의 전통적 요소를 계승하는 것 외에도 4시리즈 그릴은 차별화된 라인업 역할을 드러낸다. 더 이상 3시리즈의 가지치기 차가 아닌 독자적인 제품군이라는 뜻이다. 운전 즐거움을 우선에 두고 젊은 감각과 세련된 스타일을 갖춘 시리즈를 자처한다. 세로형 그릴을 통해서 독립적인 얼굴을 표현하고 회사의 전통과 미래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게 신형 4시리즈다.
새 그릴은 앞으로 나올 BMW 제품군에 두루 사용할 전망이다. 이미 전기 SUV iX에 적용 중이며 향후 출시될 i4 등에도 비슷한 형태의 그릴이 들어갈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