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감탄 부르는 뒷좌석 승차감, 혼다 CR-V 하이브리드

입력 2021년02월18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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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적의 배터리 위치로 공간과 승차감 모두 잡아
 -효율을 먼저 생각하는 똑똑한 하이브리드 SUV

 하이브리드 SUV가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넉넉한 크기를 바탕으로 정숙성과 효율까지 챙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감면 혜택까지 더해져 사람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결과 완성차 회사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내세운 하이브리드 SUV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추구하는 방향과 목적은 브랜드별로 차이를 보인다. 성능이나 효율 중 한 부분에 신경을 쏟는 회사가 있는 반면 내연기관과 동일한 자연스러움을 우선에 두고 차를 만들기도 한다. 혼다가 한국 시장에 새로 출시한 CR-V 하이브리드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승차감과 주행 과정을 비롯해 차를 다루는 다양한 부분에서의 불편함을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특히 안락한 2열과 실용적인 공간 활용은 라이벌과 비교해도 단연 우위에 있다. 전라남도 영암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약 200㎞를 달리면서 CR-V 하이브리드의 상품성을 직접 확인해봤다.

 ▲디자인&스타일
 CR-V 하이브리드는 길이 4,630㎜, 너비와 높이는 각 1,855㎜, 1,690㎜의 중형 SUV다. 적당한 크기를 바탕으로 혼다만의 감각적인 디자인이 겉에서 드러난다. 날카롭게 찢어진 헤드램프와 도톰한 유광블랙 그릴, 범퍼를 가득 덮은 길다란 크롬도금이 포인트다. 가솔린과의 유일한 차이점은 안개등이다. 동그란 모양 대신 가로형 LED 형태로 단정하게 넣었다. 옆은 불쑥 솟은 벨트라인과 C필러, 큼직한 사이드미러가 차를 커 보이게 만든다. 아래쪽에 두꺼운 크롬 도금을 넣어 전면부와 맥을 같이 한다. 19인치 휠은 가솔린과 동일한 디자인이며 투톤으로 처리해 멋을 살렸다.

 뒤는 전통적인 CR-V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유리창 옆에 붙은 세로형 테일램프와 면적인 넓은 트렁크가 대표적이다. LED 타입으로 밝게 빛을 내며 중앙에 위치한 크롬 바가 어우러져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차명과 세부트림인 "투어링", 파워트레인 성격을 나타내는 "하이브리드" 뱃지도 알차게 챙겼다. 범퍼는 가솔린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돌출형 배기구를 안쪽으로 숨기고 크롬 선을 추가해 밋밋함을 피했다. 

 실내도 가솔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일한 차이점은 변속기다. 망치처럼 생긴 투박한 레버에서 버튼식으로 바뀌었다. 변속레버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완전 새로운 차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외에도 큼직하고 깔끔한 버튼 구성은 사용하기 편하고 높은 직관성을 제공한다. 

 다만 전장 장비는 살짝 아쉽다. 디지털 계기판은 구성이 다소 복잡하고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모니터는 크기가 작다. 베젤이 두껍고 인포테인먼트 구성도 단순해 볼거리가 부족하다. 선명한 틸팅 헤드업디스플레이와 눈에 보이는 매끈하게 마감한 소재를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공간은 CR-V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센터터널은 전부 수납공간으로 마련했고 네모 반듯한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도 마련했다. 3가지 타입으로 바꿀 수 있는 센터콘솔은 개방감이 훌륭해 부피가 큰 짐도 넣을 수 있다. 뒤로 갈수록 만족은 배가 된다. 2열은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기대 이상을 해낸다. 

 1,026㎜의 무릎공간은 물론 시트의 기울기와 면적도 적당해 착좌감이 좋다. 트렁크는 광활하며 열리는 면적이 상당해 짐을 쉽게 넣을 수 있다. 2열을 접으면 최대 1,945ℓ까지 늘어나며 완벽한 평탄화를 제공하기 때문에 차박에 적합하다. 한쪽에 마련한 별도의 수납공간과 폴딩 레버도 알찬 구성이다.

 ▲성능
 CR-V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7.8㎏·m를 내며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최고 184마력, 최대 32.1㎏·m를 내는 2모터 시스템 조합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 합산 최고출력 215마력을 발휘해 여유로운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 무단변속기와 네바퀴굴림이 조화를 이뤄 힘을 땅에 전달한다.

 초기 가속페달 반응은 부드럽다. 소리 없이 차분하게 속도를 올리려 그 과정이 만족스럽다. 하이브리드 SUV 특징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극은 덜하지만 꾸준히 속도를 올려 언제든지 원하는 흐름에 차를 올려놓을 수 있다. 발진 가속 시 소음과 진동도 거의 들리지 않아서 쾌적한 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무단변속기 특성 상 스로틀을 활짝 열면 굉음이 나기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차를 몰면서 거의 없기 때문에 단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이동 가능한 EV 모드에서 전기 에너지가 주는 힘이 강력해 뜻밖의 가속을 보여줬다.

 이콘 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가 2,000rpm 부근에서 놀며 최대한 성능을 억제했고 일반 컴포트 주행과 같은 하이브리드에서는 엔진과 모터의 힘을 적절히 분배해 무난한 가속감을 발휘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가 다소 높아지며 적극적인 주행을 유도한다. 각 모드별 차이는 명확하지만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양한 운전 방식을 원하는 소비자가 상황에 맞춰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용도로 사용하면 적합할 듯하다.

 반면 회생제동 능력은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이질감도 덜하고 배터리가 충전되는 시간도 빠르기 때문이다. 또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원패달 드라이빙도 가능해 잘 활용하면 브레이크 밟지 않고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다. 전기차에서나 볼 법한 기술을 일반 하이브리드차에서 경험하니 신선하다. 정직한 반응을 바탕으로 효율까지 챙기는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며 차에 대한 믿음감이 더욱 커진다. 

 안전품목으로는 혼다센싱이 들어간다. 자동감응식 정속주행장치, 저속추종장치, 차선유지보조 시스템, 추돌경감제동 시스템, 도로이탈경감 시스템, 오토 하이빔 등으로 구현한다. 그 중에서도 저속추종 시스템은 제법 민첩한 반응으로 안정감을 키웠다. 반응이 빠르고, 완전히 정차한 후 다시 출발할 때도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렸다. 과정이 매끄러워 부담이 없고 운전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CR-V 하이브리드 주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승차감이다. 특히 2열 승차감은 라이벌과 비교해도 한 수 위다. 여기에는 다양한 노력이 담겨있는데 먼저 하체세팅과 서스펜션이다. 애초에 빠르게 질주하거나 코너를 공략하는 차가 아닌 만큼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세팅에 초점을 뒀다. 

 이와 함께 탄탄한 하체는 출렁이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승차감을 키운다. 또 바닥에 깔려있는 묵직한 배터리는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에 효과를 줬다. 각 요소의 합이 뛰어나 세단 못지않은 안락하고 좋은 감각을 보여줬다. 

 ▲총평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타깃과 방향이 명확하다. 차를 민감하게 다루고 운전 재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탑승자 모두의 편안함을 먼저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차가 주는 행복을 느끼기에 적합한 차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안락한 승차감과 다재 다능한 공간 활용이 선봉장 역할을 한다. 꼼꼼하게 효율을 챙기는 모습과 살뜰하게 마련한 안전 품목도 힘을 더한다. 상품 구성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 SUV라고 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일본차의 섬세한 감각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SUV가 혼다 CR-V 하이브리드다. 

가격은 4WD EX-L 4,510만원, 4WD 투어링 4,7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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