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적합한 구성, 진보된 주행보조 기능
-강한 회생 제동능력 및 승차감 아쉬워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대장으로 꼽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테슬라다. 처음에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지만 이제는 시장을 이끄는 대표 전기차 회사가 됐다. 중심에는 모델 3가 있었다. 엔트리 세그먼트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폭발적인 성장을 일궈낸 효자 차종이다. 판매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새롭고 특별한 차를 찾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부흥시키면서도 수긍할만한 가격의 전기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모델 Y를 공개했다. 모델 3를 바탕으로 크기를 키운 SUV이며 진입장벽을 낮춰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는 이달 초 공식 출시했다. 속속 쏟아지는 새 전기차들 사이에서 모델 Y가 주력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봤다.
▲디자인&스타일
모델 Y의 첫 인상은 다소 낯설다. 이유는 크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길이 4,694㎜, 너비 2,088㎜, 높이 1,443㎜로 현대자동차 싼타페보다 살짝 작거나 비슷한 크기를 가졌다. 반면 휠베이스는 2,890㎜로 국산 중형 SUV보다 크다. 앞쪽에 엔진이 없는 전기차 특성상 앞바퀴를 최대한 앞으로 뺀 결과다. 반대로 지상고는 일반 세단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SUV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독특한 생김세와 마찬가지로 외관을 꾸미는 각 형상도 다소 오묘하다. 가파르게 내려앉은 보닛과 볼륨감을 강조한 헤드 램프,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이 한 차에 전부 담겨 있다. 디자인 완성도가 높거나 균형감이 훌륭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모델 Y는 약 75%에 달하는 대부분의 부품을 모델 3와 공유한다. "ㄴ"자 모양의 LED 헤드 램프와 그릴이 없는 앞범퍼, 방향지시등 주변부까지 동일하다. 옆은 매끈하다. 팝업 형태로 숨어 있는 도어 손잡이와 군더더기 없는 캐릭터라인 덕분이다.
날렵한 사이드 미러, 펜더와 B필러에 붙은 카메라도 테슬라 차임을 알게 해준다. 커다란 20인치 휠은 스타일을 강조하며 전기차 편견을 잊게 한다. 뒤는 불쑥 올라온 트렁크 라인과 면적인 넓은 뒷 유리창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모델 3와 동일한 디자인을 가진 테일램프를 비롯해 차명 대신 ‘듀얼 모터’ 뱃지를 붙인 게 변화의 전부다.
실내는 센터페시아 중앙에 놓인 15인치 와이드 스크린과 아담한 스티어링 휠이 전부다. 구성이 단순해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어 보인다. 화면 안에서는 차의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주행 정보와 기본적인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게임, 유머 사운드 등 상상 이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공조장치, 내비게이션, 오토파일럿 등의 기술 구현 그래픽도 섬세해 보는 맛을 더한다.
화면 아래에 놓인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는 적당한 각도를 제공하고 스웨이드로 마감해 편의성을 높였다. 심지어 양쪽으로 각 하나씩 놓여있어 동승자와 싸울 필요도 없다. 센터터널은 온통 수납함으로 꾸몄다. 깊이가 깊고 넓어 곽휴지나 웬만한 핸드백도 넣을 수 있다. 시동은 모델 3와 마찬가지로 컵홀더 뒤쪽에 카드키를 테그하면 된다.
2열은 무릎 공간이 넓고 바닥면이 반듯해 쉽게 탑승 가능하다. 다만 머리 위 공간은 애매하다. 기본적으로 시트 각도가 높고 리클라이닝을 활용해 뒤로 눕히면 머리가 천장에 닿는다. 설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로 보이는데 장거리 이동 시 불편할 수 있겠다.
반면 뒷유리창까지 통으로 이어진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이 뛰어나다. 차박을 즐기기에 딱 이다. 이 외에 트렁크는 네모 반듯하며 2열을 플랫하게 접을 경우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해 활용도가 뛰어나다. 곳곳에 깊은 수납함도 알차게 마련해 만족을 높였다.
테슬라 차들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조립품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이나 필러 사이 단차가 심각하다. 플라스틱 소재 마감도 날카롭고 허술하다. 긁히거나 자칫 상해를 입힐 것처럼 위험한 요소가 몇 군데 보인다. 한 두 개의 사소한 품질이 전체적인 차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 같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일반 대중차 회사들도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만큼 조립상태나 마감은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듯하다.
▲성능
모델 Y는 크게 스탠다드 레인지와 롱 레인지, 퍼포먼스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시승차는 주행가능거리에 초점을 맞춘 롱 레인지다. 1회 충전 시 환경부 기준 최장 511㎞를 갈 수 있으며 네바퀴굴림이 맞물려 0→100㎞/h 가속시간은 5.0초가 소요된다. 최고속도는 시속 217㎞다. 숫자만 놓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지긋이 가속페달을 밟으면 해결된다. 전기 에너지가 주는 특유의 가속감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몰입감이 높아지고 속도계는 내가 예상했던 숫자보다 훨씬 높은 곳을 가리킨다. 모든 과정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뤄진다.
덩치 큰 SUV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력이다. 이와 함께 고속 안정성도 탁월해 운전자에게 믿음을 준다. 배터리가 바닥에 묵직하게 깔려있어서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를 통과할 때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또 롤이 적게 발생하고 차를 안정적으로 궤도에 올려놓는다.
그렇다고 욕심을 부려 빠른 속도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핸들링이 민첩하지 않아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된다. 서스펜션도 뚜렷한 특징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전자장비도 거의 없어 강한 성능만 믿고 주행을 이어나가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승차감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잘 거르지 못하고 잔 진동을 탑승자에게 전달한다. 특히 요철을 통과할 때는 떨림을 온 몸으로 흡수하는 기분이다. 서스펜션과 댐핑 등 하체세팅 전반을 새로 다듬어야 할 정도다. 이 외에 브레이크는 오랜 시간 적응이 필요하다. 회생제동에너지가 걸리는 양이 생각보다 강해 이질감이 느껴진다. 자연스러운 제동을 추구하는 라이벌 신차들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별도의 회생제동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도 없어 운전자가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아쉬움은 오토파일럿 하나로 쉽게 사라진다. 시승차는 FSD(풀-셀프 드라이빙) 옵션까지 넣어 테슬라 최신의 반자율주행 기술을 뽐냈다. 차간거리를 맞추면서 자연스러운 가속과 제동을 보여줬고 차선 변경도 기대 이상으로 깔끔하게 구현했다.
또 내 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해당 도로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12개의 울트라 소닉 센서와 카메라가 유기적으로 움직인 결과값이 수준급이다. 무엇보다도 작동법이 간단하고 과정이 자연스러워 마음 놓고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겠다.
주행가능거리는 모델 Y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롱 레인지 기준 환경부로 받은 1회 충전 시 가능거리는 511㎞다. 실제로 슈퍼차저를 통해 완전 충전했을 경우 계기판에는 약 530㎞를 갈 수 있다고 나타났다. 확실히 앞에 숫자 "5"를 확인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실제로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여유롭게 교외를 누볐다. 여기에 히트펌프까지 탑재했기 때문에 실 효율은 더 뛰어났다. 충전의 경우 슈퍼차저로 15분만에 약 249㎞까지 채워진다. 전기차의 치명적인 단점을 말끔히 해결했다.
▲총평
모델 Y는 테슬라 성장에 기폭제가 될 차다. 대세 세그먼트를 바탕으로 크고 오래가는 배터리와 호쾌한 주행성능 덕분이다. 신선함을 자극하는 실내 구성과 차박으로 훌륭한 공간도 빼 놓을 수 없다. 물론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도 같이 안겨줬다. 꾸준히 지적했던 마감은 달라진 기색이 보이지 않았고 버겁고 무딘 스티어링 휠과 당황스러운 회생 제동 브레이크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이지만 그럼에는 모델 Y는 여전히 매력 넘치는 차다. 전기차의 편견을 잊고 새로움에 두렵지 않다면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다. 차박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더더욱. 테슬라 모델 Y는 롱 레인지와 퍼포먼스로 나뉘며 가격은 6,999만원, 7,999만원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