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억원 호가하는 최고급 SUV 판매 해마다 늘어
-브랜드, 특별한 차 원하는 상위 1% 공략 박차
럭셔리 SUV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가격만 수 억원을 호가하는 초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뜨거운 것. 대세 세그먼트인 SUV를 바탕으로 남들과 다른 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판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제조사의 노력도 치열하다. 저마다의 신차를 앞장세워 상위 1% 소비자를 잡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억원 이상의 초 프리미엄 SUV 판매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SUV인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지난해 총 88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42% 오른 수치이며 브랜드 전체(171대) 판매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컬리넌은 올해 브랜드 1월 판매 총 19대 중 8대를 등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럭셔리 SUV를 지향하는 벤틀리 벤테이가 역시 한국 시장에서 판매 성장이 돋보인다. 벤테이가는 지난해 125대를 등록해 벤틀리 총 판매의 42%를 차지했다. 또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두 배 이상으로 껑충 올랐다. 작년의 경우 9월부터 판매를 멈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실적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작년 2억원에 가까운 최상위 트림 4.4 SDV8, 5.0 SC 위주로 판매를 키웠다. 참고로 두 차종은 각 317대, 189대를 등록해 985대의 전체 레인지로버 트림 중 51%의 비율을 가져갔다.
람보르기니 대표 SUV 우루스는 지난해 234대를 팔았다. 전체 303대 중 약 8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고 전년 브랜드 전체 판매 대수인 173대를 한 차종만으로 뛰어 넘겼다. 이 외에 마세라티 르반떼 GTS 및 트로페오 역시 2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판매로 브랜드 실적에 힘을 더하고 있다.
수 억원이 넘는 초호화 SUV 성장에는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 인식이 반영됐다는 게 업계 추측이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불황을 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큰손"들이 신차 구매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차별화된 나만의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깊어졌고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차종이 혜택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입맛에 맞춰 개별 제작이 가능한 점을 미뤄볼 때 해당 차들은 희소성도 갖춰 지갑을 열게 했다.
상위 0.1%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브랜드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벤츠의 경우 마이바흐 최초의 SUV이자 GLS의 최상위 차종인 마이바흐 GLS 600 4매틱을 출시했다. 마이바흐 GLS는 최고급 소재로 꾸민 내외관과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뒷좌석을 갖춘 게 특징이다. 가격은 2억5,660만원으로 책정해 컬리넌, 벤테이가로 넘어가는 소비자를 잡아둔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애스턴마틴 역시 고성능 SUV DBX의 국내 인도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고 페라리는 올해 브랜드 최초 SUV 프로산게를 등장시켜 마니아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럭셔리 SUV 시장을 지키려는 브랜드들은 각종 에디션과 신차 도입으로 방어전에 나선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말 국내 선보인 컬리넌 블랙배지를 내세워 판매 보폭을 넓히며 람보르기니는 새로운 컬러와 디자인 트림을 적용한 우루스 그라파이트 캡슐 에디션을 국내에 선보여 선택지를 키웠다. 벤틀리는 지난 1월 부분변경 거친 신형 벤테이가를 출시하고 4월부터 인도에 들어간다. 3억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예약 대수가 53대를 돌파하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가 대중화되는 추세이다보니 고급차 수요가 초럭셔리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당분간 SUV 인기와 함께 초럭셔리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