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주행 및 효율, 정숙성 모두 잡아 눈길
BMW 베스트셀링카 5시리즈가 새로 돌아왔다. 앞뒤 인상을 고치고 상품성을 높여 다시 한 번 수입 중형세단 1인자 자리를 노린다. 가솔린과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소비자 선택폭을 넓힌 게 특징. 그 중에서도 2.0ℓ 디젤 엔진을 장착한 523d는 큰 폭의 변화를 거쳐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나섰다. 기존 520d에서 숫자를 높이고 전기모터를 추가해 완전히 다른 차를 만들어 냈다. 국내 BMW 성장을 이끈 주요 제품답게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옛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한다.
▲똑똑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BMW 523d 변화의 핵심 포인트는 파워트레인이다. 유닛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난한 4기통 2.0ℓ 터보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7.2초, 최고속도는 235㎞/h다. 얼핏 보면 감흥 없는 숫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형으로 오면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추가해 완성도를 높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디젤차가 맞나 싶을 정도다. 엔진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전기모터 덕분에 가솔린차보다 더 만족스러운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최종 목적지에 멈출 때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다. 먼저 정차 후 출발 시 발생하는 스타트앤스톱 과정이 자연스러워졌다. 급하게 시동이 걸리거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크게 줄었다. 탑승자가 쉽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운 반응을 보여준다.
도로 위 흐름에 맞춰 속도를 올릴 때도 전기모터는 일당백 역할을 해낸다. 디젤 엔진이 움직이면서 나타내는 단점을 최대한 억제하고 전기 에너지를 적극 추가한다. 실제로 523d에 들어간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필요 시 최고 11마력을 추가로 더해준다. 운전자가 스로틀을 열 때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기존 디젤과 비교해 차이는 확실히 알 수 있다. 매끄럽고 경쾌하게 뻗어나가며 잔 진동은 어느 자리에서도 경험할 수 없다.
타력 주행이 필요하거나 긴 내리막 구간을 만날 경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코스팅 중립제어기능으로 들어간다. 속도가 붙어 있음에도 변속기는 자동으로 중립으로 위치해 연료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그 결과 극강의 효율을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외에 제동의 경우 회생 에너지 양을 알뜰히 챙겨 전기모터가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점은 차를 시속 0km/h로 멈추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속도를 줄이면서 시속 15km/h 아래에 도달하면 차는 스스로 엔진 가동을 멈춘다. 물론 매번 활성화 되는 건 아니다. 빠르게 달리다가 속도를 급하게 줄이는 상황에서는 일반 자동차와 동일하게 움직인다.
반면 낮은 속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및 주차장에서는 적극 개입하며 시동을 끈다. 차 스스로 타력주행만으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작동하는 셈이다. 쇼핑몰이나 골목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운전자와 주변사람 모두에게 긍정 시너지를 일으킨다.
최신 하이브리드 기술 탑재로 효율에서도 큰 이점을 봤다. 환경부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523d의 효율은 복합 기준 15.6㎞/ℓ(도심 14.4㎞/ℓ, 고속도로 17.5㎞/ℓ)다. 예전 520d와 비교해 약 10% 오른 수치이며 라이벌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숫자다. 실 주행에서 체감효율은 더 높다. 트립컴퓨터 기준 도심의 경우 17㎞/ℓ,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는 20㎞/ℓ를 가뿐히 넘겼다.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기름바늘을 보며 뿌듯함이 밀려온다.
▲여전히 재미있는 주행 감각
차의 기본특성은 여느 BMW와 다르지 않다. 정직한 핸들링, 탄탄한 서스펜션, 맛깔 나는 변속기 조합 덕분이다.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돼 두툼한 스티어링휠과 단단하게 조여진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속은 물론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핸들링을 보여준다. 긴 차체를 잊을 정도로 깔끔하면서 정확하게 코너를 들어갔다 나온다.
자세제어장치를 모두 끄면 후륜구동의 특성을 살려 뒤가 조금씩 흐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다만 충분히 컨트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슬립을 허용해 부담이 덜하다. 미국산 머슬카처럼 막무가내로 차가 흔들려 자칫 아찔한 상황이 오는 불상사가 없다는 뜻이다. 한결 다루기 쉽고 적당한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한다.
이와 함께 ZF 8단 자동변속기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엔진 회전수를 갖고 논다. 발빠르게 단수를 올리고 스포츠모드에서는 레드존 가까이 바늘을 붙이면서 변속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엔진 성능을 온전히 꺼내 쓸 수 있다는 증거다. 전체적인 파워트레인 능력을 한 차원 높여주며 한편으로는 디젤에 포함되지 않은 패들시프트가 야속하게 다가온다. 변속 레버를 통해서 매뉴얼 모드 조작을 해야 하는데 불편하다. 운전 재미를 향한 BMW의 자세가 흐릿해진 것 같은 아쉬움을 남게 한다.
▲작지만 돋보이는 변화로 눈길
신형 5시리즈는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요소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파격적으로 바뀌는 요즘 부분변경 차들과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다만 차를 꾸미는 각 부분들을 면밀히 살펴 보면 꽤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먼저 차체 길이가 길어졌다. 구형보다 27㎜ 늘어나 비율이 한층 역동적이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한 키드니 그릴은 크기를 살짝 키웠고 헤드 램프는 "L"자형 주간주행등을 적용해 세련미를 강조했다. 보닛 라인과 헤드램프를 거쳐 범퍼까지 이어지는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은 신선한 이미지를 풍긴다. 이 외에 공기흡입구는 한층 대담해졌고 중앙에는 반자율주행에 도움을 주는 각종 센서를 품었다.
옆은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비율을 갖췄다. 18인치 더블 스포크 662 M 휠은 2% 부족하다. 살이 얇은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만 크기가 작아 수수한 인상이다. 적어도 M패키지 제품이라면 한 치수 키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뒤는 테일 램프가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3D타입으로 변신해 신선하며 굵은 제동등과 함께 주변을 유광 블랙으로 둘러 선명해졌다. 4각 형태의 배기파이프는 스포티한 매력을 풍긴다.
실내는 사용편의성과 실용성을 높이는 데에 주력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10.25인치에서 12.3인치로 키웠고 최신 OS 7.0을 적용한 차세대 i드라이브 시스템을 탑재했다. 일반 UI 구성은 물론 내비게이션과 같은 무거운 소프트웨어 항목도 처리속도가 빨라졌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실사용에서 만족도가 높으며 계기판 및 HUD 연동도 훌륭하다.
소재를 살펴보면 대시보드를 인조가죽으로 덮었고 변속레버 주변을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해 상품성을 높였다. 다만 달라진 부분을 일반 소비자가 쉽게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스티치의 형상이나 우드 패널의 위치, 직관적인 무드등도 전부 구형과 같아 신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은 덜하다.
2열 좌석은 넉넉하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이 여유롭고 시트 면적이 넓어 착좌감도 좋다. 전용 송풍구와 3단계로 나뉜 열선시트, USB C-타입 충전포트, 12V 소켓, 컵홀더 등 필요한 기능으로 알차게 구성했다. 트렁크는 무난하다. 반듯하며 양 옆에 별도의 그물망을 설치해 활용도를 키웠다. 폴딩 시트도 지원해 세로로 긴 짐을 넣기에도 유용하다.
▲재도전을 향한 희망의 불씨
523d를 통해 진보된 BMW의 기술과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성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일반 디젤차와는 다른 모습으로 고정관념을 버리기에 충분했고 전기 에너지가 주는 특별한 능력을 직접 확인하면서 깊은 감동도 받았다. 저속에서부터 나오는 최대토크와 특유의 강한 펀치력, 놀라운 효율은 덤이다.
티가 나는 부분이 없어 신차를 샀다고 자랑하기에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대신 완성도를 높인 주행감과 운전의 즐거움을 얻었다. 무엇보다 각종 편의 및 안전품목을 더해 활용성을 높였고 이는 주행하는 내내 유용했다. 중형 세단의 본분을 지키면서 BMW 특유의 가치관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니아들에게는 마음에 드는 신차가 하나 더 나왔고 디젤차에 대한 편견이 있던 소비자도 끌어들일만한 매력을 갖췄다. 재도전을 향한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BMW 523d는 후륜구동과 x드라이브 사륜구동, 럭셔리와 M패키지로 나뉘며 가격은 7,040만~7,8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