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연합회와 완성차 업계, 합의점 찾지 못해
-판단 미루는 중기부, 소비자 누적 피로감 높아
중고차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의 강한 반발로 대화 테이블조차 앉지 못한 것. 서로 눈치 보기에 바쁜 중소벤처기업부의 미온적 태도까지 더해져 상황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과 확장이 제한됐지만, 2019년 2월 보호 기간이 만료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연합회는 지난해 2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채택해달라는 신청서를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했다.
시장안정 및 생계유지 등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공정한 시장경제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은 중고차 특성상 대중의 시선도 싸늘했다. 일부 매매사업자의 경우 매출과 이익이 중견기업 수준을 넘어서고 있고 중고차 거래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어 생계형 업종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동반위 역시 지난해 11월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부 부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공은 중기부로 넘어갔다. 원래라면 동반위 추천 의결 후 최대 6개월 내 결정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심의위원회가 개최되지 못했고 최종 결정은 뒤로 밀렸다. 사실상 작년 7월 답을 내야 했지만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새롭게 진출하려는 완성차 제조사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해 해를 넘겨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내리는 상황이다.
중고차업계의 반발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은 시작도 못해보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예정됐던 중고차 상생위 발족식은 중고차 업계가 전날 갑작스러운 불참을 통보하면서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관계자는 "상생이라는 표현 자체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전제로 삼는 것"이라며 참여할 불가 이유를 밝혔다.
해결을 위한 자리마련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는데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 역시 "강약 문제로만 자르기 어렵다"며 "이해당사자들의 협약을 통해 상생의 방식을 중재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는 듯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중기부가 긴 침묵을 거듭하는 사이 소비자 불만과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투명한 시장 개선을 기대했던 여론은 시들해지고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과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에 교통, 자동차 시민단체들은 이달 초 정부에 성명서를 내고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개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윤곽 없이 기존 매매업계와 완성차 업체 사이 눈치만 보다가 갈등의 골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며 중기부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 6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얻었지만 시장 개선 폭은 크지 않았다"며 "올해 5월이면 최종 결론 기한 1년을 넘기게 되는 만큼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