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자연흡기로 돌아온 포르쉐 박스터 GTS 4.0

입력 2021년03월2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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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407마력, 6기통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탑재 
 -역동적인 파워트레인과 주행감각 조화 상당해 

 포르쉐 박스터 GTS가 돌아왔다. 지난 2018년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잠시 자취를 감췄던 간판 스타이며 물건이 귀해 중고차 시장에서도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스터 GTS의 재등장은 큰 희소식이었다. 

 심지어 신형은 큰 폭의 개선을 거쳐 마니아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6기통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얹고 성능을 크게 높인 게 특징. 이름 뒤에 붙은 4.0 숫자가 흥분을 부추겼다. 경량 스포츠카의 가치를 높일 박스터 GTS를 시승했다.

 ▲디자인&스타일
 외관은 한눈에 봐도 잘 달릴 것처럼 생겼다. 낮고 넓은 차체가 시선을 사로잡고 뒤에 있는 엔진과 후륜구동만으로도 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엔진 바로 앞에는 운전석이 있으며 앞뒤바퀴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 정 중앙에 위치해 있다. 여러모로 벨런스가 훌륭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감성을 더하는 소프트톱까지 마련돼 있어 만인의 드림카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각 부분을 꾸미는 디자인은 기존과 같다. 물방울 모양의 헤드램프, 진한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인 펜더, 단정한 범퍼도 모두 그대로다. 오히려 일반 박스터와 다른 GTS만의 특징을 찾는 게 더 빠르다. 먼저 정교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스포티함을 더욱 강조한다. 다른 포르쉐 GTS 계열과 마찬가지로 블랙 컬러 디테일이 핵심이다. 스포일러 립, 스포츠 디자인 프런트 에이프런의 블랙 컬러 에어 인테이크, 안개등 및 리어램프 배젤, 뒷 범퍼 등 곳곳에 넣은 블랙 컬러가 차별화된 모습을 완성한다.

 여기에 718 스파이더, 718 카이맨 GT4 등에 들어갔던 트윈 테일 파이프 스포츠 배기 시스템도 적용했다. 새들 타입 디자인의 배기 시스템은 GTS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리어 하단부 공간에 위치해 있다. 신발은 새틴 글로스 블랙 컬러의 20인치 경량 알로이 휠이 장착된다.

 고성능 타이어(프런트 235/35 ZR 20인치/리어 265/35 ZR 20인치)는 크로스 드릴 디스크 및 레드 컬러 캘리퍼와 맞물려 멋과 기능을 동시에 잡았다. 물론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도 선택 품목으로 제공한다.

 화려한 컬러도 존재감의 힘을 더한다. 340만원을 주고 추가로 고를 수 있는 "파이톤 그린" 컬러는 빛의 방향에 따라서 팔색조 매력을 뽐낸다. 밝은 곳에서는 싱그러운 연두색이 시선을 사로잡고 어두운 곳에서 바라보면 짙은 녹색으로 변해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진한 페인트로 칠해진 초록색 박스터 GTS 4.0은 도로 위 시선을 압도한다.

 실내는 오랜 시간 박스터에서 봤던 구성 그대로다. 세 개의 원형으로 꾸민 바늘 계기판과 작은 화면, 변속기 앞에 놓인 공조장치 버튼까지 이제는 제법 익숙한 모습이다. 요즘 포르쉐 차들과 비교하면 살짝 올드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신형 911에서 봤던 화려한 그래픽과 편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그리워진다. 기능적으로는 크게 부족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실내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

 부족한 실내 수납공간도 마음에 걸린다. 작은 글러브 박스와 운전석 뒤쪽에 있는 아담한 센터콘솔이 전부다. 주행 중 물건을 손쉽게 넣기 위해서는 도어 안쪽에 마련한 작은 수납함을 이용하면 되지만 이마저도 크지 않다. 반지갑 하나와 휴대폰을 넣으면 이미 꽉 찬다. 돌출형 컵홀더는 시대를 역행하는 클래식한(?) 감각이다. 

 아쉬움은 소재로 위안을 삼는다. 가죽과 알칸타라, 탄소섬유의 조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스티치 패턴과 각 패널이 맞물리는 마감도 수준급이다. 손으로 각 소재를 만져보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소프트 톱 역시 질 좋은 패브릭으로 마감해 윤기가 돈다. 참고로 컬러와 재료는 언제든지 오너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다양한 조합으로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트렁크는 전기차처럼 앞뒤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엔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중앙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혜택을 봤다. 앞은 깊고 뒤는 옆으로 넓은 구조다. 또 각각 보닛 포르쉐 로고 아래쪽과 후면 박스터 레터링에 키를 갖다 대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린다. 

 ▲성능
 박스터 GTS 4.0의 가장 큰 변화는 심장이다. 기존 4기통 2.5ℓ 터보를 보내고 6기통 4.0ℓ자연흡기로 돌아왔다. 그 결과 최고출력 407마력, 최대토크 43.9㎏·m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단 4초가 소요된다. 최고속도는 288㎞/h다. 

 기존과 비교하면 출력은 42마력, 토크는 0.1㎏·m 증가했고 제로백은 0.3초나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어댑티브 실린더 컨트롤과 직접 연료 분사 방식의 피에조 인젝터, 가변식 인테이크 시스템을 통해 한층 더 스포티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며 효율까지 높였다.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특성은 주행을 조금만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먼저 도심 속 일상 주행에서는 강한 힘을 쉽게 경험하기 힘들다. 경쾌한 가속감을 바탕으로 차분하고 여유롭게 달린다. 스로틀 양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 놓으며 과정이 매끄럽다. 출력이 높은 숫자를 잊을 정도로 쉽게 다룰 수 있으며 그만큼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적다. 

 반면 운전 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로 돌리면 엔진 회전수가 껑충 뛰면서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튀어나간다. 몸이 흔들리고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순간 정신이 혼미해진다.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 사물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407마력의 힘을 오롯이 경험하는 순간이다. 

 7단 PDK는 스포츠카 변속기의 표본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안정적이다. 느슨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는다. 엔진을 더 힘차게 돌릴 수 있도록 큰 노력을 하며 정확한 타이밍에 단수를 오르내린다. 매뉴얼 모드에서는 짜릿한 손맛과 함께 치명적인 매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좀처럼 얌전해지기 힘들다.

 자연흡기로 돌아온 파워트레인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했지만 포르쉐는 여기에 사운드까지 선물로 넣어줬다. 한마디로 소리는 예술이다. 처음에는 감흥이 크지 않다. 일반적인 1,000~2,500rpm 부근에서는 대체로 조용하며 웅웅 거리는 소리만 약간씩 들릴 뿐이다. 다만 회전수를 3,000rpm 이상 올리면 사운드는 완전히 달라진다.

 깊은 공명음을 전달하며 숫자를 높일수록 강력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자연흡기 엔진만 줄 수 있는 소프라노 톤의 밝은 소리가 온 종일 귓가를 울린다. 흥분을 자극하며 오래 기억에 남는 중독성 강한 음색이다. 더욱이 7,500rpm을 넘겨 레드존으로 치닫을 때 퍼지는 클라이막스는 잠시 이성의 끈을 놓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박스터 GTS 4.0의 진짜 묘미를 확인하기 위해 굽잇길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차가 가진 탄탄한 기본기가 빛을 발휘한다. 앞뒤 45대 55로 나눈 이상적인 무게배분과 낮은 차체 덕분에 안정감이 뛰어나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코너를 정복할 수 있다. 

 욕심을 부리면 뒤가 살짝 미끄러지지만 이내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자세제어장치를 모두다 끄지만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은 쉽게 경험할 수 없다. 오버스티어 역시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자리를 찾는다. 

 깔끔한 코너링에는 포르쉐 첨단 기술이 집약된 결과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와 토크 백터링 시스템, 기계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 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 등 역동적인 주행에 실시간으로 반응해 최상의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다양한 기능을 대거 기본으로 넣었다. 

 또 빠른 응답성과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 스포츠 배기 시스템까지 어우러져 이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개별 요소들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파워트레인과 협업해 정확한 움직임, 그리고 주행의 즐거움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총평
 박스터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도로 위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자 누구나 꿈꾸는 선망의 대상이다. 황금 비율은 스포츠카의 정석을 보여주고 주행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여기에 새 심장은 마니아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치트키다. 

 자연흡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속 시원한 가속감 그리고 소리는 전동화로 늘어나는 요즘 시대에 값진 보물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땀을 식히기 위해서는 톱을 열면 된다. 순식간에 감성 가득한 낭만적인 차로 바뀐다. 포르쉐 박스터 GTS 4.0은 누구든지 소유하고 싶은 멋진 자동차다. 또 이 차를 구입하고 실망할 사람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가격은 1억2,1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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