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외에 소비자 체험 높이는 기능 중시
-늘어나는 선택지 대비 충전 인프라는 숙제
최근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행가능거리에 집착하기 보다는 다채로운 기능과 상품성을 먼저 고려하고 있는 것. 효율 외에 소비자 체험을 높이는 기능이 각광받으며 완성차 회사들의 전기차 판매 전략도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최근 한 수입차 브랜드가 지난해 전기차 소비자를 분석한 결과 구매자의 약 80% 이상이 서울 및 근교 신도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여건이 보장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고 대부분 일정한 패턴의 짧은 거리를 규칙적으로 이동하는 주행 패턴을 보이는 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장거리 주행 패턴이 많지 않다면 단거리 활용이 주 목적인 요즘 전기차 소비자를 고려했을 때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00㎞ 남짓이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들은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강해 같은 주행거리를 갖추고 있다면 미래적이고 혁신적인 기능을 원한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전기차 업계에서도 앞으로는 1회 주행거리 등 기술적 경쟁보다 차종별 특징과 정체성이 새로운 구매 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현재 주행거리 경쟁은 성숙하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기술이 상향평준화 되면 내연기관차와 같이 상품성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이 같은 현상은 지금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초기 전기차들이 단순히 친환경성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브랜드 색을 입히려는 다양한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높은 사전 인기를 보였던 현대차 아이오닉5는 주행가능거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전기차의 정체성과 편안한 거주 공간에 초점을 뒀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전기차만이 구현할 수 있는 특유의 공간 효율성을 강조해 새 소비층을 겨냥한다. 올해 국내 출시할 기아 EV6와 제네시스 JW 전기차 역시 다양한 신기술과 디지털 요소를 대거 탑재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상품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PSA그룹 내 푸조와 DS 전기차들은 기존에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독립적인 EV 브랜드 보다는 기존 있던 제품에 파워트레인만 바꿔서 출시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거부감을 줄이고 브랜드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감각과 운전의 즐거움을 그대로 유지했다.
물론 지금보다 수 배 이상으로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제품이 나온다면 전기차는 또 한번 큰 변화를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파워트레인 성격보다 흥미를 끌만한 기술과 각종 기능이 판매에 더 큰 역할을 차지한다.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핵심 관건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편의 및 안전을 바탕으로 상품성 좋은 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가치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