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픽업 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 포드 레인저

입력 2021년03월31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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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세한 감각 발휘하는 와일드트랙
 -디자인 및 오프로드 초점 둔 랩터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소비층은 명확하다. 레저 활동을 즐기며 험로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커다란 덩치와 특별한 존재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도 개성을 드러내며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픽업의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최근 몇 년 간 제법 다양한 픽업이 등장해 소비자를 반기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픽업 잘 만들기로 소문난 포드의 대표 픽업도 한국땅을 밟았다. 오랜 시간 브랜드 베스트셀링 픽업으로 이름을 올린 레인저가 주인공이다. 한국 시장엔 실용성을 강조한 와일드트랙과 하드코어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랩터 두 종류로 들어왔다. 레인저의 강점과 스며든 노하우를 살펴보기 위해 영종도에 위치한 시승행사장으로 향했다.

 디자인&스타일
 레인저는 1980년대 초반부터 생산해 지금까지 명맥을 지키고 있는 포드의 대표 픽업트럭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와 인정을 받으며 단번에 베스트셀링 반열에 올랐고 한 체급 위인 F-150이 미국에서 정상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던 차 이기도 하다. 

 레인저는 현재 유럽과 호주, 아시아 등에서 판매 중이며 영국과 독일 등에서 올해의 픽업트럭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 각국에서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국내 판매되고 있는 북미산 픽업트럭들과 달리 고성능 디젤 엔진을 탑재해 높은 경제성과 토크, 강력한 견인력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레인저의 기본 크기는 길이 5,490㎜, 너비 1850㎜, 높이 1,870㎜로 중형 픽업트럭이다. 라이벌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치이며 실제로 차를 마주했을 때는 더 큼직해 보인다. 여기에는 외관을 꾸미는 세부요소가 큰 영향을 줬다. 단순한 디자인의 커다란 헤드램프와 사이드미러, 두툼한 범퍼, 바짝 치켜 올린 은색 장식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휠하우스도 크기가 상당하다. 험로를 달려야 하는 픽업의 성격을 반영한 모습이며 세차 및 정비도 편리할 것 같다. 뒤는 전형적인 픽업의 모습이다 세로형 테일램프와 관리가 편한 범퍼, 차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굵은 레터링이 박힌 트렁크까지 익숙하다. 

 와일드트랙과 랩터의 차이도 명확하다. 와일드트랙은 온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답게 차체 컬러의 면적이 넓다. 여기에 차로 유지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등과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적용해 도심심 주행 시에도 편안하고 자유로운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랩터는 포드의 고성능 자동차 사업부인 포드 퍼포먼스팀의 DNA를 이어받아 오프로드와 험로 주행에 더욱 특화된 차종이다. 단단한 하체구조와 포드를 강조한 두툼한 그릴, 두꺼운 플라스틱 몰딩이 단단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여기에 폭스 쇼크업소버, 그리고 올터레인 타이어를 장착해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주행 감각을 발휘한다. 

 실내는 단정하다. 필요한 위치에 알맞은 크기의 버튼이 모여있다. 직관적이며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작은 컬러 화면이 포함된 아날로그 계기판과 투박한 기어 레버 및 사이드 브레이크, 지름이 큰 스티어링 휠 등은 픽업이기 때문에 용서된다. 이 외에 앞뒤 길이가 짧은 대시보드, 내구성에 집중한 소재는 차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와일드 트랙은 유광블랙으로 패널을 감싸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표현했다. 이와 함께 각종 안전 품목을 대거 탑재한 덕분에 눌러 볼만한 버튼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반면 랩터는 특별한 차라는 인식을 강하게 받는다. 빨간색 스티치와 길죽한 패들시프트로 멋을 낸 스티어링 휠, 화려한 전용 계기판, 몸을 지지해주는 버킷 시트도 인상적이다.  

 성능
 레인저는 와일드트랙과 랩터 모두 2.0ℓ 바이터보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13마력과 최대토크 51.0㎏·m의 힘을 낸다. 와일드트랙 기준 복합효율 10.0㎞/ℓ, 랩터는 8.9㎞/ℓ의 효율을 발휘하며 와일드트랙의 견인 하중은 3,500㎏, 랩터는 2,500㎏이다.

 먼저 와일드 트랙 운전석에 올라탔다. 울퉁불퉁한 자갈 길을 차는 시원스럽게 내달렸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질주했고 불안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흙길과 진흙길, 돌길은 물론 작은 호수들은 레인저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급경사에서는 차가 가진 토크를 적극 활용했고 가파른 내리막이 연속되는 곳에서는 HDC(내리막 주행 보조장치)를 활용해 안전하게 통과했다. 깊게 파 놓은 범피와 물 웅덩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레인저는 마치 고성능 스포츠카가 서킷에 온 것처럼 자유자재로 영종도 황무지를 질주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을 뒤로한 채 곧바로 랩터로 옮겨 탔다. 차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높은 시선과 몸을 강하게 잡아주는 시트가 전부가 아니다. 가속페달을 밟고 조금만 운전해도 와일드트랙과의 차이를 단번에 알 수 있다. 핵심은 서스펜션이다. 폭스 쇼크업소버가 주는 힘은 놀라웠다. 험로에서 안정적인 움직임과 안락함 승차감을 구현하는 일등공신이다. 말도 안 되는 험로를 빠르고 편안하게 주파하며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오랜 픽업 노하우로 완성한 섀시와 하체 세팅은 높은 강성으로 증명했다. 수 없이 뒤틀리는 상황이 나타나도 차는 조금의 충격도 없이 여유롭게 오프로드를 정복했다. 과감하게 몰아도 레인저 랩터는 피곤한 기색 없이 제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낸다. 차에 대한 믿음과 충성도가 배가 되는 순간이다. 또 거친 험로를 모두 다스릴 수 있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지상고가 높고 내구성이 강한 소재를 두른 덕분에 상처가 날 걱정도 덜하다. 랩터는 허리까지 올라오는 물길을 시원하게 통과했고 모래사장에서는 여러 번 활보한 뒤 가뿐하게 탈출했다. 최대토크를 바탕으로 터보 엔진이 주는 넉넉한 출력과 묵직한 차체가 땅을 짓누르며 힘차게 내달릴 뿐이다. 이 외에 6가지 지형관리시스템 중 오프로드 레이싱 모드인 "바하 모드"는 험로에서 퍼포먼스 주행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내며 즐거움을 더했다.

 ▲총평
 포드 레인저는 수 십 년간 다져온 완성도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의 도전장을 내걸었다. 강력한 무기로는 탄탄한 기본기와 놀라운 험로 주파 실력, 실용적인 기능 등이 있다. 또 픽업을 찾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핵심 포인트를 정확히 찾아내 매력을 더한다. 와일드트랙과 랩터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세심함도 마련했다.

 두 차는 겉모습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와일드트랙은 픽업 본연의 활용도를 위해 태어났고 랩터는 정통 오프로드 SUV와 견줘도 손색없는 험로 주파 실력을 가졌다. 때문에 와일드트랙은 도심 및 간단한 레저활동을 즐기기에 적합하며 반면 대자연과 함께 어울리고 싶다면 랩터를 선택하면 된다.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픽업 시장 기준을 세우려는 레인저의 도전이 기대된다. 가격은 와일드트랙 4,990만원, 랩터 6,3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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