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아쉬운 기능 및 감각
업무용 차로 K5 LPi와 함께한 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주행거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단거리 위주로 운행했고 대부분 개인별로 시승차를 받아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난 점도 한몫 했다. 그 결과 현재 K5 LPi의 누적 주행거리는 9,400㎞ 수준이다. 내부에서는 1년에 1만㎞도 안타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차와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아 탈때마다 새롭고 좋은 인상을 받는다.
최근 업무가 몰려 2~3일 정도 꼬박 K5 LPi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차를 다루면서 속속 아쉬운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공조장치다. 업무용 K5는 매뉴얼 에어컨이 탑재돼 있다. 좌우 독립식이 아닌 오로지 1웨이 조절만 가능하다. 버튼이 틈직하고 디자인도 나쁘지 않아 사용하는 데에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문제는 바람 세기다. 섬세함이 떨어져 세기를 올릴수록 아주 강한 바람이 나온다. 그래서 끄면 덥고 켜면 추운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실용구간인 1~2단 차이가 상당하다. 1단이 다소 부족한 것 같아 2단으로 돌리면 너무 과할 정도로 강한 바람을 전달한다. 1.5단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또 한가지 개선이 필요한 요소는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는 주행 보조장치에 있다. 전반적으로 경고 시점이 빠르고 예민한 편이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일수록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데 대표적인 부분이 사각지대 경보 장치다.
육안으로는 상당히 멀리 차가 있음에도 요란하게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음량도 줄였지만 라이벌과 비교해 기본적으로 민감한 세팅인 듯하다. 물론 누군가는 둔한 감각보다는 훨씬 좋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의 판단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로 설레발치는 주행 보조장치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제동 능력이다. K5 LPi에 들어간 기본 브레이크 시스템을 좋게 말하면 예리한 감각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운전자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초반 답력이 너무 강하며 차를 한번에 잡아 세운다. 앞으로 급하게 몸이 쏠리고 같이 탄 사람들도 적잖이 놀라게 된다. 그렇다고 정지 상태가 될 때까지 일정한 제동을 전달하는 건 또 아니다. 처음 강하게 잡은 뒤 뒤쪽으로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며 손을 놓는다. 답력이 일정하지 않아 오랜 시간 적응이 필요하다.
휠과 타이어 문제는 아니다. 업무용 차에 들어간 타이어는 205/65R16 사이즈의 넥센 엔프리즈 AH8 제품이다. 마모 성능을 크게 높여 뛰어난 마일리지(마모지수 600)를 갖춘 게 특징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도로조건과 기후에 맞춰 개발한 타이어인데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무척 이상적이다. 조용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전달하며 접지력도 무난한 수준이다. 그만큼 브레이크는 향후 개선을 거쳐 부드럽고 꾸준한 능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쓴소리를 많이 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다. 운전석에 앉으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LPG 파워트레인은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깊은 인상을 준다. 조용하면서도 시원스럽게 속도를 올리고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타력 주행 시에는 마치 하이브리드차를 모는 것 같은 착각도 들 정도다. 그만큼 세련된 감각으로 쾌적한 운전에 도움을 준다.
내외관 디자인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볼륨을 강조한 보닛, 입체적인 굴곡으로 보는 맛을 더한 그릴과 범퍼의 조화가 상당하다. 뒤도 마찬가지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와 쿠페 느낌을 주는 부드럽게 내려앉은 지붕선은 오너로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신호대기 중에 힐끗 보이는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만족스럽다. 안정적인 위치에 놓인 화면과 버튼, 심플하면서도 알찬 구성의 센터 터널, 패들 시프트와 전자식 변속레버 등 구성에 있어서도 저렴한 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곳곳에 마련한 수납 공간도 유용해 업무 시 필요한 잔 짐을 넣기에도 편하다.
100% 완벽한 차는 없기 때문에 1년 가까이 몰면서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 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빨리 타협하고 장점을 보려 노력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K5 LPi는 진한 매력을 발산하며 우리의 소중한 발이 돼주고 있다.
그나저나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옆구리에 들러 붙은 녹물이다. 오래된 기계식 주차장에 차를 넣어놓고 자주 빼지 않다 보니 기계 한쪽 면에서 떨어져 흘러내린 결과다. 여기에 위쪽 차들에서 흐른 각종 오일류까지 섞여 상태가 말이 아니다. 닦아보려고 몇 번 노력 했지만 굳어버린 녹물은 좀처럼 지워질 생각을 안하고 있다. 내 차였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닦았겠지만 업무용 차 특성상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반성하며 다음에는 깨끗한 모습의 K5 LPi를 소개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