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인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회생절차 가능성 높아
-위탁생산업체로의 전환은 경영 지속 대안 중 하나
쌍용차가 회생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채권단에 쌍용차의 회생절차를 시작할지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투자자였던 미국 HAAH가 투자 의향을 내지 않고 있어 사실상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만약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은 관리인을 선임하고 존속과 회생의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강도 높은 몸집 줄이기에 나설 수 있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극심한 진통은 물론 노-노 갈등이나 영업직과의 마찰 등 다양한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는 1954년 하동환자동차 제작소로 출발해 수 십 년간 경영권이 한국, 중국, 인도 3개국으로 옮겨 다니며 주인이 7차례나 바뀌었다. 위기와 회복을 반복하는 위태로운 상황속에서도 어떻게든 사업을 유지했지만 결국 마지막 투자자까지 손을 떼는 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고령화 및 많은 인력, 노조가 강한 전형적인 국내 제조업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고임금, 고비용 구조까지 맞물려 부매랑이 돼 돌아온 결과"라고 내다봤다.
당장 정부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회생시키더라도 사업 자체가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경영 위기에 봉착한 이유가 제품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판매 부진인데 이는 정부 지원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어서다. 결국 장기적으로 쌍용차가 자생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쌍용차의 여력으로는 내수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기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르노삼성이나 한국지엠처럼 해외 본사 수출물량에 기댈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상 탈출구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쌍용차가 그간의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탁생산업체"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유력한 생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쌍용" 브랜드를 고집하기 보다는 다른 완성차 업체의 차종을 개발 및 생산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 우선 공장을 가동해 인력과 인프라를 유지하면 향후 쌍용 브랜드를 재건하는 데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쌍용차 사업 구조에서 개발 및 생산 능력은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어 무리한 시도는 아닐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과거와 달리 최근의 자동차 산업은 개발과 생산, 그리고 판매를 각각 분리 운영하는 만큼 잘하는 부분에 집중해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애플이 유명해져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처럼 글로벌 완성차 회사의 생산 기지로 활용해 쌍용차를 부활시키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회생방안이 몇 가지 없는 상황에서 해당 방법은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자동차 회사의 생명은 공장 라인이 움직이는 것이다. 빠르게 현실을 파악하고 원점에서 다시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공장을 지킬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