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으로 바뀐 강력한 주행 성능
-운전 즐거움 높이는 최신 기술 탑재
고성능하면 떠오르는 몇몇 세그먼트 차들이 있다. 세단과 SUV는 물론 늘씬한 슈퍼카, 작은 크기를 앞세워 매콤하게 내달리는 핫해치, 가벼운 몸무게와 감성을 품은 경량 로드스터 등. 이 중에서도 BMW M3는 터줏대감격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성능 세단이자 매번 큰 폭의 변화를 거쳐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6세대 신형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강한 성능을 바탕으로 최신 기술이 맞물려 완성도를 높였다. 총알탄 사나이를 자처하는 M3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도로 위로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M3는 겉모습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핵심은 단연 그릴이다. "호불호" 논란이 있었던 그릴은 실물로 봤을 때 "극호"로 바뀐다. 위아래로 면적을 키워 전면부를 장식했고 강인하면서 대범한 인상을 심었다. 크롬 도금의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BMW는 "최대한 경주차에 가깝게 만들고 싶어서 크롬을 전부 지웠고 그 결과 키드니그릴의 순수함이 더 잘 살아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세히 보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굵은 수평 줄을 제외하면 디테일한 무늬를 더하지 않았다. 차의 존재감을 키우며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큼직한 세로 형태는 기능적으로도 큰 개선을 이뤄냈다. 대표적으로 하단부를 더 원활한 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바꾼 게 특징이다. 과거에는 아래쪽에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센서가 있었지만 위치를 조금 더 위쪽으로 옮겨 달았다. 그 결과 하단 쿨링 기능이 더 높아졌다.
그릴 주변 요소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단정한 모습의 레이저 헤드램프는 최대 500m까지 시야를 비춰 안전 운전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안정적이며 큼직한 디자인의 앞범퍼 공기흡입구는 그릴과 조화를 이루고 양 끝에는 타이어를 식힐 수 있는 보조개도 달았다. 보닛의 형상도 독특하다.
대칭 형태의 "ㄷ"자 홈을 파 놓았고 가운데에는 큼직한 로고를 붙였다. 옆은 긴 세단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위 부분이 끊어진 형태의 사이드미러와 펜더 장식, 감각적인 디자인의 19인치 단조 휠까지 어느 한 곳 흠잡을 데가 없다. 피아노 블랙으로 마무리한 윈도우 몰딩과 사이드 스커트, 한껏 부풀린 펜더도 신형 M3만의 포인트다. 뒤는 3시리즈를 통해 봤던 익숙한 테일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이 외에 살짝 앞으로 튀어나온 범퍼와 4개의 굵은 테일파이프, 유광 블랙으로 감싼 디퓨저가 차의 성격을 알게 한다.
실내는 화려하고 사치스럽다. 핵심은 일체형 카본 버킷 시트에서 나온다. 무게를 10㎏ 가까이 덜어냈고 가죽과 알칸타라, 카본이 적절히 섞여 디자인적으로 훌륭하다. 두툼하게 튀어나온 양옆 지지대는 옆구리와 허벅지를 잡아주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1열 시트만 보면 경주차 실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실제로 헤드레스트는 볼트만 풀면 쉽게 분리할 수 있다. 회사는 서킷 주행 시 헬멧을 안전하게 지지하기 위한 부가 기능이라고 밝혔다.
운전석에 앉으면 M카만의 특별한 버튼이 흥분을 자극한다. 스티어링 휠에 붙은 M1, M2 버튼은 물론 기다란 패들시프트, 새빨간 시동 버튼, M 전용 변속 레버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 휠 아래쪽에 음각으로 새겨 넣은 M배지, 서로 다른 무늬의 카본 패널, M을 상징하는 색으로 꿰맨 스티치 등 온통 갖고 싶은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M3 전용 풀 디지털 계기판은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G포스는 물론 터보와 출력 그래프, 심지어 네 바퀴의 온도까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M 모드 버튼을 누르면 기어 단수와 속도가 큼직하게 부각돼 운전 집중도를 높인다. 여기에 rpm 게이지가 추가된 헤드업디스플레이까지 마치 전투기 조종석에서 볼 법한 장면이 연출된다. 운전자의 마음가짐을 다잡게 되는 신성한 공간이다.
2열은 세단 고유의 본분을 지킨 모습이다. 질 좋은 가죽 시트는 무릎이 닿는 바닥면이 넓어 안락하고 도어 끝부분까지 감싸 타고 내릴 때 한결 편하다. 개별 공조장치와 열선시트, 전용 송풍구, 2개의 USB 단자 등 편의 품목도 알뜰히 챙겼다. 무엇보다도 1열의 통 카본 시트를 보는 맛이 훌륭해 지루할 틈이 없다. 트렁크는 3시리즈와 동일하며 폴딩 기능을 갖춰 활용도가 높다.
▲성능
엔진은 직렬 6기통 3.0ℓ 가솔린 터보로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 66.3㎏·m의 성능을 낸다. 기존 대비 각 60마력, 10.2㎏·m 놓아진 수치다. 여기에 8단 스탭트로닉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3.9초,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50㎞다. 강한 힘은 오로지 뒷바퀴에만 전달하며 효율은 ℓ당 복합 8.3㎞를 실현했다.
이 차는 진정한 고성능 세단이다. M3와 함께 열정적으로 달리면 하늘을 나는 포탄에 앉았을 때 어떤 풍경을 보게 될지 알 수 있다. 거침없이 질주하고 무섭도록 빠르게 주변 사물이 지나간다. 엔진회전수가 6,800rpm을 지나 8,000rpm에 다다르면 직렬 6기통 터보의 잔혹한 고함이 최고조에 이른다. 펑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속도가 주는 놀라운 충격을 경험하며 차는 또다시 맹렬히 질주한다.
으르렁거리는 엔진 사운드가 시종일관 귀를 자극하고 변속 과정에서 울려 퍼지는 배기음은 중독성 강하다. 심지어 낮은 rpm에서 웅웅 거리는 공명음마저 아름답게 들린다. 가변 배기 버튼을 누르면 소리는 한층 굵은 톤으로 바뀐다. 가속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목청을 높이며 도로 위 주인공이 된다. 고성능 차를 타는 이유를 각인시켜주며 차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은 배로 커진다.
도로 폭만 넉넉하다면 코너를 생각보다 정확하게 공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매 순간 충분한 피드백도 얻는다. 바퀴는 피렐리 P제로 타이어를 씌웠다. 바닥을 끈적하게 잡고 깔끔한 포물선을 그려낸다. 기대 이상으로 자신감을 주는 타이어 덕에 더욱 안심하고 스로틀을 열 수 있다. 출력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안다면 최적의 코너 진입과 탈출도 경험할 수 있다.
자신감이 붙어 힘을 더 끌어내면 뒤가 살짝 흐르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차의 거동이 불안하다는 건 아니다. 각종 전자장비가 개입하면서 어떻게 서든지 차를 잡으려 노력한다. 때문에 쉽게 자세가 무너져 위험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 물론 자세제어장치를 끄면 말이 달라진다. 날 것 그대로의 상태로 모든 판단을 운전자에게 맡긴다.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능이 바로 M 드리프트다.
M 드리프트는 신형 M3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유쾌한 기능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설정에 들어간 뒤 DSC 버튼을 길게 눌러 해제한다. 이후 M 트랙션 컨트롤을 이용해 미끄러트리는 범위를 조절하면 끝이다. 모든 세팅을 마치면 스티어링 휠을 살짝 틀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쉽게 뒤를 흘리며 드리프트 자세를 연출한다. 참고로 M 트랙션 컨트롤은 총 10단계로 나뉜다.
숫자가 높을수록 활성화되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실제로 7~10단계는 사륜구동 차를 타는 것처럼 뒤가 거의 흐르지 않았다. 반면 1단계에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날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서킷이나 공터에서 잘 활용하면 각도기를 이용해 반원을 그린 것처럼 멋진 드리프트가 가능할 듯하다.
단순히 드리프트 기능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전용 분석기를 이용해 진행한 거리와 언더스티어 횟수, 각도, 시간, 퍼포먼스 상황 등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섯 개의 별로 점수까지 매길 수 있어 지속적으로 연습한다면 고수가 될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양산차에 운전 재미를 위한 기능을 섬세하게 만들어 탑재했다는 점에서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M1, M2 버튼은 입맛에 맞게 주행 패턴을 설명할 수 있다. 엔진과 변속기, 차체, 스티어링, 브레이크, DSC 등 가짓수가 많아 매번 다른 차를 모는 것 같다. 오랜 시간 최적의 세팅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고 차와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신형 M3는 매 순간 팔색조 매력을 뽐내며 탑승자 모두에게 웃음과 희열을 안겨준다.
이 외에 서스펜션은 딱딱하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수긍할만한 세팅이며 직관적인 핸들링과 만나 장점을 키운다. 또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언제든지 원하는 순간에 차를 멈춰 세우고 오랜 시간 다뤄도 쉽게 지치는 기색이 없다. 전체적으로 고성능 차가 갖춰야 할 능력을 이상적으로 보여주며
▲총평
BMW M3는 고성능 세단의 올바른 표본을 보는 것 같다. 먼저 또렷한 이목구비와 섬세한 디테일을 바탕으로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알찬 공간을 기본으로 갖췄다. 여기에 역동적인 성능과 균형감 있는 주행은 언제든지 운전자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준다. 신형으로 오면서 악동 이미지가 강해졌다.
언제든지 튀어나갈 준비를 마치고 조금이라도 고삐를 풀면 미친듯이 도로 위를 활보한다. 조련하는 과정에서 차와 운전자는 한 몸이 되고 저절로 드라이빙 실력이 늘어난다. 명료한 움직임에 반하고 열정 가득한 피드백에 감동한다. 여전히 시대를 대표하는 고성능 차이자 라이벌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BMW M3는 4월 컴페티션 퍼스트 에디션을 시작으로 다음달에는 컴페디션이 국내 출시한다. 또 하반기에는 사륜구동 버전인 M3 컴페티션 M x드라이브가 나올 예정이다. 시승차는 BMW 샵 온라인을 통해 한정 판매했던 M3 컴페티션 세단 퍼스트 에디션으로 가격은 1억3,0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