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실연비 최강 시에나 HEV, ℓ당 20㎞ 거뜬

입력 2021년04월16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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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기준 뛰어넘는 높은 효율 보여줘
 -완성도 높은 HEV 시스템으로 최적 성능 발휘

 토요타 신형 시에나가 지난 13일 국내 출시했다. 새 차는 10년만에 바뀐 완전변경 제품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알찬 구성, 브랜드 최신 편의 및 안전 기능을 적용했다. 특히 토요타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 시에나 하이브리드 등장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미니밴을 끌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배터리와 전기모터 탑재로 공간에서 부족함을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에서다. 무엇보다도 효율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줄 지 의문이 들었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에나 하이브리드 시승행사장을 찾았고 결과는 극적인 반전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출발지인 잠실역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 회사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효율을 보장한다"며 "숫자에 연연해 하지 말고 일상 주행처럼 여유롭게 다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감 있는 말투에서 차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시승 코스는 잠실에서 양평에 위치한 이항로선생 생가를 거쳐 가평의 한 반환점 장소까지 이동하는 약 60㎞ 구간이었다. 오로지 국도로만 달려야 하며 고저차가 심한 산길도 지나야 했다. 

 배정받은 차는 사륜구동이 탑재된 AWD 트림이다. 동력계는 4기통 2.5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조합으로 시스템 최고출력 246마력을 발휘한다. 관건인 효율은 복합 13.7㎞/ℓ(도심: 14.1㎞/ℓ, 고속도로: 13.3㎞/ℓ)를 달성했다. 간단한 제원표를 숙지한 뒤 내비게이션을 설정하고 트립컴퓨터를 전부 초기화했다. 이후 시동을 걸자 차는 고요하게 잠에서 깼다. 그리고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까지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오로지 전기의 힘으로만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일 뿐이다. 

 러시아워가 지나간 후 평일 오전시간 도로 위는 널널했다. 운전 모드는 노멀로 두고 제한 속도에 맞춰 여유롭게 주행을 이어나갔다. 트립컴퓨터 속 숫자는 빠르게 올라가 순식간에 환경부 인증을 넘어선 14.0㎞/ℓ 수준을 보여줬다. 신호등이 전부 초록불로 바뀌면서 크루징에 나설 때는 ℓ당 16㎞도 기록했다. 적잖이 놀란 마음을 감추고 본격적으로 경유지를 향해 달렸다. 

 국도를 나와 폭이 좁은 시골길과 굽이치는 산길을 통과했다. 오르막에서는 엔진이 적극 개입하며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내리막에서는 회생제동을 강하게 걸어 배터리 충전에 집중해 금세 숫자를 회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경유지를 통과해 반환점까지의 트립컴퓨터 효율은 17.5㎞/ℓ를 기록했다. 공인 수치보다 약 3.8㎞/ℓ 더 잘나온 결과다. 

 잠시 휴식을 거친 뒤 처음 출발했던 잠실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 이번에는 오로지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활용해 속도를 빠르게 100㎞에 올린 뒤 타력 주행을 이어나갔다. 트림컴퓨터 숫자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반면 배터리는 빠르게 충전돼 주행거리를 늘려나갔다. 

 서울에 진입하자 공사구간으로 인해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시속 50~60㎞로 서행을 이어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시에나 하이브리드의 진가가 나타났다. 오로지 전기모터와 배터리 조합으로만 바퀴를 굴렸고 효율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심지어 시속 40㎞ 아래에서는 EV모드를 적극 활용해 극강의 수치를 보여줬다. 그 결과 계기판 속 효율은 24.5㎞/ℓ를 기록했다. 공인 효율보다 10.8㎞/ℓ나 잘 나온 것이다. 두 눈을 비비며 계기판이 고장 났나 생각할 정도로 높은 숫자를 보여줬다.

 물론 하염없이 올라가는 건 아니었다. 시내 한복판으로 들어오니 배터리를 거의 다 사용해 엔진이 적극 개입하며 충전을 했다. 또 흐름에 맞춰 가감속을 하고 에어컨을 켜니 효율은 점점 떨어져 22~23.0㎞/ℓ 까지 낮아졌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뒤 편도를 합산한 평균 효율은 20.4㎞/ℓ를 기록했다. 2.2t에 육박하는 무게와 전기모터, 배터리는 물론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넣은 차의 효율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숫자다.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정숙성은 수준급이다.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비롯해 방음에 각별히 신경쓴 덕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장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여기에 저중심 플랫폼인 TNGA는 MPV 세그먼트와 만나 최적의 능력을 발휘한다. 고속에서 낮게 몸을 낮추며 안정성을 높였고 급히 차선을 변경하거나 깊은 코너를 만나도 탄탄하게 차체를 잡으며 자세를 유지했다.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초점을 둬 무척 부드럽다. 이 차를 가지고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할 듯하다. 

 겉모습은 듬직하고 볼드한 이미지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은색 및 유광블랙으로 감싼 장식은 멋을 더한다. 크게 입 벌린 그릴은 패밀리-룩을 잘 맞춘 모습이며 화살표 모양의 굵은 캐릭터라인을 추가해 차가 한층 강인해 보인다. 옆은 진한 곡선을 사용해 밋밋함을 피했다. 

 여기에 슬라이딩 레일을 유리 안쪽으로 숨겨 놓아서 한층 깔끔한 모습을 드러낸다. 뒤는 크기를 줄이고 늘씬하게 바뀐 테일램프가 시선을 끈다. 트렁크 곳곳에 붙은 레터링은 차의 성격을 드러내는 훈장과 같고 유광 블랙을 통으로 감싼 범퍼도 인상적이다.

 실내는 깔끔하다. 수평과 수직을 적절히 활용해 기능적으로도 불편함이 없다. 정갈한 버튼과 선명한 화면, 큼직한 컵홀더 및 수납함은 볼수록 마음에 든다. 여기에 열선 스티어링, 앞좌석 통풍 및 열선 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4존 에어컨, 12개 스피커 JBL 오디오 등 편의품목도 가득하다. 

 또 디지털 리어 뷰 미러, 파노라믹 뷰 모니터와 같은 최신 기술도 탑재했다. 추가로 2WD 트림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2열 공간에 11.6인치 리어 시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무릎 받침대를 포함한 오토만 시트 등을 기본 장착했다. 

 2열 캡틴 시트는 슈퍼 롱 슬라이드 레일을 적용해 624㎜ 범위에서 시트를 전후로 이동할 수 있다. 이와 함께 3열 좌석은 유아용 카시트를 고정할 수 있는 아이소픽스를 반영했다. 6:4 비율로 접을 수도 있다. 각 천장에는 전용 송풍구가 있으며 전용 컵홀더와 USB 충전 단자, 추가로 2열은 열선 시트, 3열은 햇빛가리개를 장착해 장거리 이동 시 편안함을 키웠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미니밴에서 바라는 거의 모든 역할을 구현하는 차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겉을 꾸미고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실내는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저격한다. 큰차를 몰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 정도로 넓은 공간도 핵심이다. 여기에 2열과 3열을 배려해 꾸민 편의 기능은 운전자로서 안심이 드는 구석이다. 

 파워트레인은 신의 한수다. 차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고 소리 없이 강한 모습으로 도로를 힘차게 내달린다. 낮은 배기량의 디젤 엔진을 탑재한 소형차에서나 볼 법한 효율은 직접 경험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오랜 시간 하이브리드를 사용하고 다듬어 온 토요타의 노하우가 빛난다.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온 가족이 함께 편하고 즐겁게 이동하기에 더 없이 좋은 미니밴이다. 아빠들의 드림카 리스트에 한번 쯤 이름을 올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가격은 AWD 6,200만원, 2WD 6,4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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