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재규어의 정체성, F타입 P380

입력 2021년04월20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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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램프 적용으로 아름다운 디자인 강조
 -영국차 특유의 감성 품질 인상적  
 -380마력 내뿜는 슈퍼차저 엔진과 강한 배기음

 재규어는 아름다운 차를 잘 만드는 회사다. 첫 시선을 사로잡고 긴 여운을 남기며 사람 들에게 오랜 시간 회자되는 제품을 만든다. 이런 감성은 세그먼트 구분 없이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늘씬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스포츠카 분야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뽐낸다. 지난 2013년도 태어난 F-타입이 주인공이다. 

 당시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온 신경을 쏟아 그린 역작"이라고 말한 뒤 "재규어의 정체성과 자부심, 미래의 방향까지도 엿볼 수 있는 차"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지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월 부분변경 신형 F-타입이 국내 출시했다. 새 차는 램프의 파격적인 변화를 비롯해 그릴, 보닛 등 다양한 요소를 섬세하게 다듬어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새 차의 특별한 매력을 경험하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신형 F-타입의 가장 큰 변화는 전면부다. 먼저 풀 LED 헤드램프 위치를 아래로 내렸다. 일반 시선에서는 잘 보이지 않은 정도로 낮다. 여기에 크기를 줄이고 가로로 얇게 늘려 강인한 인상을 구현했다. "J"자 모양 주간주행등과 턴시그널 타입 방향지시등은 패밀리-룩을 맞춘 모습이다. 그릴과 공기흡입구는 단정하다. 모든 바람을 빨아들일 것처럼 크게 표현돼 있고 주변을 피아노 블랙으로 감싸 고급스럽다. 반면 프론트 스플리터나 사이드 스커트 뒤 범퍼 등은 매트 재질로 감싸 젊은 감각을 키웠다. 

 옆은 환상적인 비율이 눈길을 끈다. 쿠페가 보여줄 수 있는 매끈하고 섬세한 곡선의 향연이다. 특히 뒤 펜더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둥근 라인은 압권이다. 한껏 부풀려 듬직하면서도 낮고 넓은 차체 이미지를 구현했다. 뒤는 완만하게 내려앉은 유리창과 큼직한 재규어 로고, 레터링이 특징이다. 여기에 일체형 스포일러도 마련해 기능과 멋을 동시에 챙겼다. 

 가로로 긴 테일램프는 기존과 같지만 안쪽 구성을 바꿔 신형 다운 모습을 표현했다. 직선을 강조한 굵은 LED가 명확한 인상을 보여준다. 배기구는 중앙으로 몰아넣었다. 크롬도금 처리된 대구경 파이프가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드러낸다. 날카로운 디퓨저는 없지만 안쪽으로 깊게 말아 넣는 디자인을 적용해 전체적인 볼륨감을 강조한 느낌이다.  

 실내는 기존과 크게 달라진 구석을 찾기 힘들다. 운전자 쪽으로 치우친 센터페시아, 넓은 대시보드, 화면과 버튼, 다이얼 위치도 전부 그대로다. 재규어는 눈에 보이는 변화보단 내실을 다지는 쪽을 택했다. 브랜드 최신 전장기술을 탑재하고 디지털 요소를 추가한 것. 먼저 12.3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이다.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세련된 그래픽과 역동적인 숫자, 글씨체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외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지원되는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무선으로 편리하게 자동차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SOTA 등 다양한 운전자 중심의 기술이 대거 들어갔다. 

 소재와 마감 부분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다. 최고급 윈저 가죽 및 새틴 마감, 노블 크롬과 같은 현대적인 소재가 결합된 실내는 프리미엄 스포츠카다운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감성 품질도 상당하다. 새빨간 스포츠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 타입으로 디자인이 뛰어나다. 

 낮은 포지션과 온몸을 강하게 잡아주는 에어 버킷, 감각적인 스티치 패턴, 볼록하게 튀어나온 재규어 로고까지 완벽하다. 또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을 비롯해 시트 및 도어의 모노그램 스티치 패턴, 헤드레스트의 재규어 리퍼 모티브, 중앙 콘솔 피니셔에 새겨진 "재규어. 1935" 레터링 등 아름답고 정교해 품격을 더한다. 

 차의 태생을 고려하면 공간 자체는 넉넉하지 않다. 그럼에도 비슷한 2인승 스포츠카 라이벌보다는 제법 쓸모 있는 구석이 많이 보인다. 컵홀더와 도어 안쪽 수납은 크고 깊다. 버튼식 글러브 박스에도 DSLR 카메라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함을 갖췄다. 반면 트렁크는 약간 의문이다. 공간 자체는 괜찮은데 커다란 스페어 타이어가 장착돼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 펑쳐키트로 대신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성능
 재규어 F타입 쿠페 P380은 V6 3.0ℓ 슈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6.9㎏·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4.9초이며,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75㎞다. 효율은 ℓ당 복합 8.6㎞를 실현했다.

 시동을 켜면 거친 사운드를 토해내며 성격을 드러낸다. 냉간 시 소리는 웬만한 슈퍼카를 짓누를 정도로 크다. 엔진 회전수가 치솟고 백파이프에는 흰 연기와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일반 주행에서도 소리는 좀처럼 잦아들 생각을 안 한다. 실용적인 변속이 이뤄지는 2,000rpm 부근에서부터 터빈 돌아가는 사운드가 실내에 퍼지고 3000rpm까지 길게 잡아 끄며 소프라노 톤 비명을 지른다. 

 이후 잠시 숨 고르기 한 뒤 5,500~6,500rpm을 향할 때면 소리는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나서 퍽 하고 터지는 배기음과 함께 변속이 이뤄지고 다시 과정이 반복된다. 끊임없이 운전자를 흥분시키며 더 달리라고 부추기는 기분이 든다. 스포츠 배기 버튼을 누르면 모든 음역대는 두 배 이상 커진다.

 귓가를 자극하는 일등공신인 출력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슈퍼차저 특유의 거칠면서도 강한 힘은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휠 스핀이 날 정도로 엄청난 발진 가속을 전달하고 차는 가열차게 달려나간다. 이후 고회전으로 넘어갈수록 매력은 커지며 폭발적인 순간 출력을 앞세워 강하게 길 끝을 향해 몰아붙인다. 계기판 속도 바늘을 후련하게 올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원하는 숫자에 도달해 있다. 낮은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가 맞물려 체감 가속은 그 이상이다. 

 화끈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합을 맞추는 부품들의 능력이 돋보인다. 서스펜션은 딱딱하게 굳어서 모든 노면을 가감없이 읽어낸다. 엉덩이 끝으로 미세한 잔 진동과 거친 도로의 굴곡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며 주행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스티어링 휠도 마찬가지다. 반응이 한층 예민해지며 날카로운 코너 공략에 도움을 준다. 빠른 반응 탓에 뒤꽁무니가 중심에서 멀어지는 오버스티어도 일으키게 된다. 물론 살짝 흐를 뿐 위험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 더욱이 조금만 지나면 빠르게 적응해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끌어내 운전이 즐거워진다. 

 섀시는 기본적으로 견고하다. 하지만 한층 더 하드코어한 주행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과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지능적으로 작동해 정확한 컨트롤을 보장하지만 그 이상의 감동은 받기 힘들다. 비현실적인 움직임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성격을 강조해 운전 스킬을 늘리는 데에 집중한 모습이다.  

 재규어 F타입은 거침없는 주행 성능을 내세워 스포츠카 본질을 향한다. 시대가 변할수록 똑똑해지고 운전자 모르게 모든 일을 다 도와주는 요즘 차들과는 선을 긋는다. 끓어오르는 출력과 토크를 가지고 와일드한 자세를 시종일관 연출한다. 그만큼 운전자 능력에 따라 차의 거동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과 발끝의 책임감이 더해지는 부분이다. 물론 잘만 다루면 차와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교감이 가능한 차가 될 수 있다. 

 총평
 영국식으로 풀어낸 재규어 스포츠카는 다방면에서 깊은 울림과 여운을 전달했다. 긴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외관은 언제나 사람 마음을 홀린다. 여기에 과감하게 변경한 헤드램프와 몇몇 요소의 변화가 신형 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실내는 감성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보고 듣고 만지고 있으면 차가 주는 유혹에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시동을 켜면 재규어 본성을 드러낸다. 무지막지한 힘과 사운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움직임까지 운전자를 적당히 긴장시키면서 힘차게 질주한다. 스릴과 짜릿함을 동시에 느끼며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띤다. 매혹적인 디자인과 강한 성격으로 무장한 달리기 실력까지 F타입은 중독성 강한 스포츠카가의 표본이다.

 가격은 P300 쿠페 9,650만원, 컨버터블 1억150만원, P380 R-다이내믹 쿠페 1억3,707만원, 컨버터블 1억4,207만원, P380 퍼스트 에디션 쿠페 1억4,937만원, 컨버터블 1억5,317만원, R 쿠페 1억9,627만원, 컨버터블 2억12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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