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K시리즈와 디자인 기아 그리고 K8

입력 2021년04월29일 00시00분 오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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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시리즈 성공으로 디자인 기아에 대한 신뢰도 높아
 -K8, 국산 준대형 시장 게임체인저 될까

 기아 K8이 사전계약 첫날 1만8,015대의 계약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11월 출시한 3세대 K5가 보유하고 있던 기아 세단 역대 기록 7,003대를 무려 1만1,012대 차이로 넘어섰다. 지난해 K7 국내 판매 실적(4만1,048대)과 비교하자면 약 44%를 사전계약 하루만에 달성한 셈이다. 새로운 준대형 세단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이 얼마나 극심했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치 예정된 듯한(?) K8의 성공은 지금의 "디자인 기아"를 있게 한 K시리즈의 위상에서 비롯됐다. K시리즈는 지난 2009년 K7을 시작으로 K5와 K3, K9 등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올해로 출범 12년차를 맞았다. 1세대 K7은 호랑이코 그릴의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과 나파가죽 시트를 적용한 인테리어로 단숨에 국산 준대형 시장을 휩쓸었다. 2011년 출시된 K5는 1세대가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어워드에서 한국차 브랜드 최초로 자동차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2세대까지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이외 iF 디자인상, 미국 굿 디자인상까지 휩쓸며 본격적으로 디자인 기아 시대를 이끌었다. 이후 준중형 세단인 K3와 대형 세단 K9까지 추가된 K시리즈는 지난 10년간 누적판매 550만대를 뛰어넘었다. 

 지금에 이르는 "디자인 기아"의 명성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았다. 기아는 2005년 유럽 시장 진출을 계기로 디자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6년 아우디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영입했다. 기아에 합류한 피터 슈라이어는 멀리서도 디자인만으로 기아 브랜드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상징성을 기획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기아의 DNA와도 같은 호랑이코 그릴이다. 호랑이코 그릴은 전 차급에 걸쳐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디자인 요소들과 어울리며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았다.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차명 체계도 손봤다. 뇌과학자로 알려진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피실험자들의 뇌반응을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임팩트있는 네이밍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이름이 바로 K7이다. K는 기아(KIA)와 대한민국(Korea)의 첫 글자이며 "강함·지배·통치"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Kratos"를 의미하기도 한다. "경쟁력 있는 신차로 다른 차들을 능가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7은 일반적으로 준대형~대형 차급에 사용되며 행운의 숫자로 대중의 선호가 높아 K시리즈 첫 제품명으로 발탁됐다. 

 K8은 K7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한 걸음 더 진보했다. 기아는 K8을 통해 한 차원 성장한 준대형 세단의 기준을 세우고자 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대형 세단급의 실내 공간과 편의 품목, 넉넉한 배기량과 성능으로 차급을 뛰어넘는 상품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시장의 초기 반응은 폭발적인 사전계약 대수로 어느정도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정체돼 있던 국산 준대형 시장에 새로운 파장을 몰고 온 K8에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K8의 외관은 얇은 헤드램프와 독특한 디자인의 그릴이 시선을 끈다. 그릴은 바디 컬러에 따라 이미지를 달리해 신선함을 준다. 더불어 차급을 넘는 긴 차체가 인상적이다. K8은 길이 5,015㎜, 너비와 높이는 1,875㎜, 1,455㎜에 이르며 라이벌대비 큰 차체를 자랑한다.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내려앉은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가로로 긴 테일램프와 심플한 트렁크 라인도 세련미를 더한다.

 디자인뿐 아니라 감성 품질에서도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운전석에는 7개 공기 주머니를 활용해 운전 환경에 맞게 최적의 착좌감을 제공하고 피로감을 낮춰주는 에르고 모션 시트가 최초로 들어갔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공기 주머니를 개별적으로 제어해 앉은 상태로 스트레칭을 하는 듯한 효과를 주는 "컴포트 스트레칭 모드", 역동적인 주행 시 운전자의 몸을 꽉 잡아주는 "스마트 서포트", 운전 1시간 경과 시 공기 주머니를 조절해 편안한 착좌감을 주는 "자세 보조" 등으로 나뉜다. 또 영국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브랜드인 메리디안 사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처음으로 탑재했다. 차도 변화에 따라 오디오 음량과 음질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인텔리-큐"와 공연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과 입체감 있는 음향을 제공하는 "호라이즌" 등 메리디안 사의 고유 음향효과로 풍부한 음색과 깊은 공간감을 구현한다. 

 기아는 확고한 신념과 방향성을 통해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 정체성을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선구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한 강인한 의지는 기아만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이를 세계화하는 데 일조한다. 이러한 면에서 K시리즈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K-열풍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물론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상품성이다. 시각적 만족에 더불어 촉각, 후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다. 그리고 기아와 K8은 이를 아주 잘 알고 있다. K시리즈의 새로운 역사가 기대된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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