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당근에서 산 쇼파 옮기려는데…1t 트럭 렌트가 안된다?

입력 2021년05월10일 00시00분 오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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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근마켓에서 50만원이 넘는 쇼파를 단돈 5만원에 구매했다. 카니발을 타고 있지만 아무래도 트렁크에 싣기는 무리일 것 같다. 그래, 내겐 운전면허가 있으니 1t 트럭을 빌리자. 요즘 널리고 널린게 렌터카 아닌가. 어라? 그런데 렌터카 업체 리스트에 1t 트럭이 없다. 웹검색을 통해 1t 트럭 대여를 알아보니 운전 기사가 딸린 1t 트럭만 빌릴 수 있단다. 난 차만 필요한데 왜 1t 트럭은 렌트가 안될까?

 바야흐로 현대판 "아나바다"의 시대다. 외환위기 시절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운동이 최근엔 "이왕이면 동일한 지출로 더 다양한 경험을 하자"는 방향으로 목적만 달라졌을 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무엇이든 스스로하는 "DIY",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공유", 빨라진 교체주기에 따른 "중고거래" 등을 활성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인 소비와 결을 달리하는 것이 1t 트럭이다. 1t 트럭은 제1종뿐 아니라 제2종 보통면허로도 운전할 수 있는 차종이지만 대여는 불법이다. 특수자동차를 제외하고 2종 보통면허로 대여를 할 수 없는 차는 화물차가 유일하다. 각종 승용차와 승합차, 이륜차까지 빌려타는 세상이지만 화물차는 대여가 안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 제67조에서는 대여사업용 자동차의 종류를 "승용차와 경형승합차, 소형승합차, 중형승합차(승차정원 15인승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렌터카는 사람을 수송하는 여객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화물차는 사람 대신 짐을 운반하는 유상운송 행위로 간주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따른다. 화물차는 운송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짐을 운반하는 유상운송만 가능하고 화물차만 따로 대여하는 것은 불법이다. 

 배경은 화물차 운전의 특수성때문이다. 화물차는 주로 부피가 크고 많은 짐을 운송한다. 운전자가 화물을 단단히 결속하지 않으면 화물이 흔들리거나 낙하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에선 화물차 운전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화물운송종사 자격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교통 및 화물 관련 법규, 화물취급 요령, 안전운행 요령, 운송 서비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안전운전 및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교육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화물차 운전자 없이 1t 트럭을 대여하는 것이 꽤 위험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만약 안전때문이라면 운전면허 시험을 강화하거나 렌트 시 교육을 의무화하면 된다. 실질적으로는 화물운송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누구나 1t 트럭을 대여해 짐을 직접 나르기 시작하면 화물유상운송 시장이 폄하되고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택시라는 여객유상운송 시장에 "타다"같은 불청객이 나타나 밥그릇을 흔든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도 "타다"의 출현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 사업을 창출해 냈다. 불법으로 시작했지만 합법을 이끌어 낸 셈이다. 택시와 화물은 실어 나르는 주체만 다를 뿐이다. 어느 법이든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진 대중의 필요와 요구를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제쯤 당근 거래에서 1t 트럭을 빌려 안마의자를 옮길 수 있을까. 다음 전세 계약 쯤이길 희망해 본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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