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고성능 전기차 타이칸의 놀라운 주행거리

입력 2021년05월21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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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인증보다 높은 주행가능거리 뽐내
 -강한 성능과 균형감 갖춘 전천후 전기 스포츠카

 고출력 전기차에 대한 편견이 있다. 역동적인 성능만 앞세워 정작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제한적일 거라는 막연한 우려다. 짧고 굵게 달리는 차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수입차의 경우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도 혼란을 키운다. WLTP 기준과 우리나라 환경부에서 측정한 수치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차를 구입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일 포르쉐코리아가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 타이칸을 가지고 강원도를 하루 종일 달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한번 충전으로 타이칸은 얼마만큼 갈 수 있을지 350㎞에 달하는 시승 코스를 주행하면서 직접 확인해봤다.

 먼저 시승차는 타이칸 4S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다. 93.4㎾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와 히트펌프를 장착하고 270㎾ 전기모터를 더해 최고 490마력, 최대토크는 66.3㎏·m를 발휘한다. 여기에 오버부스트를 사용하면 최고출력 571마력까지 올라가고 런치컨트롤 이용 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은 단 4초에 끝낸다. 최고속도는 250㎞/h로 제한했으며 환경부로 받은 주행가능거리는 289㎞다.

 코스는 총 7개로 준비했다. 일반국도와 해안도로, 고속도로 등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총 350㎞의 거리를 약 5시간동안 달리게 된다. 특히 업힐과 다운힐이 연속되는 와인딩을 여러 구간으로 준비해 기대를 키웠다. 출발에 앞서 회사 관계자는 "험란한 강원도 고개를 세 번이나 넘는다"며 "오로지 효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차가 가진 능력을 아낌없이 다 쓰면서도 그 속에서도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동을 켜니 동그란 원형 계기판 아래에는 460㎞를 달릴 수 있다고 나왔다. 배터리 잔량은 98% 수준. 벌써부터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숫자다. 이후 노멀모드에서 주행을 이어나갔다. 차는 부드럽고 차분한 성격을 드러내며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갔다. 전기차가 지닌 기본적인 특징을 잘 구현했고 예민하거나 다루기 어렵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강력한 제원표 속 숫자를 감안하면 사뭇 놀라울 정도로 온순하다. 

 물론 페달을 깊게 밟으면 강하게 속도를 올리지만 추월가속이나 급가속이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일반 대배기량 내연기관차처럼 매끄럽게 달린다. 무엇보다도 초반 가속이 자연스러워 이질감이 거의 없다. 테슬라처럼 초반에 모든 전기에너지를 쏟으며 당황스럽게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내에 퍼지는 음악 소리에 맞춰 경쾌한 드라이빙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덧 첫번째 와인딩 장소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재정비를 거친 뒤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스로틀을 열자마자 "그래 이게 타이칸이지" 말하면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일반국도를 달렸을 때 나긋나긋한 감각은 사라지고 온통 사나운 스포츠카로 성격을 고쳤다.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고치고 맹렬히 달려나간다. 실린더가 압축과 팽창을 거듭해 터지면서 질주하는 감각과는 완전히 다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보다 빨리 코너 맨 앞에 위치해 달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스릴과 짜릿한 질주 본능은 어떤 차보다도 우위에 선다.

 전기 에너지가 주는 힘도 상당하지만 굽이치는 길을 하나씩 통과할 때 경험하는 균형감이 상당하다. 특유의 섀시 컨트롤은 타이칸의 운동성능을 극대화한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전자식 댐퍼 컨트롤과 함께 3챔버 에어서스펜션, 토크벡터링 플러스 등을 통해 어떤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준다. 

 그 결과 박스터나 911에서 겪었던 감동을 동일하게 느낄 수 있고 코너를 정복해 나갈 때마다 깊은 감동을 받는다. 긴 차체와 묵직한 배터리를 품고 있는 차가 어떻게 이런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비현실적인 움직임과 완벽한 주행을 돕는다.

 그 중에서도 선택 가능한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은 일품이다. 브랜드의 축복받은 아이템이자 사기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최고 기술이다. 최대 횡가속 상황에서도 바디의 롤을 0도에 가깝게 제어가 가능하다.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 밸런스를 미세하게 조정해 차의 균형 잡힌 움직임을 도와준다. 

 쉽게 말해 빠르게 차선 변경을 하거나 급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꺾어도 흔들림 없이 완벽하게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운전자는 이 과정에서 타이칸이 주는 능력치와 피드백을 흡수하고 보다 완성도 높은 주행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신나게 산길을 오르 내린 뒤 숨을 고르기 위해 다시 일반국도로 진입했다. 이후 해안도로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운전하며 여유를 즐겼다. 여기에서는 레인지 모드를 사용했다. 효율을 극단적으로 아껴주는 모드이며 최고속도도 140㎞/h로 제한된다. 스로틀 반응도 무디며 웬만해서는 강하게 차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여기에 일정한 내리막길에서는 회생제동 기능도 적극 사용했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달린 버튼 한번만 누르면 곧바로 활성화 되는데 주행가능거리를 높이는 데에 제법 쏠쏠하다. 두 기능을 사용하니 전비가 높아지고 배터리 잔량이 줄어드는 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마지막 휴식 장소에서는 차를 여유롭게 볼 시간이 주어졌다. 타이칸은 언제 봐도 신선함을 자극한다. 포르쉐를 상징하는 동그란 눈망울 대신 타원형의 감각적인 헤드램프가 들어갔다. 동글동글하면서도 볼륨감을 살린 모습은 그대로다. 여기에 곡선을 강조한 루프라인과 군더더기 없는 캐릭터라인은 긴 차체와 어우러져 4도어만의 아름다움을 풍긴다. 

 다양한 디자인의 투톤휠과 대용량 디스크브레이크 및 캘리퍼는 고르는 맛이 있다. 하나같이 예쁘고 세련된 신발이다. 뒤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가로로 얇게 이어진 테일램프는 다른 포르쉐 라인업과 합을 맞추고 필기체 레터링과 두툼한 범퍼는 시선을 자극한다.

 실내는 디스플레이의 향연이다. 먼저 가로로 긴 커브드 계기판은 선명한 그래픽으로 시선을 자극한다. 포르쉐를 상징하는 여러 개의 원형으로 마련했고 깔끔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수평형 대시보드를 비롯해 와이드 모니터는 조수석까지 길게 자리 잡았다. 덕분에 동승석 탑승자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아래쪽에는 공조장치를 포함한 실내 기능을 다룰 수 있는 버튼이 전부 터치 패널로 만들었다. 뒤로 간단한 컵홀더와 수납함이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이며 기존 포르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성을 전달한다. 

 2열은 제법 넓다. 엔진 위치까지 최대한 길게 뺀 휠베이스가 한 몫 했다. 가죽 시트는 무난하며 전용 공조장치와 송풍구, 컵홀더 등 필요한 편의 기능이 알차게 들어있다. 다만 파나메라나 카이엔만큼 호화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알하게 공간을 뽑아 실용적으로 꾸민 모습이다. 전기차 특성상 트렁크는 앞뒤로 사용할 수 있으며 각 81ℓ와 366ℓ를 제공한다.

 행사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시작해 일몰이 지고 어두워질 무렵 끝이 났다. 그리고 최종 도착했을 때 주행거리는 놀라웠다. 350㎞를 달렸음에도 무려 91㎞가 남은 것이다. 이를 통해 1회 충전으로 총 441㎞를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환경부 주행거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배터리도 20%나 남은 상황. 차에 대한 신뢰가 하늘을 찌르는 순간이다. 한편으로는 휠과 타이어 성격에 따라서 주행 가능거리는 더 늘어날 듯하다. 실제로 같이 주행한 일행 중 효율을 중점적으로 차분하게 달린 팀의 경우 배터리 잔량은 26%, 남은 주행거리는 무려 120㎞를 기록하기도 했다. 


 빠르게 달리는 차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배터리와 모터 용량을 키우고 공기역학에 집중하면 된다. 반면 완벽한 주행 실력까지 갖춘 차는 찾기 힘들다. 이를 구현하려면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타이칸은 고출력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전천후 전기차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완벽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주기 위해 노력한 포르쉐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장거리 주행에도 문제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만큼 당분간 양산형 전기 스포츠카 분야에서는 타이칸을 따라올 차가 없을 듯하다. 타이칸 4S의 판매가격은 1억4,560만원이며 몇 가지 안전, 편의 품목을 선택으로 넣은 시승차는 1억9,100만원이다.

강릉=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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