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RS부터 R8, e-트론 GT까지 총 집합
-브랜드가 추구하는 고성능 방향과 진가 경험
지난 1일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이 속속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 모여들었다. 입구부터 몽환적인 안개 사이로 강렬한 주간주행등이 인상적인 아우디 차들이 도열해 있었다. 무대 안쪽에는 빨간색 네온 조명과 함께 참가자들을 맞이했고 서킷에서는 천둥 치는 배기음과 엔진음이 공존하며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적당한 긴장감과 두근거림을 전달하는 요소로 가득한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가 막이 올랐다. 이후 하루종일 차를 타면서 반전매력과 즐거움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입구에 들어서자 각양각색의 아우디 고성능 차들이 참가자를 맞이했다. 거대한 무대와 어우러져 마치 해외 모터쇼를 연상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온통 한국땅을 처음 밟은 신차들이다. 신형으로 돌아온 4도어 쿠페 RS7부터 카본 장식으로 뒤덮은 가장 빠른 양산형 SUV RS Q8, 수 많은 매니아층을 갖고 있는 RS6 아반트가 대표적이다. 맨 앞에는 순수 전기 스포츠카 e-트론 GT와 GT RS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무대 뒤편에는 정통 미드십 스포츠카 R8 전용 존을 마련해 흥분을 더했다.
방역 수칙을 마친 라운지에서 간단한 진행방식을 들은 뒤 첫 번째로 아우디 고성능 SUV RS Q8의 성능 체험이 이뤄졌다. 총 세 코스를 순서대로 돌며 가속과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반응 등을 테스트했다. 참고로 RS Q8은 V8 4.0ℓ TFSI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81.6㎏·m를 발휘한다. 선택품목인 다이내믹 패키지를 추가하면 시속 305㎞로 달릴 수 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트랙에서 7분42초253라는 랩타임으로 가장 빠른 양산형 SUV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어 기대감을 높였다.
출발선에서 신호가 떨어지자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차는 앞머리를 들고 굉음을 내지르며 달려나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은 단 3.8초. 거대한 SUV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가속감이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몸이 시트 안쪽으로 강하게 파고 들었다. 시야는 급격하게 좁아졌고 순식간에 브레이킹존에 도착했다. 제동력은 가속 못지 않게 환상적이다. 아스팔트를 찍으며 순식간에 차를 멈춰 세운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모든 감각을 배로 경험할 수 있다.
러버콘을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슬라럼 코스에서는 민첩한 차의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차는 좀처럼 롤을 허용하지 않으며 재빠르게 방향을 틀어 빠르게 통과했다. 단단한 하체세팅과 서스펜션 조합이 빛을 내는 순간이다. 이후 리어 휠 스티어링을 체험할 수 있는 곳에서는 기대 이상의 능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유턴 후 연달아 사잇길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차는 최소한의 각으로 능구렁이처럼 콘을 빠져나갔다. 후륜 조향이 장착돼 있지 않은 A5와 비교를 통해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또 그만큼 좁은 골목길이나 차선이 적은 유턴구간에서 손쉽게 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겠다.
RS Q8 맛보기 주행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약 70분동안 인제스피디움 주변 와인딩로드를 달리는 방식인데 차는 e-트론 스포트백 50 콰트로가 준비됐다. 새 차는 두 개의 강력한 전기 모터를 자동차 전후방 액슬에 각각 탑재해 합산 최고출력 313마력과 최대토크 55.1㎏·m, 최고속도 190㎞/h(안전 제한 속도)를 발휘한다. 71㎾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복합기준 각각 210㎞와 220㎞ 주행 가능하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6.8초다.
e-트론 스포트백은 강한 전기모터 출력을 앞세워 경쾌하게 달렸다. 초반에 강한 펀치력보다는 필요한 순간에 언제든지 여유롭게 힘을 내는 게 특징이다. 그만큼 부담 없이 운전을 할 수 있었고 이질감이 크게 줄어 일반 내연기관차처럼 부드러운 감각도 경험했다. 기본 장착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속도 및 주행 스타일에 따라 자동으로 차체 높이가 최대 76㎜까지 조절된다. 안락한 승차감과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소중한 아이템이다.
내리막길에서는 자연스럽게 회생 제동을 걸어 차분히 속도를 떨어트린다. 울컥이거나 꿀렁이는 전기차 특유의 브레이크 감각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아우디식 전기 SUV는 굽이치는 코너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며 도로 위를 주름잡았다. 전기차가 주는 이점을 누리면서도 자연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친환경차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한 요즘 세대 SUV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일반 도로 주행을 마치고 곧바로 트랙으로 들어왔다. 하이라이트격인 R8 시승을 앞두고 있어서다. 연초 국내 출시한 R8은 V10 5.2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7단 S 트로닉 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100㎞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1초이며 최고속도는 331㎞/h, 효율은 복합 기준 6.0㎞/ℓ다.
전문 인스트럭터 지시에 따라 약 3바퀴를 돌면서 차가 가진 성능을 느꼈다. R8은 낮고 넓은 차체를 앞세워 바닥에 바짝 붙어 달렸다. 컴포트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차는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속도바늘을 꺾는다. 빨려 들어갈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고 극강의 스피드를 맛볼 수 있다. 코너에서는 비현실적인 움직임으로 날렵하게 서킷을 정복해나갔다. 강한 섀시와 탄탄한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정확한 핸들링 실력까지 갖춰 경주차에 가까운 움직임을 구현한다.
패독에 돌아와서는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해 R8의 진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스트럭터는 최적의 코너 포인트를 과감하게 공략하면서 차의 한계를 끌어올렸다. 이후 그립의 한계를 경험하며 헤어핀 구간에서는 뒤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도 시연했다. 차의 능력을 70%만 꺼내 썼을 뿐인데도 짜릿한 스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편으로는 R8의 숨은 능력은 어디까지일지 궁금증을 키웠고 운전 실력을 높여야겠다는 의지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우디가 만든 순수 전기 스포츠카 e-트론 GT 택시타임이 이어졌다. 새 차는 R8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으로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줬다. 전기모터가 주는 강한 성능과 중독성 강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날카롭게 서킷을 정복했다. 특히 낮은 무게중심이 주는 안정성은 아우디 고성능차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짧지만 강력한 만남을 뒤로한 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는 모두 끝이 났다.
반나절 동안 수 많은 고성능 차를 접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만큼 각각의 차가 갖는 구체적인 성격과 특징을 단순한 시승기로 풀어내는 건 한계가 있었다. 1시간도 채 안 되는 공도 시승과 서킷 몇 바퀴 주행한 걸로 차의 모든 성격을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이 주는 재미와 즐거움이다. 세그먼트 불문하고 RS와 R8, e-트론은 공통된 짜릿함을 선물했다. 전부 출시를 앞둔 차들인 만큼 하반기 프리미엄 고성능차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겠다.
인제=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