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계 변화 및 커진 배기음 인상적
-정교한 움직임으로 주행 완성도 높여
-운전 재미 높이는 레이스 모드 추가
페라리 GT 스파이더의 계보는 2008년 캘리포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상에서 즐기는 페라리 콘셉트로 등장했으며 V8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해 마니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기존 대비 30㎏ 가벼워지고 30마력 높아진 캘리포니아 30, 트윈터보 엔진을 넣은 캘리포니아 T까지 히트를 치며 페라리 성장세를 키웠다.
2017년에는 후속작인 포르토피노가 데뷔했다. 이탈리아 항구도시이자 휴양지인 장소를 차명에 쓸 정도로 GT카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낸 게 특징이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개선된 편의 품목을 내세워 페라리 GT 스파이더의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페라리 신형 GT카인 포르토피노 M이 모습을 드러냈다. 운동성능을 한 차원 높여 역동적인 운전에 즐거움을 더하고 브랜드 정체성도 강조했다. 페라리 GT 스파이더의 발전을 경험하기 위해 지난 3일 포르토피노 M 시승행사가 열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로 향했다.
시승은 크게 일반도로와 서킷 두 가지로 준비했다. 먼저 톱을 열고 스피드웨이 주변 와인딩로드에 나섰다. 차는 한층 커진 배기음을 바탕으로 시원스럽게 내달렸다. 페라리는 엄격해진 배출가스 규제에 맞춰 가솔린 미립자 필터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기구 재설계를 통해 사운드를 강화했다. 여기에 2개의 후면 소음기를 제거하고 바이패스 밸브를 타원형으로 가공해 소리를 증폭시켰다. 주행상황에 따라 배기음도 크게 조정해 극적인 변화를 유도한다. 그 결과 윗급인 488 못지않게 당찬 소리를 전달하며 운전에 즐거움을 준다.
굽이치는 고갯길에서 포르토피노 M의 실력은 일품이다. 서스펜션이 큰 역할을 하는데 노면의 흐름을 세밀하게 읽어 운전자에게 피드백을 안겨준다. 불규칙한 B급 도로가 눈앞에 보여도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더 크게 감돈다. 서스펜션 감각을 바탕으로 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돌린 다음에 코너를 탈출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완벽하다. 차는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하게 행동하며 강한 소리와 함께 와인딩 로드를 주름잡았다.
만족스러웠던 공도 주행을 마친 뒤 서킷 안으로 들어갔다. 담당 인스트럭터는 "페라리 최신 GT 스파이더의 실력을 확인해볼 수 있다"며 "기존의 포르토피노와는 이름 빼고 전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동을 걸고 가이드 주행으로 트랙을 익힌 뒤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차는 역동적인 자세로 본성을 드러내며 맹렬히 질주했다.
진보한 파워트레인의 능력을 명확하게 경험하는 순간이다. 포르토피노 M에는 V형 8기통 4.0ℓ급의 코드네임 F154 엔진이 들어간다. 2016년부터 4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 대상을 수상한 꽤 유명한 물건이다. 여기에 페라리 엔지니어의 손을 거쳐 기존 보다 20마력 높아진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77.5kg.m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45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320㎞/h다.
열정 가득한 심장은 단순히 숫자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먼저 새로운 캠 프로파일을 적용해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을 유도한다. 또 분당 회전수 5,000rm까지 끌어올리는 스피드센서를 탑재한 터보차저로 지연 현상도 크게 줄였다. 강한 구동력 지속을 위한 토크 곡선도 전부 새로 조절했다. 기존과 비교해 더 빠르고 예리하며 월등해진 실력을 갖춘 것이다. 그리고 차이는 조금만 가속페달을 밟아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차는 자연흡기 못지않은 재빠른 가속력으로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제공한다. 거침없이 속도를 올리며 멀리 보이던 사물을 순식간에 눈 앞에 갖다 놓는다. 엔진 회전수는 널뛰듯 춤추고 예상보다 훨씬 높게 찍혀있는 숫자 바늘을 봐야 비로소 브레이크 페달로 밟을 옮긴다. 감성으로 가득했던 오픈카 이미지는 사라지고 달리기에만 집중하는 슈퍼 스포츠카로 변모한다.
차의 움직임을 바꾸는 일등공신으로는 8단 오일배스 방식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있다. F1 기술력을 가득 담은 새 변속기는 기존 7단에 비해 토크 전달력을 30% 넘게 끌어올렸고 기어비도 4% 줄어들었다. 새로운 기어변환 소프트웨어와 스타트 앤 스톱 시스템도 바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도 크기를 최적화하고 경량화에 힘써 전체적인 차의 밸런스도 유지시켰다. 빠른 응답은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단수를 오르내리면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응하며 엔진의 능력을 배로 끌어 올려준다. 더 적극적으로 코너를 공략할 수 있고 고속 직선 주행에서도 지체 없는 가속감을 전달한다.
페라리식 주행 모드인 마네티노는 레이스와 ?(WET) 모드가 추가됐다. 여기에 차가 미끄러지는 각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세제어시스템에 전달하고 움직임을 조절하는 사이드 슬립 컨트롤 6.0도 탑재했다. 결과는 놀랍고 신기하다. 강하게 스티어링 휠을 틀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지체 없이 뒤를 흔든다. 그렇다고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거나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지는 않는다. 위험한 상황이 오기 전에 차가 알아서 제어하는 것이다. 살짝 뒤를 흘리며 운전 재미만 높여줄 뿐 시종일관 안전하고 깔끔한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라 불리는 FDE 역시 완성도 높은 주행에 합을 맞춘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각 브레이크 캘리퍼의 제동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로 차의 좌우 움직임을 개선하고 불안감을 줄인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과 스로틀을 보다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 코너를 지나거나 빠져나갈 때 차의 움직임을 예측 가능하고 제어하기 쉽다. 이처럼 레이스 모드에서는 페라리 노하우가 담긴 기술들이 한데 모여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운전자로서 자부심을 들게 한다.
모든 주행을 마치고 차에서 내려 포르토피노 M의 특징을 살펴봤다. 솔직히 외관은 페라리 마니아가 아니면 바뀐 부분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하드톱 형태의 차체와 큼직한 그릴, 날렵한 헤드램프 디자인도 전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 포인트를 살펴보면 범퍼 양 끝 공기흡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바깥으로 한껏 부풀렸고 크기를 키워 공격적인 인상을 강조했다. 또 펜더에 깊게 뚫려있던 공기 통로는 앞범퍼까지 길게 이어져 차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뒤는 소음기가 제거된 새로운 배기시스템 덕분에 간결해한 모습이며 선명한 원형 테일램프가 부각돼 보인다. 매끈하고 조각적인 뒷범퍼는 앞과 조화를 이뤄 차의 심미적 완성을 높인다. 여기에 범퍼에서 분리돼 새롭게 디자인한 리어 디퓨저는 공격적인 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반대로 실내는 GT카의 특징이 묻어난다.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라는 뜻이다. 계기판은 선명한 엔진회전수를 중심으로 양 끝에는 커다란 액정을 마련했다. 와이드 형태의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한다. 또 조수석 패널에도 별도의 디스플레이를 마련해 지루함을 덜었다.
이 외에 주요 조작 버튼은 대부분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다. 시동은 물론 마네티노와 서스펜션 범위, 방향지시등, 불을 밝히는 각종 램프류, 와이퍼까지 전부 운전대에서 조작 가능하다. 오로지 정면만 바라보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버튼 배열이다. 때문에 센터터널은 상대적으로 간결하다. 방향지시등과 공조장치 등 몇 가지 버튼만 들어찬 모습이며 턱이 낮아 실내 개방감에 도움을 준다.
포르토피노 M은 페라리 GT 스파이더의 가능성과 발전을 심어준 차다. 기존과 비교해 성능과 기술, 디자인에 있어서 완벽한 진화를 이뤄냈고 진한 여운과 감동까지 전달한다. 특히 마네티노 스위치만 몇 번 돌리면 브랜드 정체성을 강하게 경험할 수 있어 오너의 자부심은 더욱 커질 듯하다.
짜릿하며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화끈한 스포츠카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하드톱 오픈카의 감성과 각종 편의 및 안전 품목으로 장거리 투어러의 역할은 온전히 수행한다. 팔색조 실력을 바탕으로 페라리가 주는 즐거움과 재미, 안락함과 스피드를 모두 누리고 싶다면 포르토피노 M이 답이 될 수 있다. 페라리 새 차는 인증 및 출시 마무리 절차를 거친 뒤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