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크기로 승부하는 풀사이즈 SUV
-넉넉한 힘과 공간 활용으로 다목적성 드러내
큰 차 전성시대다. 같은 값이면 너도나도 큰 차를 선호하는 추세이며 그 결과 인기 세그먼트 흐름도 전통적인 세단에서 SUV로 넘어간 지 오래다. 그만큼 대형 SUV 시장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쏘아 올린 불씨를 시작으로 국산, 수입 할거 없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완성차 회사들도 앞다퉈 3열 대형 SUV를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포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대형 SUV로 다시 한 번 시장 선두를 지키려 한다. 핵심 차종은 바로 익스페디션이다. 포드 라인업 중 가장 큰 차이며 넉넉한 공간을 바탕으로 SUV의 활용 가능성을 한 차원 끌어 올릴 예정이다. 익스페디션의 강점을 찾아보기 위해 직접 키를 건네 받아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스타일
익스페디션은 한 눈에 봐도 엄청난 사이즈를 자랑한다. 실제로 길이는 5,335㎜에 이르며 너비와 높이는 각 2,075㎜, 1,945㎜에 달한다. 휠베이스 역시 3,110㎜ 수준이다. 국산 대형 SUV와는 비교 불가능한 수치이며 BMW 플래그십 SUV X7보다도 큰 덩치를 가졌다. 보닛과 사이드미러는 웬만한 성인 남자 어깨에 위치하며 루프렉은 한참을 올려봐야 보일 정도다. 그만큼 익스페디션은 위용을 뽐내며 주변 시선을 압도한다.
외관을 꾸미는 각 요소들도 큼직하다. 거대한 사각 헤드램프는 층을 나눠 빛을 내고 주변에는 "ㄷ"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둘러 존재감을 나타냈다. 램프와 이어진 그릴은 여러 줄의 크롬 도금으로 화려함을 강조했다. 손바닥만한 포드 로고를 비롯해 독특한 무늬로 멋을 낸 모습까지 호감을 자극한다. 범퍼는 적당한 사이즈의 공기흡입구와 안개등이 보이며 크롬과 은색장식 등 소재를 다양화해 지루함을 피했다. 번호판 양 끝에는 굵직한 견인고리를 마련해 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옆은 반듯한 각의 향연이다. 부드러운 곡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차가 더 크고 볼드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22인치 휠이 오히려 작아 보일 정도다. 이 외에 윈도우 몰딩은 물론 사이드 스커트, 휠하우스까지 대부분 차체와 동일한 페인트로 칠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도어를 열면 자동으로 고개를 내미는 전자동 사이드 스탭도 좋은 구성이다. 뒤는 넓은 유리창과 네모난 트렁크, 가운데를 진하게 흐르는 익스페디션 레터링이 인상적이다. 세로형 LED 테일램프는 차의 크기를 감안해도 제법 크며 범퍼에는 별도의 트레일러 연결 고리를 마련해 활용도를 넓혔다.
실내는 다소 투박하다. 대칭 형태의 수평적 구조를 가진 센터페시아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직선을 강조했다. 요즘 차들과는 사뭇 다른 대구경 스티어링 휠과 크기가 살짝 작은 터치 모니터 등이 세련미와는 거리를 멀게 한다. 포드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싱크3는 구성이 단순하고 필요한 기능만 알차게 보여준다. 다만 내비게이션 전환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임의로 버튼을 눌러서 바꿔야 하는데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나마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계기판은 굵은 바늘을 가진 아날로그 속도계와 디지털 창이 혼합돼 있다. 단순한 주행 정보 외에도 견인 상태나 트레일러 설정, 주행보조장치 활성화 등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처음에는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내 차로 적응한다면 계기판만 보고 충분히 차를 컨트롤 할 수 있겠다.
폭이 상당한 센터터널은 우드 패널과 크롬 도금을 적절히 섞어 고급감을 키웠다. 조그 다이얼 타입 전자식 변속기를 비롯해 최소한의 버튼만 마련해 깔끔하다. 콘솔박스에는 각티슈 4개를 넣어도 충분한 수납 공간이 나오며 글러브박스 역시 위, 아래로 마련해 활용도를 높였다.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통풍 시트와 12개의 고성능 스피커가 장착된 뱅엔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품목도 대거 기본이다.
익스페디션만의 특화 기능은 눈 여겨 볼 만하다. 먼저 3열 머리받침대를 접을 수 있는 버튼과 페달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또 송풍구 밑에는 프로 트레일러 백업 어시스트 기능을 마련했다. 차에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후진할 때 운전자의 조향을 돕는 보조 장치로 해당 기능을 사용하게 되면 운전자가 컨트롤 노브를 조작해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후진할 수 있게 돕는다. 참고로 견인하중은 4,173㎏에 이른다.
익스페디션은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고려해 2열 캡틴 시트의 7인승과 벤치 형태인 8인승으로 나뉜다. 시승차는 7인승으로 독립 좌석을 가진 2열이 돋보였다. 앞뒤로 밀거나 기울기를 조절하는 건 기본이며 온전히 반으로 접을 수도 있고 원활한 3열 탑승을 위해 원터치 슬라이딩도 제공한다. 2열을 위한 안전벨트 에어백과 별도 공조장치 및 인포테인먼트 버튼이 있고 USB를 포함한 각종 충전 단자도 곳곳에 있어 불편함을 덜었다.
3열은 더욱 놀랍다. 큰 사이즈를 바탕으로 만들어 좁거나 불편하지 않다. 허벅지가 닿는 면적, 무릎이 꺾이는 범위까지 일반 세단에서 느꼈던 안락한 감각 그대로다. 형식상 만들어 놓은 옹색한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버튼으로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헤드룸이 살짝 부족한 걸 빼면 성인 남자가 앉아서 장거리를 이동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겠다. 여기에 3열을 위한 전용 수납함과 컵홀더(실내에는 컵홀더만 무려 15개가 있다)충전 단자, 공조장치 등은 감동을 더한다.
트렁크는 기대 이상이다. 3열을 전부 펼쳤을 때도 어느 정도 여유로운 공간이 나오며 아래쪽의 별도 수납을 마련해 불필요한 짐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버튼 한번만 누르면 2열과 3열을 쉽게 접을 수 있고 전부 폴딩하면 최대 2,962ℓ까지 확장된다. 성인 남성이 충분히 누울 수 있으며 풀플랫을 지원하는 만큼 가족과 함께 떠나는 차박, 캠핑 등에도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성능
동력계는 V6 3.5ℓ 에코부스트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66㎏·m를 내며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이 맞물려 효율은 ℓ당 복합 7.4㎞를 실현했다. 또 스포츠, 에코 등 7개의 드라이브 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다양한 도로 환경에 맞는 주행이 가능하다.
시동을 걸면 깊고 풍부한 6기통 사운드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듣기 좋은 소리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증폭되며 운전 만족도를 높인다. 기본적으로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힘이 놀랍다. 2.6톤에 이르는 거구를 순식간에 몰아 붙이며 속도를 끌어올린다. 덕분에 차가 무겁거나 답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가뿐하게 원하는 속도로 질주할 수 있고 그 과정은 제법 짜릿하다. 높은 시야에서 다른 차들을 내려다보며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을 때면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자신감도 얻는다.
10단 자동변속기는 무난하다. 단수를 촘촘히 나눴지만 사실상 7단부터는 효율에 도움을 주는 항속기어 성격이 강하다. 차의 성격에 맞춰 차분하고 정직하게 단수를 오르내린다. 반면 브레이크는 숨은 보석이다. 거침없이 달리는 대형 SUV를 잡아 세우기에 문제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답력으로 믿음을 준다. 꿀렁 이거나 막판에 몰아서 차를 급하게 멈추지 않아 당황스러움도 들지 않는다.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모두에게 고른 만족을 주는 일등공신이다.
반면 프레임바디에서 오는 승차감의 한계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기본적인 서스펜션 감각은 괜찮다. 적당히 도로 위 굴곡을 거르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아래쪽에서 통통 튀는듯한 프레임바디 SUV 특유의 진동은 익스페디션에서도 느껴진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앞뒤로 바운스가 커 미리 여유롭게 제동을 해야 할 듯하다. 이 외에 여유로운 스티어링 휠 반응과 코너링, 물렁한 하체 세팅은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익스페디션은 굽이치는 국도나 산길 보다는 장거리 고속 주행에 더 잘 어울리는 차다. 포드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코-파일럿 360을 적극 활용하면 한결 편안하다. 코-파일럿 360 시스템에는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시스템, 360도 카메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다. 반응이 빠르고 자연스러워 모든 기능을 활성화 시킨 뒤 달리면 기분좋은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이 외에 주차 공간과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아웃도어 활동 시 경사로 등 주행이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원활한 운전을 도와주는 힐 디센트 컨트롤 등도 큰 차를 다룰 때 도움을 준다.
▲총평
포드 익스페디션은 대형 SUV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차다. 커다란 크기에서 오는 당당함과 3열까지 이어지는 넓은 공간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오며 넉넉한 수납공간을 바탕으로 모두에게 편안한 이동을 보장한다. 요즘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편의 및 안전품목도 꼼꼼히 챙겨 넣었고 타고 내리거나 시트를 조절할 때에는 오랜 시간 큰 차를 만들어 온 포드의 노하우도 살펴볼 수 있다.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8,240만원의 가격표도 매력적이다. 독일 브랜드 중형급 SUV 가격 수준이며 국산 프리미엄 대형 SUV 풀옵션보다도 저렴하다. 여기에 강력한 라이벌인 쉐보레 서버번도 없는 상황이어서 익스페디션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 될 듯하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만큼 포드의 새 SUV가 시장에서 어떤 두각을 나타낼지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진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