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셀 화재 원인은 "내부 단락"
-내부 단락 5가지 원인과 해결책 제시
SK이노베이션 이존하 배터리개발센터장이 최근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주관한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1"에서 배터리의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발표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더 배터리 컨퍼런스"는 이달 9일과 10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진행됐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래 배터리 시장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고 업계의 비전과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이 초빙됐다.
SK이노베이션 이존하 배터리개발센터장은 컨퍼런스에서 "파우치형 배터리 경쟁력"을 주제로 배터리 기술력과 안전성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지금까지 전기차 약 250만 대 분량 배터리를 납품하는 동안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안전성과 관련한 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먼저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는 원인을 개별 셀 관점과, 이 셀을 3백 개에서 4백 개 정도 묶어둔 배터리 팩 관점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솔루션을 제시했다.
배터리 셀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은 "내부 단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내부단락은 셀 내부에 쌓여있는 양극과 음극이 직접적으로 접촉해 강한 화학 반응 일어나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센터장은 내부 단락이 발생하는 원인을 다시 ▲얼라인먼트(Alignment) 불량 ▲분리막 부재 ▲금속 이물 유입 ▲내부 변형 ▲분리막 손상 등 다섯 가지로 꼽았다.
얼라이먼트 불량은 제조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이 제대로 정렬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배터리 내부에는 종잇장처럼 사각형 형태의 양극, 분리막, 음극이 반복적으로 쌓여 있다. 이 소재들을 쌓는 과정이 정교하지 않으면 양극이나 음극 종잇장의 모서리 부분이 튀어나오거나 말려 화재를 유발한다.
마찬가지로 제조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하는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을 제대로 막아서지 못하고 비어있으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분리막 부재"라고 한다. "금속 이물 유입"은 용접 과정에서 금속 이물질이 셀 내부로 튀어 들어가는 경우가 주 원인이다. 이온이 이물질인 금속에 달라붙어 뾰족하게 자라나면서 화재의 원인이 된다.
"내부 변형"은 양극, 분리막, 음극을 길게 뽑아 겹쳐놓고 돌돌 말아서 배터리를 제조하는 일부 각형방식에서 주로 발생한다. 소재를 두껍게 말면 모서리 부분에 곡률이 생기는데, 배터리를 사용하다보면 곡률이 있는 부분과 평평한 부분의 팽창 형태가 달라서 뒤틀리게 된다. 이 뒤틀린 부분에 화학 반응이 집중적으로 일어나 뾰족한 결정이 쌓여 화재의 원인이 되는 경우다.
마지막 화재 원인은 충·방전 과정 중에 나타날 수 있는 "분리막 손상"이다. 원통형 배터리를 충방전하다 보면 배터리 내부가 팽창하는데 원통형은 소재들이 촘촘하게 말려 있어 팽창할 때 분리막이 압력을 받게 된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분리막의 미세한 기공이 서서히 변형돼 화재가 생길 수 있다. 이 센터장은 파우치형 배터리에서는 이 다섯 가지 원인 중 금속 이물 유입, 내부 변형, 분리막 손상이 일어날 확률이 낮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제외한 두 가지 원인인 얼라인먼트 불량과 분리막 부재를 방지하는 SK이노베이션은 기술력과 솔루션에 대해 소개를 이어갔다. 이 센터장은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을 쌓을 때 "Z 폴딩" 기법을 사용해 이 같은 상황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Z 폴딩"은 일반적인 파우치 배터리 공정과 달리 분리막을 자르지 않고 길게 뽑아내, 양극과 음극을 연속적으로 감싸는 방식이다. 비유하자면 두루마리 휴지처럼 분리막을 길게 뽑아 분리막 위에 양극을 얹고 이를 감싸는 형태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덮는다. 그 위에 음극을 얹고 분리막을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감싸는 과정을 지그재그(Z모양)로 반복하는 공정기술이다.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완전히 포개는 형태로 감싸게 돼 양극, 음극이 완벽히 분리된다. 이로써 모서리 부분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할 가능성을 현저히 줄였다. 고속 생산 체제에서도 얼라인먼트 안전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2009년에 비해 2.3배 빨라진 생산 공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분리막을 포개는 형태로 제작하기 때문에 분리막 부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 센터장은 이어 분리막 자체 경쟁력을 강조했다. 분리막은 얇을수록 배터리 성능을 좋게 한다. 이온이 활발하게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수 있어서다. 이온 이동이 쉬우면 배터리 출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충전 속도도 빨라진다. 다만, 얇은 분리막은 열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배터리가 과열되면 얇은 분리막은 쉽게 쪼그라들어 양극과 음극을 막아서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얇고 튼튼한 분리막을 만드는 게 기술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SK이노베이션은 정보전자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제작하는 고품질 분리막을 사용하고 있다며 분리막 기술의 핵심은 "축차연신"과 "CCS코팅"으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축차연신"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독자기술로, 점도 높은 반죽 형태의 분리막 원료를 얇은 필름 형태로 펼치는 공법이다. 반죽을 폭 방향으로 한번 잡아당긴 후 길이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원리다. 양방향에서 모두 반죽을 늘리는 정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분리막 두께를 균일하고 정교하게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소개한 CCS(Ceramic Coated Separator) 코팅 기술은 쉽게 말해 미세한 세라믹 돌가루를 분리막에 얇게 펴바르는 기술이다. CCS 코팅을 거치고 난 분리막은 형태가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외부 압력에도 잘 견디고, 열에도 수축되지 않아 배터리 화재를 막아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은 2007년부터 글로벌 메이저 배터리 제조사들에 공급되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전 세계 분리막 시장에서 1위로 거듭나는 동안 납품한 분리막이 적용된 배터리에선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이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각광받는 이유다.
이 센터장은 이어 배터리 팩 관점에서 화재 방지 기술을 발표했다. 이 센터장은 "배터리 팩의 화재를 방지하는 핵심은
열확산 안전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팩 내부에는 수백 개가 넘는 배터리 셀이 줄지어 놓여져 있다. "열확산 안전성"이란 이처럼 팩 내부에 나란히 배치된 셀들 사이에서 일부 셀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변 셀로 열이 번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지를 의미한다. 지금도 열확산과 관련한 규격이 있지만, 이는 열확산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닌, 확산 시간을 지연시키는 정도에 대한 수준이다. 탑승객이 탈출할 시간을 확보하는 의미일 뿐, 확산을 차단하지 못하면 결국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이 센터장은 SK이노베이션이 "열확산 안전성"에 있어서도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자체 제작한 E-팩은 실험을 통해 열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화재가 번지지 않게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E-팩은 열이 번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오히려 부품 수를 줄여 공간 효율을 높이고 가격까지 낮출 수 있어 더욱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열확산 안전성"을 구축하기 위해 화재를 방지하는 다른 물질을 넣을 경우 셀이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져 공간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낮아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센터장은 발표를 마치며 "배터리 업계의 미래는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의 형태적 제약보다는 안전성이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 성능을 높이는 기술에 이어 향후 배터리 경쟁은 결국, 안전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