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으로 주요 신차 수 개월 대기
-"신차급 중고차" 웃돈 주고 사는 프리미엄 효과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지연으로 신차 출고에 차질이 생기자 "신차급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레저 인구 증가 및 나들이 시즌과 맞물려 인기 세그먼트인 SUV를 중심으로 중고차 인기가 치솟고 있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신차 출고 지연이 잇따르면서 동급의 중고차로 시선이 몰리고 있다. 특히 디지털 및 전자장비 부품이 새롭게 많이 적용된 신차일수록 "출고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제한적인 부품 공급에 비해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기아 준대형 세단 K8의 경우 최소 3분기는 돼야 인도 받을 수 있고 현대차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는 생산 정상화에 나섰지만 늦으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 정도다.
출고 대란은 SUV를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주력 세그먼트로 지속적인 인기를 누려왔고 본격적인 나들이 시즌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기아 쏘렌토는 파워트레인별로 길면 5~6개월 동안 소비자 인도가 밀려있고 현대차 신형 투싼도 비슷한 기간 만큼 기다려야 한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GV70과 GV80 중심으로 반도체가 부족해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제조사들은 일부 옵션을 빼면 출고가 앞당겨질 수 있다며 소비자를 설득하거나 다른 차종으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할인 혜택을 주는 등의 고육책을 쓰고 있다.
그러자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 중 일부가 신차급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엔카닷컴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6월 중고차의 전반적인 시세는 전월 대비 0.60% 하락해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국산 SUV는 인기가 지속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또 AJ셀카가 집계한 거래량 상위 차종에서도 국산 SUV 중심으로 평균 시세 상승이 이어지는 중이다. 반도체 대란으로 출고 대기가 길어진 투산 하이브리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000~2,000km급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프리미엄(?) 효과까지 누리며 팔려 나가고 있다. 한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출시된 지 5년 내외의 준중형 세단이나 경차가 인기였는데 현재는 큰 차 선호도와 공급 부족 등의 이유로 SUV 선호도가 높고 인기 차종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물건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개소세 인하 연장과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보복소비, 지속적인 신차 투입으로 자동차를 사려는 욕구가 분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고차 과계자는 "신차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하루빨리 신차 효과를 누리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중고차 시장이 기이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