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런던 도심의 이동 감성, LEVC TX5

입력 2021년07월04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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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아이콘
 -코치 도어, 박스카 구조로 쾌적한 이동 가능
 -교통 약자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 인상적

 영국 블랙캡이 한국에 상륙했다. 정확한 차명은 LEVC(London Electric Vehicle Company) TX 시리즈인데 우리에게는 런던 블랙캡으로 유명하다. 이층버스와 함께 영국 교통 문화의 상징이자 아이콘이다. LEVC TX는 크게 두 가지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택시(taxi)로 사용되는 영업용 TX5와 일반 자가용인 TX다. 둘의 차이는 일부 편의품목과 지붕에 마련된 "택시" 사인 유무일 뿐 동력계와 크기 등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필요에 따라 영업용 또는 일반 자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외 LEVC는 친환경 물류 운송수단으로 VN5와 최근 캠핑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VN5를 캠핑용으로 개선한 e-camper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승은 현재 국내에 있는 TX5로 진행했다. 특정 완성차기업이 연구용으로 TX5를 보유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에 유일하게 단 한 대만 존재하는 제품이어서 시승 또한 특별했던 경험이다. 


 새 차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꽤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친환경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레인지 익스텐더 파워트레인과 교통 약자를 위한 편의 기능을 대거 탑재해 모두를 위한 이동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그만큼 영국 도로를 주름잡았던 TX5가 한국 땅을 밟았다는 사실이 더없이 반갑고 기쁘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TX5를 만났다.  

 디자인&스타일
 외관은 듬직하다. 길이 4,857㎜, 너비와 높이는 각 2,036㎜, 1,888㎜에 이른다. 국산 대형 SUV와 비슷한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다란 차체를 바탕으로 차를 꾸미는 각 요소는 단정하다. 네모 반듯한 그릴을 비롯해 동그란 헤드램프, 얇게 그은 앞범퍼 공기흡입구까지 익숙한 모양으로 채웠다. 

 옆은 바짝 치켜 올린 필러와 수직으로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이 전형적인 박스카 구조를 띈다. 중앙에 자리 잡은 두툼한 손잡이와 사이드 스커트, 원형 휠은 전부 반짝이는 크롬으로 멋을 냈다. 뒤는 시야 확보를 위해 유리창 면적을 키웠고 세로 형태 테일램프를 장착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철판은 둥글게 처리해 귀여운 느낌도 든다. 이와 함께 트렁크는 틸트업 방식으로 열린다. 스페어 타이어와 충전 잭 등이 알차게 고정돼 있다.

 실내는 크게 1열과 2열로 나눠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1열은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 눈에 봐도 볼보와 다르지 않다. 이는 LEVC와 볼보가 플랫폼을 공유할 만큼 한 지붕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 세로형 터치 센터페시아 모니터, 시동을 포함해 각종 버튼도 모두 볼보와 같다. 다만 화면을 운전석 쪽으로 살짝 틀고 전용 풀 디지털 계기판을 장착해 편의성을 높였다. 

 센터 터널에는 여러 종류의 수납함을 마련해 불편을 덜었다. 레일 형식의 컵홀더는 앞뒤로 움직일 수 있으며 옆에는 별도 옷걸이와 그물망을 설치해 보다 다양한 짐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마련돼 있는 운전석 옆 동반석은 러기지 공간일 뿐 동반석이 아니다. 바닥면에 각종 벨트와 고리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뚫려 있고 내구성을 강조한 소재로 처리해 짐을 넣기에 부담이 없다. 대형 트렁크 또는 골프백 4~5개가 넉넉하게 실릴 만큼 공간이 넓다. 

 1열의 또 한 가지 특징은 2열과 분리를 시켜주는 투명 아크릴판의 가벽이다. 개인의 이동성을 보장하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서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탑승객의 프라이버시도 보호될 만큼 방음 효과도 높다. 물론 운전자와 대화를 하려면 별도 마이크 버튼을 누르면 된다. 후석 승객 대화 기능이 있어 의사소통에 문제될 게 없다. 운전자의 안전은 물론 탑승객의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보호하면서 대화도 이뤄져 흥미롭다.  

 2열은 롤스로이스와 동일한 구조의 코치도어를 열면 펼쳐진다. 첫 인상은 광활하고 신선한 구성으로 가득한 장면뿐이다. 시트는 3+3 구조다. 서로 마주보는 좌석 구조인데 역방향 좌석은 필요할 때 이용하는 접이식이다. 6명이 마주 앉아도 공간이 넓어 무릎이 닿지 않는다. 면적이 넓은 글라스 루프와 옆 유리창 덕분에 개방감도 기대 이상이다.

 편의 품목으로는 운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전용 마이크를 비롯해 터치로 조절 가능한 공조장치, 좌석별로 최적 배치한 송풍구 및 누구나 이용 가능한 USB 단자가 곳곳에 있다. 교통 약자를 배려한 흔적도 가득하다. 휠체어 바퀴 고정은 물론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안전 손잡이, 360도 회전이 가능한 넉넉한 공간도 장점이다. 그간 장애인 및 비장애인 전용만 운영되던 국내 운송 모빌리티 시장에 차별 없는 이동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필러와 천장, 도어 패널 여러 곳에 노란 손잡이를 설치했다. 또 버튼류 주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새겼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탑승이 가능한 일체형 슬라이드 레일을 비롯해 턱을 낮춰주는 계단도 기본 장착돼 장애인 및 비장애인 모두 구분 없이 탑승할 수 있다. 기존 카니발 개조차의 경우 트렁크를 열어 뒤에서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TX는 인도 옆에서 연석 높이를 최소화 한 뒤 오를 수 있어 오히려 편리하다. 

 휠체어 탑승 시에는 공간 확보를 위해 앞쪽 시트를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여기에 전용 안전띠와 고리를 결속해 흔들리는 상황에서 편안한 이동을 보장한다. 넓은 공간을 갖춘 만큼 보호자는 옆에 위치한 별도 시트에 앉아 여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참고로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한 채로 보호자 3명까지 편안하게 앉을 수 있으며 일반 승객은 모두 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서로 마주 보며 대화도 할 수 있어 쾌적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성능
 기본적인 동력은 전기다. 31㎾h 내장 배터리를 모두 충전하면 최장 110㎞를 갈 수 있고 전력이 소진되면 1.5ℓ 3기통 가솔린 터보 발전기가 구동 전력을 추가로 만들어 최장 500㎞ 주행이 가능하다(영국, WLTP 기준).

 전원을 넣고 주행에 나서면 그냥 전기모터 작동 소리만 들리며 조용히 움직인다. 거대한 몸집을 고려할 때 전혀 문제될 게 없는 경쾌한 가속감이다. 페달을 조금 더 힘차게 밟으면 빠르게 고속 영역에 도달한다. 물론 TX는 소유가 아닌 이용의 가치에 초점이 맞추어진 제품인 만큼 최고 시속이 높게 세팅되지는 않았다. 반면 서스펜션과 타이어 등이 내주는 승차감은 무척 편하다. 또 영국의 비좁은 도로에서 유턴이 가능한 만큼 회전 반경이 엄청나게 짧은 것도 특징이다. 

 스티어링 휠은 조작 편의성이 높다. 여기에 전기모드를 적극 활용하면 골목길과 주택가를 포함한 도심에서 소리 없이 운행되는 고스트 같은 느낌도 가질 수 있다. 회생 제동 시 이질감이 거의 없고 크기를 감안했을 때 풍절음과 바닥 소음도 적은 편이어서 2열 승차감은 인상적으로 다가올 뿐이다.  

 총평
 영국 런던의 상징물인 TX, 일명 블랙캡으로 유명한 LEVC가 한국에 공식 진출하면서 보편적 이동 가치 실현에 나선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직접 경험한 제품을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이동 가치에 최적화 됐다는 점이다.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접근이 가능해 차별이 없어서다. 별도 운전자를 두고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뒤에서 편안히 이동할 수도 있고, 휠체어 및 시각장애인도 불편 없이 탑승할 수 있다. 마주보는 좌석 구조는 수시로 회의가 필요한 사람들의 이동 중 미팅 기능도 수행한다. 거동의 불편 자체가 이동의 차별적 요소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제품이었던 셈이다.  

 TX 시리즈는 크게 자가용인 TX와 영업용인 TX5 두 가지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TX5가 "택시" 사인이 달린 영업용이라면 TX는 일반 승용차다. 모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종으로 장애인 및 비장애인 구분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해당 차종을 활용하면 자치단체는 더 이상 장애인 전용 택시를 늘리지 않아도 되고 운송 사업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를 태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보편적 이동 가치를 실현하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레인지 익스텐더로 도심 내 이동 효율과 친환경까지 책임진다.

 이번 한국 진출을 계기로 조만간 국내 도로에서 운행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이동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차별 없는 가치 차종으로 투입할 것이라니 기대도 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로 일컬어지는 ESG가 화두로 떠오른 시대에 TX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이동의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충족하고 있어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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