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역주행 노려볼까?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입력 2021년07월05일 00시00분 오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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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 SUV이지만 전고 높아 개방감 탁월
 -1열 조수석 접으면 최장 2.4m 적재물까지 소화
 -"차크닉 떠나고 싶은 차"로 인기 

 흥행에는 공식이 있다. 상품성이 높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기가 잘 맞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때를 놓치면 묻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쟁력있는 제품은 다시 기회가 돌아왔을 때 빛을 발한다. 최근 곳곳에서 터지는 "역주행" 신드롬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시장에도 상품성에 비해 성적이 아쉬운 차들이 몇몇 있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가 그렇다. C3 에어크로스는 2년 전 이맘때 국내 출시됐다. 시트로엥 특유의 프랑스 감성을 그대로 담아 당시에도 호평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판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일반인에겐 생소한 프랑스 감성, 시대를 앞서간 독특한 디자인 등이 걸림돌이 됐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대중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품위 유지를 위해 수입차를 타던 시기가 지나고 개성과 실속을 위해 남다른 선택을 하는 소비층이 늘었다. 이는 곧 C3 에어크로스에게 기회다. 달릴 준비를 마친 C3 에어크로스와 차크닉(차+피크닉)을 떠났다. 

 외관은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한 소형 SUV다. 길이 4,160㎜, 너비 1,765㎜, 높이 1,650㎜, 휠베이스 2,605㎜인데, 국내 경쟁 소형 SUV와 비교하면 높이와 휠베이스가 앞서는 편이다. 특히 전고는 차내에서의 개방감을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키 180㎝ 이상의 장신이 시트에 앉아도 헤드룸이 한 뼘 정도 남는다. 차크닉을 위해 트렁크에 걸터 앉으면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해 답답함이 없다. 작은 차체의 한계를 높은 전고를 통해 극복한 모양새다. 

 디자인은 시트로엥의 전형을 따랐다. 도로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덕(?)에 언제나 새롭다. 화살표 모양 엠블럼에서 시작해 주간주행등까지 가로로 이어지는 그릴은 수평적 안정감을 준다. 헤드램프와 라이에이터그릴은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태로 마무리했다. 각진 요소없이 곳곳을 둥글게 마무리해 서글서글한 인상을 준다. 

 사이드미러와 루프랙은 색깔을 맞췄다. 차체와 투톤을 이뤄 재미를 준다. 시트로엥이 즐겨쓰는 구성이다. 스키드 플레이트와 휠하우스, 앞뒤 범퍼 하단 등은 검은색 플라스틱 소재로 감싸 실용성을 높였다. 소형 SUV여도 아웃도어에 활용되는 만큼 험로에서 최대한 차가 상하지 않도록 보호했다. 



 실내 역시 위트를 잃지 않았다. 기본 트림에는 송풍구와 스티어링 휠 하단 등에 컬러 포인트를 줘 심심함을 피했다. 브라운 팩을 선택하면 시트와 대시보드 등에 밝은 갈색 가죽과 체크 직물을 적용해 산뜻한 분위기를 낸다. 자칫 호불호가 강할 수 있는 체크 패턴을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아날로그 방식의 계기판이나 직물 시트, 플라스틱 소재는 실용주의의 절정이다. 국산차의 각종 고급 옵션에 익숙해진 입장에서 "너무 단조로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무심함이 오히려 시크하게 느껴진다. 

 물론 시트에 고급 가죽을 쓰지 않은 건 소형 SUV로서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차체는 작지만 다양한 시트 구성으로 실내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뒷좌석은 4:2:4로 분할돼 각각 따로 원하는 시트만 접을 수 있다. 조수석 시트도 앞으로 완전히 접힌다. 조수석과 오른쪽 뒷좌석을 접으면 최장 2.4m 길이의 서핑 보드나 낚시대도 기울이지 않고 실을 수 있다. 차크닉을 할 때도 조수석이 접히는 것과 접히지 않는 것은 천지차이다. 짐을 놓거나 다리를 올려 놓고 낮잠 한숨 잘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다. 혼자라면 차박도 가능하다. 하지만 운전석이 조수석처럼 접히지 않아 둘이 눕기엔 좁을 듯하다. 2열 시트만 접은 상태에서는 신장 160㎝ 정도까지 수용된다. 



 주행은 서울 외곽으로 왕복 150㎞ 남짓 달렸다. C3 에어크로스는 1.5 디젤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120마력, 최대 30.6㎏·m의 성능을 발휘한다. 효율은 복합 기준 14.1㎞/ℓ(도심 13.4㎞/ℓ, 고속 15.1㎞/ℓ)다. 

 느껴지는 힘은 제원상 수치보다 훨씬 좋다. 작은 차체에 걸맞은 경쾌한 움직임을 갖췄다. 평소 일상 주행에 모자람이 없는 성능이다. 차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지 않는다면 순간 가속이며 고속주행도 기대 이상이다. 단단하고 야무진 서스펜션과 묵직하면서도 기민한 조향 감각이 맞물려 특유의 안정감을 준다. 코너링도 예리한 수준은 아니지만 따로 노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만 소음 진동은 약간 거슬린다. 차체가 작고 디젤 엔진을 얹어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시트로엥은 사륜구동에 보수적이다. C3 에어크로스 역시 전륜구동 기반이다. 사륜구동 적용에 따라 올라가는 무게나 비용, 떨어지는 효율과 공간 활용성이 소형 SUV에 걸맞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대신 노면 상황에 따라 구동력과 제동력을 조절하는 그립 컨트롤을 채택했다. 노멀, 스노우, 머드, 샌드 등 주행 상황에 따라 앞바퀴의 접지력을 조정한다. 모드는 센터페시아 아래 마련된 스위치로 조작 가능하다. 



 효율도 압권이다. 약 150㎞를 주행하는데 연료 게이지의 작은 눈금 한 두개 정도만 줄었다. ℓ당 17㎞를 가볍게 찍었다. 공인 효율보다 실효율이 훨씬 좋다. 최근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 생각하지 않고 어디든 훌쩍 떠나기에 부담없는 수준이다. 

 ▲총평
 시트로엥 브랜드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개성"과 "감성"이다. 평범함과 무난함이 최고로 치부되는 한국 시장에서 시트로엥의 고전이 설명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점점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제품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C3 에어크로스는 통통 튀는 깜찍한 디자인과 실용성에 집중한 상품성으로 뚜렷한 컬러를 가진 차다. 게다가 젊은층의 소확행을 위한 아웃도어 활동이 늘어나는 지금 시점도 훈풍에 바람을 더한다. C3 에어크로스는 이 기세를 타고 날 수 있을까. 가격은 2,990만원부터 3,320만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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