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길이와 휠베이스로 넒은 실내공간 확보
-포르쉐 특유의 스포츠 주행 감각은 여전해
수입 대형 세단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상향 평준화된 세그먼트를 바탕으로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베스트셀링카 순위에는 줄곧 플래그십 세단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일부 차종은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한국 소비자들의 대형 세단 사랑에 맞춰 포르쉐도 쇼퍼드리븐용 차를 내놨다. 부분변경 파나메라의 롱휠베이스 버전인 "파나메라4 이그제큐티브"가 주인공이다. 허리를 늘린 포르쉐식 플래그십 세단은 2015년 이후 6년만에 등장해 의미를 더한다.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면서 기존의 정통 라이벌들과 어떤 차별화를 이뤄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차를 만났다.
▲디자인&스타일
외관은 길고 큰 차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나메라4 이그제큐티브의 길이는 5,200㎜에 이르고 앞뒤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는 무려 3,100㎜에 달한다. 웬만한 대형 세단이나 풀사이즈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허리를 늘린 덕분에 차가 한층 거대해졌다. 기존 파나메라보다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도 충분하다.
부분변경으로 돌아온 새 차는 섬세한 부분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앞은 범퍼의 변화가 크다. 두 줄의 방향지시등은 두께 감이 돋보이며 얇은 헤어라인으로 멋을 냈다. 조화를 이루는 앞범퍼 공기흡입구도 크기를 키워 역동성을 더했다. 모든 부분이 온전히 뚫려있어 냉각 성능을 높이는 데에도 한몫한다. 옆은 단정하면서도 포르쉐만의 특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앞쪽 펜더 장식에서 출발해 곧게 뻗은 캐릭터라인을 바탕으로 완만하게 내려앉은 지붕선과 한껏 부풀린 뒤 펜더가 대표적이다.
옆은 살을 여러 겹 추가한 20인치 휠과 두툼한 피렐리 타이어 조합이다. 뒤는 입체적인 테일램프로 기존과 차별화했다. 최신 포르쉐 패밀리-룩을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이며 돌출된 형태의 포르쉐 레터링, 필기체로 세긴 차명도 마음을 흔든다. 트렁크 상단에는 버튼 하나로 접었다 펼 수 있는 스포일러를 장착했다.
속도에 맞춰 다운포스 역할을 해내며 공기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일등공신이다. 반면 중앙에 자리잡은 번호판과 큰 기교 없이 마무리한 범퍼는 차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양쪽으로 두 개씩 마련한 배기구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뒤태를 보완한다.
실내는 수평 형태의 대시보드와 수직으로 내려오는 센터콘솔이 깔끔하게 맞물려 세련된 느낌을 낸다. 물리 버튼을 매끈하게 감추고 대부분의 기능은 터치로 구성해 고급감도 키웠다. 5개의 원형 계기판과 크로노 패키지, 왼쪽에 있는 시동버튼 등 포르쉐를 상징하는 요소는 그대로다.
안전과 편의를 위한 디지털 커넥티비티 및 보조 시스템도 지원한다.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시스템(PCM)은 무선 애플 카플레이 등의 디지털 기능을 제공하며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해 조작이 쉽다. 여기에 일곱 가지의 무드등과 전자식 송풍구 조절, 마사지 시트는 감성 품질을 끌어 올린다.
2열은 이 차의 핵심 포인트다. 150㎜ 넓어진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광활한 공간을 연출했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남을 정도의 무릎공간과 넉넉한 머리 윗 공간이 마음에 든다. 또 독립 좌석 구조로 아늑한 분위기를 구현했고 중앙에는 턱을 뒀다. 두 단계로 나뉜 콘솔박스를 비롯해 컵홀더와 각종 버튼들이 마련돼 있다. 널찍한 화면을 통해 선블라인드와 시트 상태, 이오나이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 천장에는 2열 전용 선루프와 화장거울 등이 있어 편의를 키웠다.
마감 품질은 수준급이다. 가죽을 감싼 형태와 음각으로 펀칭한 포르쉐 로고, 스티치 패턴은 고급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도어 패널을 감싼 소재와 곳곳에 넣은 은색 장식까지 어느 부분을 봐도 가격과 타협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는 투톤 컬러의 경우 패널 사이를 정확히 구분 지으며 호화로운 분위기에 힘을 싣는다.
활짝 열리는 트렁크는 네모 반듯하며 깊이가 꽤 깊다. 양 옆으로도 여유 공간이 충분해 골프백을 가로로 넣기에도 문제 없을 듯하다. 이와 함께 분할 폴딩 시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로로 긴 짐도 여유롭게 넣을 수 있다.
▲성능
파나메라4 이그제큐티브는 V6 2.9ℓ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기존보다 배기량은 낮췄음에도 최고출력 336마력, 최대토크 45.9㎏∙m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한다. 변속기는 8단 PDK가 맞물리며 네바퀴굴림 방식으로 힘을 땅에 전달한다. 그 결과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5.4초이며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67㎞다. 효율은 ℓ당 복합 8.0㎞를 실현했다.
숫자만 봤을 때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포르쉐 하면 적어도 "S" 배지는 붙여야 빨리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동을 켜니 매콤한 소리를 내지르며 출발 준비를 알린다. 예상치 못한 소리가 사뭇 놀랍다. 이후 주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앞서 생각했던 걱정은 전부 편견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차는 거침없이 내달리며 시원한 가속감을 선물했다. 빠른 반응과 강력한 출력이 어우러져 2톤의 거구를 손 쉽게 밀어붙인다. 여기에 높은 고속안정성은 체감 가속을 무디게 만들 정도다. 속도 바늘이 높은 숫자를 향해 뻗어나갈수록 차는 바닥에 바짝 붙어 차분히 몸을 낮추고 질주한다.
순식간에 뻗어 나가는 차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는 소리다. 가변 배기 버튼을 누르면 또 다른 세상으로 운전자를 안내한다. 거칠면서도 하이톤의 사운드는 주행 내내 황홀하며 드라이빙 본성을 자극한다. 변속 패턴과 함께 톤을 자유 자재로 조정하며 듣기 좋은 음악을 선사한다. 마냥 강력하거나 시끄럽지 않다. 은은히 실내를 울리면서도 충분히 아름답다.
코너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직관적인 핸들링과 민첩한 코너링 조화 덕분이다. 원하는 만큼만 정확히 방향을 틀며 코너에 진입하고 탈출 시에는 접지력을 최대한 살려 빠르게 나온다. 짧은 과정 속에서 차가 흔들리거나 불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긴 휠베이스를 가진 세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재빠르며 깔끔하다.
부분변경 신형에는 최적화된 섀시와 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더욱 편안하고 스포티한 특성도 강화했다. 먼저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시스템은 댐핑 편의성을 눈에 띄게 증가시킨다. 여기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넣어 상황에 최적화된 승차감을 제공한다. 그만큼 2열에 앉아 이동할 때 딱딱하거나 불쾌한 감각이 없다. 대형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주행 느낌을 잘 연출했고 피로를 풀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탑승자는 넓은 공간과 시야를 바탕으로 여유롭게 이동의 순간을 즐기면 된다.
▲총평
파나메라4 이그제큐티브는 포르쉐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을 한 차원 넓힌 차다. 2도어 스포츠카의 한계를 넘어 네 명이서 즐기는 포르쉐를 만들어 낸 것처럼 이번에도 쇼퍼드리븐 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르쉐의 자신감은 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값 비싼 소재와 고급스러운 마감, 탑승자를 위한 편의 기능까지 아낌없이 넣었다.
여기에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포르쉐만의 드라이빙 실력이 더해져 독보적인 플래그십으로 재탄생했다. 물렁하고 칙칙한 검정색으로 도배한 대형 세단이 지루하다면 파나메라4 이그제큐티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기본 가격은 1억5,1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