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과 비슷한 승차감에 전기차 특유의 고성능 담아
제네시스가 G80을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로 낙점했다. G80은 제네시스의 주력 제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브랜드 출범 전인 1세대(BH) 시절부터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매력적인 상품성을 꾸준히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G80을 첫 전기차로 선택한 이유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G80에 전동화를 접목하는 것에 대해서 제네시스의 고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 제품의 가치는 물론, 자연스러운 전동화로의 전환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G80 전동화 모델을 만나 그 고민의 결실을 확인했다.
▲여전히 매력적인 디자인
G80은 예나 지금이나 우아한 실루엣과 황금 비례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G80 전동화 모델의 외관은 내연기관의 G80과 거의 같다. 전기차 특성을 반영한 범퍼와 그릴, 휠, 파란색의 번호판 정도가 다를 뿐이다. 그릴은 오각형의 프레임을 유지했지만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막았다. 대신 브랜드 특유의 마름모꼴 패턴을 유지하면서 레이더와 카메라, 고전압 충전구를 숨겨뒀다. 충전구 커버의 경첩은 안쪽에 크롬으로 두 줄을 새겨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을 위트있게 담아냈다. 내연기관의 그릴이 선을 강조했다면 전동화 모델은 면이 두드러지면서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범퍼의 흡입구도 마름모꼴 패턴을 적용했다. 그러나 평면적으로 설계해 내연기관 제품보다 무게감은 적다. 범퍼 양 옆에는 공기 터널을 뚫어 공력성능을 향상을 기대했다.
측면은 주유구가 사라진 덕분에 내연기관차보다 매끈하다. 도어 핸들은 부분변경 때 히든 타입으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휠은 19인치 직경의 20 스포크 전용 휠을 장착했다. 후면부는 두 줄의 테일램프와 제네시스 레터링이 두드러진다. 크롬 가니쉬와 공기 터널 장식은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리플렉터와의 연결성이 약해졌다. 번호판을 둘러싼 면의 형태는 깔끔하게 정리했다. 배출가스를 내뿜었던 오각형 듀얼 머플러가 사라진 점도 특징이다.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내연기관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네시스 만의 여백의 미를 강조하되 일부 트림 디자인과 시트 패턴을 바꾸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충전과 관련된 기능을 더했을 뿐이다. 여기까진 앞좌석 이야기다. 뒷좌석은 센터터널이 사라지면서 다리 공간이 양 옆으로 많이 넓어졌다. 4WD 구동계를 갖췄지만 프로펠러 샤프트 없이 모터를 앞·뒤 바퀴 축에 각각 탑재하는 전기차의 특혜를 공간활용도 면에서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차체 하부 곳곳에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한 탓에 시트 포지션은 내연기관 제품보다 약간 더 높다. 이는 머리 공간의 축소를 뜻한다. 결국 선루프가 사라졌다. 적재공간 역시 배터리의 영향으로 용량이 70ℓ 줄었다.
이밖에 편의품목 중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행속도,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뿐만 아니라 후측방 경고 같은 안전기능도 내장했다. 정교하게 다듬은 대시보드의 우드 트림은 트림에 포함된 시동 버튼과 비상등의 마감이 인상적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는 거치 각도가 너무 가파르다.
▲무겁지만 빠르고 안정적인 G80
듀얼 모터의 동력계는 시스템 합산 최고 370마력, 최대 71.4㎏·m다. 전자 제어식 4WD 시스템과 비슷한 역할을 맡은 디스커넥트 구동 시스템은 평소 뒷바퀴를 굴리다 구동력이 더 필요할 경우 네 바퀴를 굴려 주행 효율과 안정성을 높인다.
주행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87.2㎾h다. 350㎾급 급속 충전을 활용하면 22분 안에 10%에서 80%까지 전력을 담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채택하지 않았음에도 V2L(Vehicle 2 Load)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제네시스의 V2L은 그릴 자리의 충전구에 별도의 커넥터를 끼우면 사용 가능하다. 최대 3.6㎾까지 쓸 수 있어 웬만한 전자기기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주행 감각은 내연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한 토크와 소음·진동이 적은 전기차 만의 이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오히려 배터리로 무게중심을 낮춰 몸놀림이 더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공차중량이 2.2t이 넘어가지만 전기차 특유의 토크로 이를 상쇄한다. 소음·진동대책(NVH)은 완벽에 가깝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야 모터 구동음이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정도다. 전방 노면을 살피며 감쇠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전기차 특유의 가벼울 법한 승차감을 충분히 억제한다.
회생 제동은 패들 시프트를 통해 4단계로 나눴다. 회생 제동이 가장 낮은 단계는 내연기관차처럼 타력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달려 나갈 수 있다. 회생 제동이 가장 강한 단계는 가속 페달만으로 가·감속이 가능한 i-페달 기능을 지원한다. 하지만 부드러운 주행을 지향하는 고급차의 특성상 i-페달의 쓰임새는 크지 않을 듯하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스포트, 에코를 지원한다. 동력성능이 높은 만큼 각 모드의 차이는 확연하다. 주행 중 위험을 감지하거나 스포츠 모드 선택 시 옆구리를 잡아주는 시트도 여전하다.
주행 효율은 ㎾h당 4.3㎞(복합)를 인증 받았다. 그러나 실제 주행 시엔 더 높은 4.9㎞/㎾h를 계기판에 표시했다. 급가속과 고속 주행 구간이 길었던 점을 감안하면 소형 전기차 수준의 효율도 가능할 것 같다.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는 최장 433㎞(환경부 기준)다.
▲고급 전기차의 덕목
G80이 위치한 고급 대형차 시장은 다른 차급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완성차 회사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승차감, 정숙성, 브랜드 가치 등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동력계, 소재, 디자인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다. 그러나 미래 자동차 분야 중 하나인 전기차는 또 다른 영역이어서 첨단 기술과 승차감에 더욱 집중하기 마련이다. 제네시스는 G80을 통해 소비자가 전동화를 맞이할 때에 어색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충분히 억제했다. 전기차이기 전에 G80이란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머지않아 등장할 GV60과 GV70 전동화 제품도 자연스럽게 기대된다.
가격은 8,281만 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