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페라리가 전동화에 대응하는 방법, SF90 스트라달레

입력 2021년07월15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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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1,000마력 내는 PHEV 슈퍼카
 -지능적인 사륜구동 시스템 인상적

 자동차 회사들에게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엄격해지는 규제를 충족하고 친환경 전략으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슈퍼 스포츠카를 만들고 있는 페라리도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강한 힘을 내뿜는 내연기관의 명성이 높았던 만큼 전기로의 전환은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회사는 SF90 스트라달레로 첫 발을 뗐다. 
 

 새 차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페라리의 모습을 완전히 뒤집는다. 신선한 디자인과 디지털화로 진화된 실내, 브랜드 최초 사륜구동 시스템 등 파격적인 시도로 혁신을 거듭했다. 무엇보다도 세 개의 전기모터가 맞물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또 다른 주행의 즐거움과 가치도 전달해준다. 

 디자인&스타일
 새 차는 페라리 레이싱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 창립 90주년의 의미를 담아 만든 하이브리드 슈퍼카다. 외관은 미래 페라리시리즈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헤드 램프와 앞범퍼, 디퓨저, 테일 램프가 특징이다. 회사는 새 디자인으로 기술 완성도와 높은 성능, 시각적 만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은 낮게 깔린 "ㄷ"자형 매트릭스 빔 헤드 램프가 특징이다. 양쪽 램프 사이는 날개 형태의 면 처리로 공력성능을 강조했다. 여기에 끝 단을 날카롭게 처리한 범퍼와 안쪽으로 깊게 들어간 공기흡입구, 양 옆의 프론트 스플리터까지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나다.

 옆은 마음을 사로잡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바탕으로 매끄럽게 조화를 이룬 차체 라인이 유혹적이다. 전반적인 실루엣은 여느 페라리들과 마찬가지로 우아하다.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한 루프라인과 볼륨감을 자랑하는 펜더, 뒤쪽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한 별도 에어덕트까지 전체적으로 익숙한 모습이다. 날렵한 사이드미러와 앞에 붙인 페라리 훈장도 그대로다. 

 반면 뒤는 사뭇 새롭다. 대칭의 안정감과 긴장감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 독창적인 차체 비율을 나타낸다. 우선 테일램프가 원형에서 타원형으로 바뀌었다. 또 램프 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 형태의 스포일러도 꽤 독특하다. 은색 페라리 로고는 반쯤 떠 있어 입체감을 살리고 샤크핀 안테나는 날렵한 이미지를 높인다. 

 굵직한 배기구는 위치를 높여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낸다. 뒷유리와 그릴을 분리해 스타일면에서 불연속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디퓨저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도 더 넓어졌다. 에어로 다이내믹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보일듯하다. 

 실내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의 모습을 생각하면 두 단계 이상 건너뛴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다. 페라리의 새 디자인 방향성이자 자동차와 운전자 관계를 재해석한 게 핵심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 환경 중심의 디지털화다. 헤드업 디스플레와 16인치 디지털 계기판 등을 적용했다. 센터페시아 조작은 물론 공조장치, 각종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전부 터치 스크린으로 꾸몄다. 브랜드 상징과도 같은 스티어링 휠 주변 역시 대부분(심지어 시동 버튼까지) 터치 타입이다. 

 다행히 운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패들시프트는 기존과 같이 큼직하게 마련돼 있다. 이 외에 주행모드를 바꾸는 마네티노 스위치와 방향지시등, 센터터널에 위치한 변속 레버 등은 여전히 물리방식을 사용한다. 여러 곡선 패널이 맞물리는 대시보드를 비롯해 가죽으로 덮은 도어와 정교한 스티치는 볼수록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몸을 알맞게 지탱해주는 시트와 최적의 각도로 설계된 페달, 넓은 전방 시야까지 오로지 운전에만 최적화된 슈퍼 스포츠카라는 사실을 잘 알게 해준다. 

 성능
 동력계는 최고 780마력을 내는 8기통 터보 엔진과 220마력급 모터의 조합으로 시스템 최고출력 1,000마력을 낸다. 여기에 8단 습식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까지 2.5초, 200㎞ 도달까지는 6.7초면 충분하다. 구동계는 페라리 최초로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장착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탑재한 세 개의 전기모터는 F1 기술을 기반으로 설정했다. 한 개의 모터는 뒤쪽에서 엔진을 보조해주며 나머지 두 개는 앞바퀴에 각각 맞물려 힘을 분배한다. 또 전기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e드라이브와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퀄리파이의 네 가지 파워 유닛 모드를 마련했다. 참고로 순수 전기모드로는 시속 135㎞까지 달릴 수 있고 20㎞가 넘는 거리를 움직인다.

 SF90 스트라달레와 함께 여러 운전 모드를 번갈아 가며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달렸다. 처음에는 하이브리드, 조용하면서도 미끄러지듯이 차는 페독을 빠져나갔다. 이후 차는 전기 모터의 순간적인 출력을 앞세워 강하게 질주했다. 고속에서 빠르게 내달릴 때 차가 주는 몰입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페라리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라 더욱 생경하게 다가온다. 

 코너를 발견하고 제동을 걸었을 때 감각은 가속만큼이나 놀랍다. 강하게 잡아 세우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최적의 회생 제동으로 다음 스탭의 가속까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 F1 기술의 절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페라리는 수 없이 많은 F1 경기를 치르면서 회생 에너지 시스템 다루는 능력에 도가 튼 회사다. 

 최상의 데이터 베이스를 가지고 양산형 슈퍼 스포츠카 영역에서 능력을 200% 발휘한다. 그 덕분에 서킷을 여러 번 가열하게 달려도 전기 에너지는 좀처럼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마디로 신나게 달리고 복귀할 때는 전기 모드로 조용히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성격을 바꿔 퍼포먼스 상태에서 주행을 이어나갔다. 힘을 줄 수 있는 모든 파워트레인이 적극 활성화되며 차의 본성이 깨어났다. 강한 소리와 함께 조금만 스로틀을 열어도 미친 듯이 질주하며 운전자를 압박한다. 특히 순간마다 찾아오는 비현실적인 가속감은 마치 번지점프 할 때 순간적인 무중력 상태에 놓인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1,000마력의 숫자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강하며 이성의 끈을 놓기에 충분했다. 

 정신줄을 부여잡고 인스트럭터 지시에 맞춰 코너를 빠르게 공략했다. 이 상황에서는 방금 전의 두려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정확하고 예리한 움직임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서다. 몇 초 사이에 사람 감정을 180도로 바꿔 놓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해답은 킬링 포인트이자 가장 궁금했던 페라리식 사륜구동 시스템에 있다. 

 코너 진입과 동시에 스티어링 휠이 꺾이는 각도에 맞춰 차는 네바퀴에 힘을 즉각 분배한다. 단순히 동력 배분을 넘어 앞바퀴 양쪽의 회전량을 다르게 조정한다. 안쪽은 속도를 낮추고 바깥쪽은 더 빠르게 돌려 안정적인 코너링을 돕는다. 즉 전기모터가 주는 토크백터링을 통해 물리력을 무시할 정도의 강하고 빠른 주행이 가능하다. 

 차이는 운전자가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단칼에 코너를 베고 바람같이 탈출하는 모습이 경이로울 정도다. 이 분야에서 날고 긴다는 스포츠카들과 비교해도 몇 초는 더 빨리 통과하는 느낌이다. 더욱이 과정 속에서 불안하거나 휘청거리며 불쾌한 움직임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부족한 운전실력을 탓할 뿐이다.

 코너를 나와 다시 변속이 이뤄질 때 반응도 무척 빨라졌다. 7단 듀얼클러치를 버리고 F1 노하우를 이어받은 8단 습식 듀얼클러치의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실제 수치로도 변속 반응이 기존 대비 30% 이상 빨라졌고 후진 기어를 없애면서(후진은 오로지 전기 시스템만으로 움직인다) 패키징도 20% 줄였다. 무게와 부피가 작아지니 파워트레인 배치 자유도가 높아졌고 이득도 톡톡히 봤다.

 실제로 운전석 뒤에 엔진이 있지만 다른 페라리처럼 룸미러로 빨간 블록을 보는 건 쉽지 않다. 동력계를 최대한 바닥에 넣은 결과다. 생각보다 한참 아래쪽에 있으며 전기모터를 비롯해 훨씬 많은 부품이 들어갔음에도 무게중심과 스트포지션 등을 모두 낮출 수 있었다. 그만큼 운전자는 노면이 주는 피드백을 엉덩이 끝으로 모두 읽으며 차와 교감할 수 있다. 볼수록 위대하고 직접 운전을 하면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차체 상부의 공기흐름을 조절하는 "셧 오프 거니"도 인상적이다. 고속에서의 드래그를 감소시키고 제동 및 방향 전환, 코너링에서의 다운포스를 높이는 페라리의 독보적인 특허 기술이다. 혁신적인 공기역학적 솔루션을 적용해 모든 속력 및 주행 조건에서 차를 바닥으로 누른다. 심지어 시속 250㎞에서는 다운포스 무게를 390㎏까지 만들어낸다. 최대한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페라리만의 자랑거리다.

 총평
 SF90 스트라달레는 페라리의 방향과 목적, 미래 기대가치를 한 차원 높여주는 차다. 이와 함께 전동화 시대에서 슈퍼 스포츠카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과 즐거움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기술력의 정점에서 페라리 F1 경주차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양산차가 아닐까 생각한다. 1,000마력이라는 숫자에만 집착할 필요도 없다. 운전자와 교감하며 끊임없이 합을 맞추는 모습에서 "쇼업"만 강조한 하이퍼카 들과는 선을 긋는다. 

 반나절 짧은 트랙 시승만으로는 차의 능력을 전부다 알 수 없다. 오랜 시간 이 차와 함께할수록 숨은 장기와 깊은 매력이 진하게 우러나올 듯하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페라리가 어떤 회사인지를 상기시켜준다.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는 모터스포츠의 정신과 명문가에서 태어난 기품 있는 자세가 대표적이다. SF90 스트라달레는 단순 소유를 넘어 상징과 의미를 품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한편 SF90 스트라달레의 가격은 6억원 중반대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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