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 전기 트럭 구매 시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사업용 번호판 발급"이 내년 4월 종료된다. 하지만 이미 1년치 출고가 밀려 있어 사실상 신규 번호판 발급이 멈춘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웃돈을 주고 사업용 번호판이 부착된 중고 트럭을 구매할지, 아니면 일반 번호판의 1t 전기 트럭에 만족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2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판 중인 1t 전기 트럭은 현대자동차 포터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 EV 두 가지다. 두 차는 올해 상반기 동안 각각 8,554대, 5.250대가 판매됐다. 내수 전기차 판매대수(3만9,302대) 중 약 35.1%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8%, 234.4% 늘어난 실적이다. 두 차는 약 210㎞ 수준의 비교적 짧은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했지만 단거리 수송 중심의 운영을 통해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1t 전기 트럭 구매 보조금 지원은 사실상 마감됐다. 정부는 올해 전기 트럭 구 매 시 대당 1,600만 원을 지원한다. 지자체 보조금을 포함하면 서울시 기준 2,4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차 가격인 4,000만 원의 절반 이상을 지원받게 돼 디젤 트럭보다 낮은 액수로 전기 트럭을 구매할 수 있다. 올해 지원 대상은 2만5,000대로, 지난해(1만3,000대)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상반기 동안 절반 이상이 소진됐다. 또한, 안전품목에 필요한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두 차 모두 2만 대 이상씩 출고가 밀려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올해 보조금 지원 접수를 조기 마감한 배경이다.
전기 트럭 수요가 급증한 또 다른 이유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사업용 신규 등록 허가 종료가 꼽힌다. 정부는 그동안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총량제를 통해 화물차의 신규 등록을 막아왔다. 그러나 2018년부터 전기 화물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1.5t 이하 전기 트럭에 한해 화물차 사업용 번호판에 대한 신규 발급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국회가 화물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이 정책을 없던 일로 되돌리면서 신규 발급 혜택이 곧 사라지게 됐다.
그러자 사업용 혜택을 원하는 소형 트럭 소비자들은 중고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 전기 트럭을 신차로 계약하면 등록 허가 종료 전 출고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럭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업용 번호판 시세는 2,900만 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500만원 정도 상승했다. 1t 전기 트럭의 중고 시세는 2,000만원대 초중반에 형성됐으며 사업용 번호판을 붙인 차는 500만원 가량 웃돈이 더 붙는다. 사업용 번호판을 포함한 전기 트럭과 번호판과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만큼 전기 트럭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하지만 전기 트럭의 사업용 번호판이 일반용에 비해 무작정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충족해야 할 조건이 많은데다가 경우에 따라선 일반 번호판의 운행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 사업용 번호판은 우선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발급 가능하며 운전자는 화물운송종사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보험료는 사업용이 일반의 3배 수준을 넘는다. 또 전기 트럭은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 만큼 출고 후 2년 동안 의무운행기간을 지켜야한다. 거래를 통해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소재자 간의 거래만 가능하다. 무상으로 발급한 사업용 번호판은 양도가 불가능하다. 일반 번호판을 달더라도 사업자는 보조금을 포함한 차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환급 받을 수 있으며 최대 140만 원의 취·등록세 인하 혜택도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 트럭의 사업용 신규 등록을 막은 만큼 디젤을 대체하려는 영업용 수요보다 일반 번호판의 자가용 수요 증가가 전망된다"며 "정부는 수 년 내에 디젤 트럭이 단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전기, 수소, LPG 등 디젤을 대체할 저공해차 확대 정책에 나서야 할 것"고 전했다.
한편, 전기 트럭 구매 요인은 구매 용도에 따라 경제적 이익과 사업용 번호판 발급이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기 트럭 구매 배경은 경제적 이익이 45.0%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사업용 번호판 신규 발급 32.0%, 연료비 절감 31.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