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성과 강성 모두 챙긴 소프트 톱
-활용 범위 넒은 서스펜션과 안락한 승차감
BMW 4시리즈는 지난 2014년 처음 탄생했다. 세단 라인업으로 꾸린 홀수 시리즈를 벗어나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짝수 시리즈 시작을 알렸다. 그만큼 독보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쿠페와 컨버터블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BMW 이미지를 한층 젊게 바꿔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4시리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80만대가 넘게 팔리며 성공적인 안착을 이뤘다.
그리고 마침내 2세대 풀체인지가 올해 국내 상륙했다. 한국인 디자이너 임승모가 빚어낸 신형은 BMW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3시리즈 세단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매력을 자랑한다. 특히 4시리즈 컨버터블의 경우 톱 재질을 바꾸는 등 전방위적인 기술 변화를 거쳤다. 프리미엄 오픈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차를 마주했다.
▲디자인&스타일
신형의 가장 큰 특징은 지붕이다. 기존 하드톱에서 소프트톱으로 바꾼 것. 그만큼 4시리즈 컨버터블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부분이다. BMW는 지난 3월 개발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소프트톱으로 복귀하게 된 계기에 대해 "거리를 두고 차를 보면 차체 컬러와 매트한 천 소재의 구분이 또렷하다"며 "소프트톱의 매력과 대비를 정확히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드톱은 지붕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철판 구조가 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완벽한 쿠페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컨버터블임을 표현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소프트 톱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4시리즈 컨버터블은 멀리서 봐도 오픈카임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부드러운 천으로 감싼 형태와 긴 트렁크 라인, 완만하게 누워있는 A필러가 조화를 이뤄 감수성을 높인다. 참고로 루프는 시속 50㎞ 이하의 속도에서 버튼 하나로 작동 가능하며 개폐에 걸리는 시간은 단 18초다.
이 외에 디자인 특징을 살펴보면 이전 세대보다 길고 넓은 차체와 짧은 오버행이 인상적이다. 보다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비율로 거듭났다. 차체의 낮은 무게 중심과 훌륭한 앞뒤 무게 배분,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한층 다이내믹한 주행성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BMW의 전설적인 쿠페 모델들의 헤리티지를 계승한 수직형 BMW 키드니 그릴도 존재감을 낸다. 가로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와 각진 주간주행등도 또렷한 인상을 키운다. 범퍼는 M패키지답게 큼직하고 날렵하게 다듬었다. 양 끝에는 공기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에어브리더가 위치해 있고 안개등 및 유광 블랙 장식으로 포인트를 줬다.
옆은 곧게 뻗은 캐릭터라인과 살이 얇은 M 패키지 전용 휠이 눈에 띈다. 뒤는 높이가 낮은 트렁크를 비롯해 실내가 훤히 보이는 풍경이 오픈카의 감성을 키운다. 날카롭게 찢어진 테일램프와 중앙에 추가한 제동등, 볼륨감을 강조한 범퍼도 조화가 상당하다. 양쪽으로 나뉜 원형 배기구는 무난하며 주위를 투톤으로 감싸 밋밋함을 피했다.
긴 도어를 열면 깔끔하면서도 넓은 실내가 펼쳐진다. 전체적인 구성은 최신 BMW에서 보던 것과 다르지 않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 각종 버튼류의 형상도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버터블만 가질 수 있는 몇몇 기능이 눈에 들어온다. 톱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과 함께 헤드레스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넥워머를 마련했다. 겨울철 보다 쾌적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이 외에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윈드 디플렉터와 도어를 열고 닫을 때 스르륵 나오는 안전벨트는 세심한 배려까지 느낄 수 있다.
커넥티비티 기술은 쓸수록 깊은 만족을 준다. 먼저 애플 카플레이와 함께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스마트폰과 차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내비게이션, 일정, 전화 등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디스플레이와 계기반,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간편하게 확인 및 사용할 수 있다. 구현 과정이 매끄럽고 속도가 빠른 게 특징. 버그 현상도 라이벌과 비교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어서 주행 중 신속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BMW의 웬만한 편의 품목은 알차게 다 들어있다. 3D 어라운드 뷰를 지원하는 주차 보조 기능, 메모리 기능이 포함된 통풍시트,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 선명한 헤드업디스플레이,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등이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 패달과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M 패키지만의 특징도 멋을 더한다.
늘어난 길이만큼 2열도 어느 정도 혜택을 봤는데 특히 무릎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이를 제외한 기본적인 세그먼트의 한계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양 옆 패널이 두툼하고 가운데 턱도 높아서 좁아 보인다. 또 등받이 각도도 살짝 곧추 세워져 있다. 장거리 이동 보다는 짧은 거리를 움직일 때 활용하는 편이 좋겠다. 뒷좌석을 위한 별도 공조장치와 컵홀더, 충전 포트, 수납함은 괜찮은 구성이다.
반대로 트렁크는 신형으로 오면서 큰 폭의 개선을 이뤄냈다. 먼저 적재 공간이 385ℓ까지 늘어났다. 한눈에 봐도 깊고 큼직하며 시트 폴딩까지 지원해 긴 짐을 수납하기에도 유용하다. 이와 함께 톱 개폐 상관없이 일정한 사이즈를 제공한다. 또 트렁크 입구에는 양 옆으로 제법 깊은 공간을 파 놓아서 골프백 하나 정도는 가로로 넣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톱이 접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종 기계 장치 및 전선을 깔끔하게 숨겼다. 물건을 상처 없이 온전히 보관할 수 있으며 보기에도 한결 낫다.
▲성능
시승차인 420i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m를 발휘하는 BMW 트윈파워 터보 4기통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다. 이와 함께 빠른 변속과 높은 효율성을 보장하는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2초가 소요된다.
출력경쟁이 심한 요즘 자동차들 사이에서 단순한 숫자만 보고 판단하는 건 큰 착각이다. 가속감은 충분하다. 원하는 바늘 위치에 맞춰 차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린다. 자극보다는 담백하고 정직하게 내달린다. 힘이 부족하거나 답답한 건 아니다. 평소 주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언제든지 경쾌하다.
브랜드 특유의 운전 재미는 변속기가 보장한다. 스포츠 모드에 놓고 패들시프트를 활용하면 여느 BMW 못지 않게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다. 뛰어난 직결감에 맞춰 엔진은 정확하게 힘을 내고 스로틀을 열기가 무섭게 차는 튀어나간다.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도 민첩해서 동력을 쉽게 손실하지 않는다. 운전에만 집중한다면 이 차가 컨버터블인지 쿠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
코너에서도 감동은 이어진다. 특히 이전과 비교해 섀시가 많이 좋아졌다. 컨버터블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용 보강 부품을 대거 적용한 것. 또 프론트 엔드 하단에 장착된 알루미늄 전단 패널, 비틀림 강성이 극도로 높은 사이드 스커트 등을 추가했다. 그 결과 정적 비틀림 강성은 이전 세대 대비 4%나 증가했으며 차체 무게를 최적화하고 충돌 안전성도 높아졌다.
23㎜ 낮아진 차고와 바닥에 바짝 붙을 것만 같은 시트포지션, 기존 하드톱 대비 40% 가벼워진 무게도 한 몫 했다. 또 BMW의 이상적인 무게배분까지 더해 차는 예리하게 코너를 통과한다. 흔들림 없는 모습이 사뭇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조금 더 활짝 스로틀을 열어도 바깥으로 밀려 나갈 것 같은 불안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컨버터블의 단점을 말끔히 지우면서 운전에 대한 자신감도 불어 넣어준다.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길을 정복해 나갈 때는 깊은 유대감도 느낄 수 있다.
열정 가득한 달리기를 마치고 다시 고속영역에 차를 올려 놓았다. 여기에서는 정숙성과 승차감의 향연이 펼쳐진다. 먼저 정숙성은 수준급이다. 소프트 톱은 재질이 얇고 가벼워 소음이 클 거라는 편견을 이젠 지워도 좋다. 여기에는 BMW의 기술력이 더해진 "패널 보우"가 있다. 여러 겹의 단열재와 패브릭 커버로 구성했으며 뒷좌석 창문과 빈틈없이 밀착돼 높은 수준의 방음 및 단열 성능을 보여준다. 또 한층 더 자연스러운 루프 라인을 자랑한다.
기술 개발을 담당한 프로덕트 매니저는 옛날 소프트톱은 텐트처럼 처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신형 4시리즈는 언제나 팽팽하게 살아있다며 패널 보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천장 안쪽에 4개의 패널 판이 있고 그 위에 패브릭을 얹어 가공했다며 성질과 강성이 뛰어나 하드톱 못지 않은 텐션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단단한 판이 지붕을 감싸고 있어 안전과 정숙한 실내 분위기에 도움을 줬고 보다 안락한 감각을 키우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승차감은 운전 모드에 따라 차이를 분명하게 나눈다. 컴포트에서는 마냥 차분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도로 위 굴곡을 의연하게 거르면서 미끄러지듯이 질주한다. 세단을 몰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반면 역동적으로 달릴 때는 단단하게 조여서 스포티한 주행을 돕는다. 스펙트럼이 넓은 서스펜션 세팅은 다양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유쾌함을 전달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도 기본이다. 먼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어시스트,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탑재된다. 특히 주변 교통상황을 계기반에 3D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기능이 추가돼 주변 환경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손쉬운 주차를 지원하는 "파킹 어시스턴트"와 함께, 진입 동선을 따라 최대 50m 거리까지 차의 후진 조향을 도와주는 "후진 어시스턴트" 기능 역시 기본으로 들어간다.
▲총평
4시리즈 컨버터블은 오랜 시간 만들어 온 BMW 오픈에어링 기술력을 살펴볼 수 있는 차다. 진보된 소프트 톱은 기능과 멋을 동시에 챙겼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최신 기능이 맞물려 완성도를 높인다. 쿠페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주행 감각과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서스펜션 역시 차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중요 요소다. 이와 함께 쓰임새 좋은 최신 커넥티비티 기술과 남 부럽지 않게 넣은 편의 및 안전품목까지 갖춰 어느 곳 하나 아쉬운 구석이 없다.
타깃층은 명확하다. 자기표현을 중요시하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소비자,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상이다. 이와 함께 일에는 기준이 명확하면서도 휴식을 취하거나 활동적일 때는 감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도 해당된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쉽게 흡수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에게 4시리즈 컨버터블은 적합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한편 420i 컨버터블 M 스포츠 패키지의 가격은 6,7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