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모두의 SUV, 푸조 5008

입력 2021년07월30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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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 페밀리-룩으로 다듬은 스타일 
 -넉넉한 공간 및 활용 범위 다양해 
 -알찬 효율과 성능 발휘하는 디젤엔진

 SUV 인기가 지속되면서 다양한 성격의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카 못지 않은 성능을 가진 SUV부터 스타일에 집중한 쿠페형 SUV, 정통 험로 주파 능력에 힘을 준 SUV까지 종류와 목적도 다양하다. 소비자 입맛에 맞춘 완성차 회사들의 섬세한 전략이 돋보이며 실제 판매에서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롱보디 타입의 중형 SUV도 그 중 하나다. 부담 없는 크기로 여유로운 운전을 돕고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실용성까지 챙긴 모습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푸조 5008은 라이징 스타 역할을 자처한다. 더욱이 신형으로 오면서 앞뒤 인상을 다듬고 여러 기능도 추가해 상품성을 높인 상황. 5008의 숨겨진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차를 마주했다.

 디자인&스타일
 외관은 부분변경의 장점이 드러난다. 앞은 차체와 램프의 연결성을 강조한 일체형 프레임리스 그릴을 채택했다. 각 부품과의 경계를 지운만큼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형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자 로고는 중앙에 수직으로 위치하고 새로운 숫자체의 5008 레터링도 보닛 앞 코에 붙였다. 

 풀 LED 헤드램프는 디자인이 한층 날렵해졌다. 안개등을 포함하며 범퍼 하단의 양 끝에는 유광 블랙으로 장식을 더해 스포티한 모습을 드러낸다. 또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푸조의 새로운 시그니처 주간주행등(DRL)도 적용했다. 방향지시등과 같이 점등되며 선명한 인상을 심어준다. 

 옆은 볼륨감을 강조한 펜더를 비롯해 3열을 고려한 긴 차체가 눈에 들어온다. 위쪽 창문 몰딩과 도어 아래쪽에는 두툼한 크롬도금을 둘러 고급감을 키웠다. 이 외에 큼직한 사이드미러와 보닛 라인을 따라서 새긴 펜더 장식, 단정한 모양의 휠은 그대로다. 뒤는 3D LED 리어램프가 입체적으로 변했다. 여러 겹으로 반사돼 빛을 내는데 고급 플래그십 세단에서 볼 법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LED 시퀀셜 방향지시등도 새롭게 적용했다. 램프 사이를 흐르는 유광블랙 장식과 크롬도금 범퍼는 화려하며 사각 배기구, 후방 안개등 위치는 기존과 동일하다.

 실내는 구성을 틀거나 디자인을 바꾸지 않았다. 꼭 필요한 기능만 찾아 알맞게 개선한 수준이다. 그만큼 눈에 보이는 변화는 크게 없다. 콤팩트한 사이즈의 더블 플랫 스티어링 휠, 12.3인치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 8인치 터치스크린,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토글 스위치 등 예전과 다를 게 없는 구성이다. 스티치 패턴을 세련되고 모던한 형태로 바꾼 알칸타라 시트 정도가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조의 아이-콕핏 실내는 여전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맛을 자랑한다. 신선함으로 무장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꾸만 눌러보게 만든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면 다양한 화면에 불이 켜지면서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피아노 건반 모양의 토글 버튼과 손에 쥐는 맛이 좋은 전자식 변속기 등 각 부품들의 스타일도 훌륭하다.

 2.8m가 넘는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2열은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무릎과 머리 위공간도 여유롭고 바닥면도 평평해 한결 깔끔하다. 이 외에 양쪽 유리창에는 수동식 햇빛가리개를 탑재했고 중앙에는 전용 송풍구와 바람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 USB 충전 포트가 마련돼 있다. 

 또 기존과 동일하게 개폐 가능한 파노라믹 선루프와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접이식 테이블을 준비했고 GT 팩 트림의 경우 포칼 프리미엄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해 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시트의 기능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1열 통풍 및 2열 열선 시트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인데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편의 품목인 만큼 미련이 남는다. 

 2열 시트는 1+1+1 구조이며 전부 개별 조절이 가능하다. 앞뒤로 움직이거나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반 자동 시트를 앞으로 밀면 3열도 들어갈 수 있는데 공간은 크지 않다. 두 개의 작은 의자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는 걸 추천하며 되도록이면 트렁크 안쪽으로 숨겨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편이 낫겠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237ℓ로 3열 시트를 접으면 952ℓ, 3열 시트를 탈거하고 2열 시트까지 접을 경우 2,150ℓ까지 확장된다. 여기에 조수석 시트까지 접으면 최대 3.2m의 긴 적재물도 실을 수 있어 캠핑, 레저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할 수 있다. 네모 반듯해 활용도가 좋고 풀플렛 가까운 평탄화가 나와 차박도 훌륭하게 소화한다.

 성능
 푸조 5008 SUV는 1.5ℓ 블루 HDi와 2.0ℓ 블루 HDi 두 가지 디젤로 나뉜다. 1.5ℓ는 알뤼르, GT 트림에, 2.0은 GT 팩 트림에 탑재된다. 시승차는 유로6d 기준을 충족하는 1.5ℓ 블루HDi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0.61㎏∙m를 내고 EAT8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또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126g/㎞로 기존보다 각각 6.7%, 14.9% 개선됐다. 효율은 복합 14.9 ㎞/ℓ로 기존(복합 14.0 ㎞/ℓ) 대비 6.4% 높아졌다.

 시동을 켜면 디젤차 특유의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이후 주행을 이어나가면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매끄럽게 앞으로 나간다. 낮은 숫자만 보고 차가 안 나갈 거라는 생각을 하면 큰 착각이다. 제법 시원하게 속도를 올리고 경쾌하게 질주한다. 스로틀 반응이 매끄럽고 낮은 RPM에서 나오는 순간적인 펀치력도 인상적이다. 디젤 장인다운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세팅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물론 풀 스로틀로 갈수록 숫자가 올라가는 시간이 더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답답함을 느끼기 힘들다. 특히 8단 자동변속기는 호쾌한 반응을 보여주는 데에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한다. 정직하게 단수를 찾은 뒤 알맞게 오르내리며 최적의 엔진 성능을 이끌어낸다. 서로의 뛰어난 합을 바탕으로 차는 활기차게 질주하며 운전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서스펜션은 푸조의 노하우로 가득 채워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거친 도로 위 굴곡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요철을 지날 때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크게 몸을 흔들거나 탑승자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브레이크는 다소 아쉬웠다. 꾸준한 답력과는 거리가 멀고 급하게 차를 잡아 세우는 느낌이 강하다. 내 차로 오랜 시간 길들인다면 상관없지만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이 외에 드라이브 모드는 표준, 스포츠, 에코 3가지 일반 주행 모드부터 눈, 진흙, 모래 모드 등 다양한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그립 컨트롤까지 총 6가지로 준비했다. 다이얼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었던 그립 컨트롤 주행 모드를 하나의 드라이브 모드 버튼으로 통합해 조작 편의성도 더욱 강화했다. 각 모드별 차이는 꽤 크다. 에코에서는 최대한 페달 반응을 억제하며 효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스포츠에서는 예민한 감각을 내세워 민첩한 주행에 도움을 줬다. 

 안전 품목 개선은 주목할 부분이다. 신형으로 오면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자율주행 레벨2 수준으로 더욱 강화했다. 앞 차와의 거리 유지는 물론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스톱앤고", 차선 중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을 더했다. 이 외에도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LKA),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ABSD), 어드밴스드 비상 제동 시스템(AEBS),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HBA) 등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기능을 활성화 하고 고속 주행을 했을 때 편리함은 배가 된다. 구현이 자연스럽고 차선을 바꾸거나 곡선이 심한 구간 등 변수를 만났을 때도 부드럽게 대처했다. 또 실시간 상황을 계기판 속 그래픽으로 보여주면서 운전자를 안심시킨다. 다만 작동 버튼이 스티어링 휠 뒤쪽에 숨어있어 손에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안전 기능은 준수한 실력으로 장거리 주행에 큰 힘이 됐다.

 총평
 푸조 5008은 롱보디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십분 발휘해 모두의 만족을 주는 차다. 먼저 신형으로 오면서 스타일과 기능을 동시에 잡았고 보다 탄탄한 상품성을 갖춘 점이 마음에 든다. 또 넉넉한 크기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알찬 공간 활용을 바탕으로 2열과 트렁크에서의 만족도 한층 끌어올렸다. 섬세한 구성을 살펴볼 때면 패밀리카로 손색없는 모습이며 마치 미니밴을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그만큼 푸조의 롱보디 SUV는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춰 만능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다.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푸조 신형 5008의 가격은 알뤼르 4,761만원, GT 4,979만원, GT 팩 5,71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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