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이동 수단 전동화는 '쩐의 전쟁'

입력 2021년08월0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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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세제 논의는 언제 시작되나

 배기량 1,998㏄ 2,450만원짜리 쏘나타를 한 대 사면 개별소비세(74만원) 개별소비세교육세(22만원), 부가세(223만원), 취득세(155만원) 등을 포함해 약 480만원의 세금을 국가 및 자치단체에 납부한다. 그리고 연간 1만3,000㎞를 운행할 때 매년 100만원이 조금 넘는 유류세와 50만원 가량의 자동차세를 부담한다. 그러니 내연기관 자동차를 10년 동안 운행하는 사람은 대략 2,000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여기서 확보된 2,000만원의 세금은 여러 용도로 사용된다. 교육, 복지, SOC, 보조금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필요한 재원인 셈이다. 따라서 전체 내연기관 자동차 등록대수가 2,400만대 가량임을 감안할 때 자동차와 관련된 세 부담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아이오닉5 EV를 사는 사람은 1,20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전액 감면 받는다. 또한 자동차세도 면제 수준이다. 그나마 전력을 사용할 때 부가세와 전력산업기반금 정도는 내지만 유류에 비하면 세 부담은 매우 낮은 편이다. 단적으로 보면 쏘나타 10년 운행에서 거둬 들인 2,000만원을 고스란히 아이오닉5 EV 지원에 활용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도 탄소중립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2030년에 연간 판매되는 185만대의 새 차 가운데 60%인 108만대가 전기차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기준을 적용할 때 2030년 한 해에만 쏟아부어야 할 전기차 보조금 및 감면 세액만 20조원이 넘는다. 2,400만대의 내연기관차를 모두 바꾸는 과정이니 2022~2029년까지 투입해야 할 보조금은 100조원이 넘게 된다. 하지만 전기차로 바뀌면서 내연기관의 유류세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필요한 비용은 어디선가 또다시 조달해야 하는데 마땅한 세원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전기차 보조금은 줄이고 충전 전력에 추가 세금을 붙이는 방안이 언급된다. 그래야 유류세 감소분이 보전돼 여전히 교육, 복지, SOC, 보조금 등에 활용 가능한 재원이 발굴되는 탓이다. 하지만 섣불리 전력세 부과 및 보조금 감소 정책을 도입하면 탄소 중립 실현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전기차의 경제성이 떨어져 내연기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억지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방안이 도입될 수 있고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사항이 내연기관의 과세 부담 증가, 즉 오염자 부담원칙의 적용이다. 전기차 보급에 필요한 재원이 많아질수록 내연기관의 세 부담은 높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예상치 못한 경제적 부담을 지는 사람도 있고 전기차 운행자의 부담 또한 늘어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세금 균형을 맞추려면 전기차 지원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내연기관의 세 부담을 높이는 게 현실적 방안이다. 그렇지 않으면 탄소 중립 실현을 뒤로 미뤄야 한다. 

 그래서 도로이동부문의 탄소중립 경쟁은 흔히 "쩐의 전쟁"으로 표현된다. 재정 여력이 많은 나라일수록 내연기관의 배터리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게다가 자동차 과세 비중이 적은 국가일수록 전환 속도를 높이는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내연기관에 추가적으로 세금을 붙여 전기차 구매를 유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한국은 자동차의 세금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조건만 보면 불리한 형국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확고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전기차를 늘린다는 목표가 아니라 자동차 및 유지 부문의 세금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공론화에 돌입해야 한다. 자동차에 관련된 갖가지 세금과 부담금 재조정을 통해 예측 가능한 산업 전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자동차 세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개별소비세와 부가세, 유류세 등은 중앙정부의 몫이지만 자동차세는 행정안전부 소관이며 전기차 보조금과 내연기관 환경개선부담금은 환경부의 몫이다. 이외 수많은 모빌리티 라이프에서 발생하는 세금 성격의 비용도 적지 않다. 

 이처럼 산업 전환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항목인 자동차 관련 세금이지만 모두가 언급을 기피하는 이유는 그만큼 국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고 반발 또한 거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과 달리 자동차는 경제적 지위를 떠나 국민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인 점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도록 만드는 배경이다. 기후변화를 위해 탄소 중립을 이루자는 목소리는 많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세금 정책으로 자동차부문을 줄이겠다는 방법론을 제시 못하는 것 자체가 이해 당자사의 범위가 너무나 넓은 탓이다. 

 그래서 정치권이나 행정부에서 자동차 세제 개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일종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처럼 여겨진다. 특히 방울을 매다는 사람에게 쏟아질 집중 포화는 견디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달아야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자동차 관련 세금 문제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만큼 예측이 돼야 하고 그랬을 때 탄소 중립으로 가는 속도는 높아질 수 있으니 말이다.  

 박재용 자동차칼럼니스트(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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