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정확한 주행 감각 구현
-운전 재미 높이는 다양한 기능 탑재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 날씨 속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는 우렁찬 소리가 쉴새 없이 울려 퍼졌다. 마른하늘에 천둥이 치는 것 같은 무서운 사운드가 메아리로 퍼지고 사람들은 차의 능력을 감탄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치 슈퍼카 테스트나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볼 법한 장면이지만 사실은 아반떼 N 행사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현대가 만든 앞바퀴굴림 고성능 세단은 뛰어난 실력과 놀라운 주행 감각으로 모두를 혼란과 감동의 장으로 만들었다. 단 3시간에 불과한 짧은 미디어 시승이었지만 차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행사는 강원도 지역의 거리 두기 단계와 코로나19 수칙을 준수해 엄격한 방역 속에서 이뤄졌다. 먼저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참가 접수를 받았고 소독을 마친 시승차를 배정받았다. 이후 단 한번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모든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제품 및 코스 설명, 브리핑 등 의사소통이 필요한 과정은 전부 무전기로 이뤄졌다. 각자 주어진 주차 라인에서 배정받은 시승차 촬영만 가능했고 영상 역시 동승자를 탑승하지 않고 혼자 찍어야 했다.
방역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진행한 첫 번째 프로그램은 차의 성격을 알아볼 수 있는 짐카나 코스였다. 런치컨트롤을 이용해 급가속을 전개하고 급제동과 슬라럼을 통해 차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제로백 5.3초의 강한 성능을 몸으로 느끼고 고성능 브레이크가 주는 칼 같은 제동을 직접 경험하니 예사롭지 않은 차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특히 콘과 콘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는 슬라럼은 운전 모드 별로 완전히 다른 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컴포트에서는 부드럽게 대처하는 능력이 일품이고 스포츠는 단단하게 조여진 차체가 민첩한 반응을 이끌어 낸다. 유쾌하면서도 인상적인 실력을 직접 경험하니 아반떼 N의 잠재력이 더욱 궁금했다.
가볍게 몸을 풀고 곧바로 공도 주행에 나섰다. 인제 스피디움 주변 와인딩 로드를 빠르게 돌고 오는 코스였다. 민가에서는 컴포트모드로 두고 빠르게 통과했다. 차는 생각보다 조용하며 자극적이지 않다. 승차감도 마찬가지다. 무지막지하게 딱딱하지 않고 통통 튀는 느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고성능 차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이후 굽이치는 산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꿔 주행을 이어나갔다. 차는 성격을 180도 바꾸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여기에는 예리한 스티어링 휠 반응이 큰 역할을 해낸다. 조금만 각도를 틀어도 즉각 반응하며 코너 안쪽으로 깊숙이 차를 집어 넣는다. 빠른 속도와 맞물려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이후 매끈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탈출할 때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빠져 나온다. 이렇게 콤파스로 정확히 반원을 그리듯이 차는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굽잇길을 통과한다. 변수가 많은 와인딩 로드에서 아반떼 N은 객관적이고 안정적인 자세로 운전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여기에 중독성 강한 엔진음과 커스텀 모드에서 터지는 배기음도 흥분을 더한다. 산 속에서 길을 호령하는 왕이 된 것 같은 자신감을 심어준다.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에 인제 스피디움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서킷 주행에 나섰다. 이 곳에서는 N 모드를 적극 활용해 차의 한계를 꺼내기로 했다. 스포츠 모드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거라고 믿었는데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완전히 다른 차를 몰고 있는 기분이 든다.
최고 280마력, 최대 40㎏·m의 힘을 가진 아반떼 N은 거침없는 속도와 짜릿한 가속감으로 절정을 향해 달린다. 몸이 시트 안으로 파묻히고 고개가 꺾이는 경험은 수도 없이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 현실적인 몰입감을 제공하며 이성적인 판단을 희미하게 만든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부터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순간까지 현존하는 국산차들과는 선을 긋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코너에서는 조건에 맞춰 쇽업소버의 감쇄를 깔끔하게 조절하는 전자 제어 서스펜션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각각 제어해 날카로운 코너링을 도와주는 N코너 카빙 디퍼렌셜이 맞물려 기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직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방향전환이 가능한 이유다.
N 최초로 구현된 기능도 있다. 아반떼 N은 WRC 랠리카에 적용된 액슬 일체형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전륜 기능통합형 액슬(IDA, Integrated Drive Axle)을 N 최초로 적용했다. 휠 조인트와 허브의 일체화로 부품 수를 축소해 대당 약 1.73㎏의 중량을 절감했으며, 조립 구조 단순화와 휠 베어링 횡 강성 증대로 핸들링 한계 성능을 높였다.
욕심을 부려 더 강하게 몰아붙여도 차는 여유롭게 받아낸다. 레브 매칭은 부드러운 변속과 빠른 재가속을 도와주며 뒤에서 강하게 밀어주는 듯한 N 파워 쉬프트의 능력도 놀랍다. 직선로에서는 스티어링 휠 아래쪽에 붙어있는 N 그린 쉬프트를 사용했다. 약 20초 가량 순간적인 힘을 더해주는 오버부스트 개념인데 속도는 최고속을 향해 거침없이 올라간다. 참고로 기존 벨로스터 N에 3분으로 설정됐던 N 그린 쉬프트(NGS) 재활성화 시간을 40초로 대폭 단축했다. 이처럼 아반떼 N은 운전 즐거움을 높이는 다양한 요소들로 활용도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주행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타이어의 역할이 크다. 기존의 N 라인업은 피렐리 제품을 사용했는데 아반떼 N 만큼은 미쉐린의 쫀득한 타이어가 끈끈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달린다. 차와 환상적인 궁합으로 최상의 접지력을 보여주며 그립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서킷을 여러 번 돌아나갈수록 능력은 더 커지며 차와 한 몸이 되어서 운전이 가능하게끔 도와주는 소중한 신발이다.
브레이크에 대한 아쉬움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여름 뜨거운 서킷을 종횡무진 질주하는 순간에도 본분을 잃지 않고 완벽한 제동을 보여줬다. 쉽게 지치거나 어이없는 상황이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순간적인 타이밍에 제 역할을 잘 해내며 차가 돌거나 바깥으로 빠지는 현상을 막아준다. 랩타임을 줄일 수 있는 절대적인 역할을 소화하며 경쾌한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열정 가득한 서킷 주행을 마치고 난 뒤 비로소 차의 실내외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외관은 공격적인 인상이 기존 아반떼와 다른 이미지를 풍긴다. 그릴과 범퍼의 경계를 알 수 없게 블랙 포인트로 시선을 사로잡고 아래쪽에는 날카로운 스플리터와 레드 스트립으로 멋을 더했다. 옆도 마찬가지다.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와 사이드 스커트, 독특한 디자인의 19인치 휠이 소유욕을 자극한다.
뒤는 윙타입 리어 스포일러가 압권이다. 다운포스를 만들며 주행 안정성을 높이고 유광 블랙 컬러를 둘러 차별화된 고성능 이미지를 구현한다. 여기에 듀얼 싱글 팁 머플러는 강력한 소리를 내뿜게 도와주고 역삼각형 리플렉터를 적용한 디퓨저는 국산 고성능 세단의 상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실내는 스티어링 휠의 변화가 가장 크다. N 전용 버튼과 두툼한 패들시프트 조화로 자꾸만 눌러보게 된다. 여기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스포츠 버킷 시트는 몸을 온전히 잡아주며 긴장을 높이는 요소로 손색없다. 알칸타라와 가죽을 적절히 섞어 지지력과 고급감을 동시에 구현한다. 이 외에 메탈 페달과 블랙 헤드라이닝, 퍼포먼스 블루 컬러 스티치 등이 아반떼 N만의 특징이며 차체 강성 보강을 위해 탑재한 리어 스티프 바는 감성 마력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아반떼 N은 전륜구동 고성능 세단의 한계를 넘어서며 운전자에게 끝없는 재미와 스릴을 안겨준다. 이 악물고 만든 것처럼 현대차 최신 기술이 집약돼 있으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지루할 틈이 없다. 이성적인 성능과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를 바탕으로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은 세계 라이벌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현대 N 브랜드의 또 다른 걸작을 만난 기분이며 합리적인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구매 욕구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만큼 새 N카는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선택지로 제 역할을 다한다.
아반떼 N의 판매가격은 MT 3,212만원, DCT 3,399만원(개소세 3.5% 기준)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