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외강내유, 랜드로버 디펜더 110 가솔린

입력 2021년08월11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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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과 미래를 잇는 감각적인 디자인
 -강인한 이미지와 섬세한 주행감각 인상적

 디펜더는 랜드로버 역사를 대표하는 중요한 SUV다.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능력을 갖춰 긴 시간 험로에서 활약했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라인업 확장에도 큰 역할을 했다. 판매 주축을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 지주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각종 규제 및 도심형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잠시 자리를 내준 적도 있다. 하지만 랜드로버는 디펜더의 가치를 지키려 노력했고 2019년 신형을 선보여 다시 한 번 건제함을 드러냈다. 

 국내에는 지난해 9월 공식 출시했고 디젤을 시작으로 가솔린도 한국땅을 밟아 소비자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캠핑을 비롯해 레저활동 인구가 늘고 있고 큰 차를 선호하는 추세까지 맞물려 디펜더의 성장은 초록불이 켜진 상황. 옛 정신을 계승하면서 최신 트렌드를 어떻게 버무렸을지 시승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디펜더의 고유한 디자인을 현대식으로 다듬었다. 먼저 각진 차체와 껑충한 높이, 짧은 앞뒤 오버행에 시선이 간다. 강인하면서 다부진 모습의 SUV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옆으로 열리는 방식의 트렁크와 이탈각을 고려한 노출형 외부 타이어는 독보적인 감각을 자랑한다. 

 앞은 직선과 사각으로 대부분을 꾸몄다. 풍성한 범퍼와 작은 헤드 램프가 대조적이고 반원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탑재해 또렷한 인상을 드러낸다. 옆은 5m가 넘는 차체와 큼직한 4각 유리창으로 존재감을 뿜어낸다. 두툼한 필러와 랜드로버 배지도 시선을 자극한다. 반면 뒤는 반듯하게 철판을 자른 듯한 평면 형태의 테일 램프가 특징이다. 

 디펜더는 입맛에 맞게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제공한다. 차의 오프로드 역량을 강화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루프렉과 사다리, 별도의 수납함 등 나만의 디펜더는 꾸미기 나름이다. 구체적으로는 익스플로러, 어드벤처, 컨트리 및 어반 등 네 세부 패키지로 나뉘며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디펜더를 완성할 수 있다.

 시승차는 디펜더 110 P300 X-다이내믹 SE로 몇몇 요소에서 일반 트림과 차별화를 보인다. 먼저 앞뒤 범퍼와 사이드스 몰딩 부분을 전부 유광 블랙으로 덮었다. 보닛과 펜더 장식도 같은 소재를 사용해 통일감을 키우며 휠은 다크 그레이 톤으로 칠해 고급감을 높였다. 뒤 범퍼에는 별도의 견인고리를 두 개나 마련해 차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실내는 견고하고 단단해 보인다. 단순한 구성과 내구성을 강조한 소재 덕분인데 그 중에서도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은 압권이다. 차의 보디구조인 크로스카 빔의 표면을 인테리어 디자인 일부로 구성한 것이다. 

 노출 구조형 디자인을 차에서 접한다는 사실이 참신하고 놀랍다. 이런 형태는 스티어링 휠과 도어 패널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디펜더의 성격과 방향을 잘 표현한 부분으로 손색없다. 노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가공법으로 매끄럽고 고급지며 촉감이 뛰어나다. 자꾸만 시선이 머무는 실내의 핵심 포인트다. 

 디지털 요소의 강화도 눈 여겨 볼만하다. 먼저 풀 디지털 계기판은 시원스러운 크기로 시인성이 뛰어나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처리속도와 연동성을 높인 "피비 프로"와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시스템인 SOTA 기술을 지원해 새로운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특히 퀄컴의 최첨단 스냅드레곤 820Am 칩과 LTE 모뎀 2개를 탑재해 더욱 진보한 기술력과 직관성을 갖췄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과 같이 빠른 반응속도를 보인다. 

 이 외에 한국시장을 위해 국내 최다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T맵 내비게이션을 자동차 개발 초기 단계서부터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했다. 별도의 스마트폰 연결 없이 순정 T맵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최소한의 공조장치 다이얼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버튼 하나로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게 특징인데 처음에는 다소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한번 손에 익으면 주행 중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센터터널은 온통 수납함으로 꾸몄다. 크고 작은 짐을 다양하게 넣을 수 있고 냉장 보관이 가능한 콘솔박스와 휴대폰 무선충전패드, 곳곳에 마련한 충전포트도 인상적이다. 

 차의 크기를 미뤄볼 때 2열은 넉넉하다. 실제로 디펜더 110의 레그룸은 1m에 가까운 992㎜를 제공하며 동시에 4대2대4 분할 폴딩시트로 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가운데 턱이 낮고 시트포지션이 높아 개방감도 좋다. 천장에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함께 2열 도어 위쪽에 별도의 유리창을 뚫었다. "알파인 라이트"로 불리는 가로 형태의 유리는 산 정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던 예전 디펜더의 유산이다.

 트렁크 활용은 어떤 SUV보다도 알차다. 먼저 오염이 적은 바닥판을 사용해 물기가 묻은 장비도 부담 없이 넣을 수 있다. 기본 1,075ℓ의 적재공간을 갖췄으며 2열 폴딩 시 최대 2,380ℓ까지 늘어난다. 풀플랫을 제공해 레저 활동에 적합하며 트렁크 아래에도 꽤 깊은 수납함이 있다. 

 양 옆에는 그물망과 밴드, 옷걸이, 충전 소켓 등을 갖췄다. 심지어 물건을 오르내리기 쉽게 에어서스펜션을 낮추는 버튼도 마련돼 있다. 참고로 적재량은 최대 900㎏이며 루프 하중은 300㎏(정차 시)에 달해 웬만한 캠핑장비도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성능
 보닛에는 직렬 4기통 2.0ℓ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여기에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통해 엔진 내부의 공기 흐름을 극대화하고 응답 속도를 높여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특히 1,500rpm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탁월한 가속 성능을 자랑해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7.4초 만에 주파한다.

 고요하면서도 부드러운 회전 질감은 가솔린 SUV의 가장 큰 장점이다. 디펜더를 통해서 온전히 경험할 수 있으며 매끄러운 가속감도 일품이다. 일상 속 도심 주행에서는 큰 덩치를 잊을 정도로 경쾌하고 시원스럽게 내달린다. 고속 주행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욕심을 부려 가속페달에 힘을 더하면 한계를 쉽게 드러낸다. 먼저 엔진 회전수가 껑충 올라가면서 꽤 거친 소리를 전달한다. 이와 함께 터보 특유의 지연현상이 다소 답답하게 다가온다. 물론 크게 숨을 고른 뒤에는 거침없이 질주하지만 속도를 올리기까지의 과정은 살짝 밋밋하다. 

 정직한 8단 자동변속기도 마찬가지다. 정직하고 담백하게 움직일 뿐 역동성을 더하거나 민첩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도로 흐름에 맞춰서 여유롭게 주행하거나 고속 크루징 시 만족이 더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파워트레인 조합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평균점을 잘 지킨 모습으로 누구나 쉽고 무난하게 차를 다룰 수 있겠다. 다만 달리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한 체급 위의 6기통 3.0L 가솔린 엔진을 넣은 디펜더 110 P400을 추천한다.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만족을 줬던 부분은 승차감이다. 우선 에어서스펜션의 능력이 탁월해 안락하면서도 믿음직한 주행 감각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은 연속 가변 댐핑을 사용하며 차체를 제어하고 롤링을 최소화한다. 실시간 자동으로 변화하는 댐핑은 초당 최대 500회의 차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차체를 제어하고 고속 주행 시 날카로운 핸들링에도 도움을 준다.

 최신 안전 기능도 여유로운 이동을 돕는 일등공신이다. 디펜더는 6개의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 4개의 레이더를 통해 다양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지원한다. 정이를 바탕으로 스톱앤고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을 이탈할 경우 조향 간섭을 통해 차량을 다시 차선 안쪽으로 유지시켜주는 차선 유지 어시스트 시스템,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 후방 교통/충돌 감지 기능 등이 탑재됐다.

 이외에도 충돌 위험이 발생할 시 운전자에게 제동 경고를 표시하고 비상 제동을 활성화해 충돌의 충격 감도를 감소해주는 긴급 제동 보조장치(AEB)를 기본으로 넣었다. 또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가속 페달 조작을 모니터링해 운전자의 피로도를 감지하고 경보를 발생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 상황으로부터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각 기능들은 실시간 유기적으로 작동해 안전을 보장하며 운전 피로도를 줄여줬다. 커다란 SUV임을 잊게 할 정도로 쉽고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총평
 디펜더가 주는 매력은 기대를 넘어 큰 만족으로 다가왔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모던한 감각을 앞세워 시선을 끌고 아이디어 가득한 실내는 오랜 시간 차와 함께 할수록 진한 여운과 감탄으로 다가온다. 주행에서도 준수한 실력을 드러냈으며 안락한 승차감과 깔끔한 핸들링은 크기와 컨셉트에서 오는 고정관념을 날려버렸다. 

 유럽산 SUV다운 탄탄한 움직임도 한몫했고 반자율주행 기능도 유용하게 운전자를 도왔다. 듬직하고 강한 인상과 다르게 운전을 할 때는 배려심 넘치는 모습이 사뭇 마음에 든다. 이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반전 매력을 뽐내는 디펜더는 정통 SUV 마니아라면 한번쯤 드림카 리스트에 올려 놓을만한 자격이 충분한 차다.

 2022년형 올 뉴 디펜더 110은 네 가지 트림으로 구성돼 있다.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P300 X-다이내믹 SE의 가격은 1억3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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