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효율은 높이고 탄소배출은 줄이고
유럽을 중심으로 48V 하이브리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전동 모터를 구동 목적이 아닌 엔진 보조역할로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구별해 "마일드 하이브리드"라고도 부른다. 별도의 구동모터 없이 기존 가솔린차의 시동발전기를 교체하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만으로 15% 내외의 효율 상승 및 배출가스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완성차 제조사가 48V 하이브리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탄소제로 가속화에 따라 디젤 시장이 급속히 퇴화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인프라와 비용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아 당장의 탄소 절감 기준에 대응하기 어려워 48V 하이브리드를 가교 역할로 세우는 셈이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보다 적은 디젤차의 판매 감소는 반대로 지구 온난화 문제를 야기하는데 48V 시스템은 디젤차와 비슷한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이탈리아의 대표 고성능차 브랜드인 마세라티도 이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최근 기블리에 디젤 대신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출시한 것.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전동화 시대를 향한 마세라티의 첫 차종으로, 기존의 유려한 외관과 특유의 성능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가미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변화를 주기 위한 방법으로 테일 램프에 3200 GT와 알피에리 콘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은 부메랑 모양의 LED 라이트 클러스터를 추가했다. 가장자리는 블랙, 중앙에는 레드, 하단 섹션은 투명하게 구성되며, 세 가지 색상의 렌즈로 유닛을 구성했다. 더불어 친환경의 상징인 블루 컬러를 차량 곳곳에 적용했다. 측면에 나란히 위치한 마세라티의 시그니처 에어 벤트와 C 필러의 세타 로고에 파란색을 기본 적용하고,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의 파란색 적용은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실내 역시 블루 스티치가 눈길을 끈다. 세 가지 시트 선택 품목(블랙 가죽 시트, 프리미엄 가죽 시트, 피에노 피오레)을 마련하고 블루 스티치를 적용했다. 시트와 암레스트, 도어 패널, 대시보드 등 시선을 사로잡는 곳곳에 파란색 디테일도 추가했다. 기능적으로는 MIA(마세라티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포함했다. 새롭게 추가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 화면 조절이나 아이콘 배열 등의 개인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MIA 시스템의 HD 스크린은 4:3 비율의 8"4에서 16:10의 비율인 10"1까지 확대되었으며, 모던한 감각을 위해 가장자리 베젤을 거의 없앴다.
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2.0ℓ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m의 힘을 발휘하며, 최고속도는 255㎞/h,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약 5.7초다. 기존 V6 가솔린 및 디젤 모델과 견줘도 비슷한 수준의 성능이다. 특히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감속과 제동 과정에서 에너지를 다시 회수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를 통해 퍼포먼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향상된 효율을 구현했다. 복합효율은 8.9㎞/ℓ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솔린 대비 22%, 디젤 대비 5% 감소했다.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차량 무게 배분에서도 개선됐다. 6기통 엔진을 장착한 동급의 차량과는 다르게 엔진을 차체의 전면에, 48V 배터리를 후면에 장착해 차체 중량 배분의 밸런스를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더욱 민첩하고 즐거움이 배가된 드라이빙이 가능해졌다. 하이브리드이지만 마세라티의 시그니처 배기음은 그대로 담았다. 앰프없이도 배기가스 흡입관의 유체역학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공명기를 활용하여 브랜드 특유의 포효 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FMK 관계자는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22%까지 줄여 보다 친환경적인 고성능차를 실현했다"며 "마세라티가 추구하는 전동화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