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풀 사이즈 SUV의 정석, 링컨 네비게이터

입력 2021년08월25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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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크기로 존재감 과시하는 대형 SUV
 -안락한 공간과 섬세한 기능 구현 인상적

 네비게이터는 링컨을 대표하는 풀사이즈 SUV다. 1998년 처음 등장해 미국산 고급 대형 SUV 세그먼트를 개척했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 후발주자의 발판을 마련해 시장을 키웠다. 1세대는 포드 익스페디션과 뼈대 및 부품을 대거 공유했다. 또 8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얹어 소비자들에게 강한 첫인상을 안겨줬다. 2002년 선보인 2세대는 한층 커진 차체와 선 굵은 디자인, 고급 소재를 가득 둘러 차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실제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으며 차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계기가 됐다.

 2006년 출시한 3세대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라이벌을 위협했다. 거대한 램프와 휠, 수직으로 떨어지는 트렁크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링컨 패밀리-룩을 적용해 맏형의 역할을 드러냈다. 또 에코부스트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등 시대 흐름에 맞춘 효율적인 차로 거듭났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4세대 네비게이터가 등장했다. 2016년 뉴욕 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의 요소를 상당수 이어받은 모습이 특징이며 신기술을 적용 범위를 늘려 미국 럭셔리 SUV 영역을 재정립했다. 여기에 큰 차 선호하는 요즘 추세와 맞물려 보다 공격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차를 마주했다.

 겉모습은 압도적이다. 실제 네비게이터는 길이 5,335㎜, 너비와 높이는 각각 2,075㎜, 1,940㎜로 대형 SUV 중에서도 거대한 몸집을 보여준다. 외관을 구성하는 부품들도 큼직하다. 단정한 헤드램프는 공책을 펼친 사이즈보다 크다. 두 줄의 주간주행등과 야구공 크기의 라이트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네모 반듯한 그릴은 화려하다. 링컨 로고를 형상화한 패턴과 은은한 조명을 추가한 엠블럼, 주변에 두른 크롬까지 단번에 고급차임을 알 수 있다. 범퍼는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굴곡을 주거나 별다른 기교도 부리지 않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한 모습이다.

 옆은 높은 차체와 지상고를 바탕으로 선 굵은 캐릭터 라인을 통해 존재를 강조한다. 특히 3열까지 뻗어있는 사각 유리창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올 정도다. 펜더에 붙은 네비게이터 레터링과 살이 촘촘한 22인치 휠, 차체 컬러와 통일한 전동식 스탭게이트 등은 오너의 자부심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뒤는 네비게이터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 부분이다. 가로로 길게 연결된 테일램프는 요즘 차들과 비교해도 선이 굵고 사다리꼴 모양의 뒷 유리창은 별도로 열 수 있다. 중앙에 붙은 링컨 레터링은 생각보다 얇고 차가 워낙 커서 번호판이 작아 보이는 느낌도 든다. 

 실내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다. 체리 컬러의 우드와 직선을 강조한 레이아웃 덕분이다. 특히 버튼과 각 패널이 맞물리는 곳에 두른 크롬은 사치스러운 감각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링컨만의 지능화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흠 잡을 곳이 없다. 최신의 아틀란 내비게이션도 훨씬 다루기 편하며 연동성이 뛰어나 만족스러웠다. 

 반면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다소 아쉽다. 와이드 스크린이 아니고 돌출형이라서 다소 올드한 느낌이 든다. 스티어링 휠 버튼도 마찬가지다. 직경에 비해 가짓수가 많고 크기가 작아서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은은한 조명으로 무장한 한 체급 아래의 에비에이터 스티어링 휠이 그리워진다.

 센터 터널 위에는 피아노 건반 형태의 전자식 변속 버튼이 있고 플로팅 타입으로 살짝 띄워놓은 공조장치가 조화를 이룬다. 이와 함께 양쪽으로 활짝 열리는 컵홀더 및 수납공간을 비롯해 운전 모드를 바꿀 수 있는 조그 다이얼, 주차브레이크 버튼 등이 깔끔하게 위치해 있다. 마치 잘 짜맞춘 가구를 보는 것처럼 정교하다. 

 고급차를 상징하는 편의기능도 가득하다. 액티브 모션 마사지와 열선, 통풍 기능이 포함된 프리미엄 가죽 시트뿐 아니라 퍼펙트 포지션 시트를 적용했다. 수 십 가지 경우의 수를 제공하며 내 몸에 최적화된 자세를 만들어 준다. 버튼 하나로 페달 위치를 조절할 수 있고 20개 스피커를 포함한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 파노라마 비스타 루프, 시그니처 라이팅, 웰컴 매트 조명은 덤이다.

 3.1m가 넘는 휠베이스의 장점은 2열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어떤 자세를 취하든지 광활하며 여유로운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시승차는 독립시트로 구성됐으며 가운데에는 별도 트레이로 꾸몄다. 공조장치, 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액정창, 컵홀더, 수납함이 위치해 있다. 또 10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편의 기능도 즐길 수 있다. 다만 터치가 지원되지 않아서 조작이 어렵다는 점은 옥의 티다. 

 3열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필러 안쪽에 붙은 버튼을 누르면 2열이 반자동 형태로 접히며 공간을 확보하기 때문이다(물론 해당 2열은 반으로 접거나 등받이 각도를 뒤로 눕힐 수도 있고 앞뒤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벤치 시트로 구성한 3열은 안락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보여준다. 

 허벅지와 무릎이 꺾이는 각도를 비롯해 앉는 자세에서도 불편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시트는 전자식 리클라이닝 기능도 제공한다. 이 외에 양쪽에는 깊은 컵홀더와 수납함, USB 포트를 넉넉히 준비해 쾌적한 이동을 보장한다. 무늬만 3열이 아닌 온전히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트렁크는 기본 520ℓ를 제공하며 시트를 모두 접으면 2,20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풀플렛을 제공하며 버튼만 누르면 접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

 동력계는 V6 3.5ℓ 엔진과 10단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457마력과 최대 71㎏•m의 힘을 발휘한다. 시동을 켜면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내며 등장을 알린다. 이후 가속 페달 반응은 생각보다 차분하다. 높은 출력과 토크 숫자를 잊을 정도로 다루기 쉽고 매끈하게 앞으로 나간다. 

 대배기량 엔진을 바탕으로 플래그십 대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면모를 경험할 수 있다. 넉넉한 힘은 언제든지 강하게 치고 나갈 수 있게 준비하며 과정은 매끄럽고 경쾌하게 이뤄진다. 고속 영역으로 갈 수록 만족은 더 커지는데 미국 도로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우렁차게 질주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가 살짝 올라가며 한 층 커진 소리로 흥분을 부추긴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깊게 숨을 몰아 쉬며 앞으로 질주하는데 머슬카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연출된다. 기본적인 배기량도 넘치는데 터보까지 붙인 결과다. 넘치는 힘으로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짜릿하고 스릴 넘친다. 고성능 스포츠카나 핫해치와는 다른 즐거움이다. 

 반면 핸들링이나 코너링, 차의 움직임 등은 크기에서 오는 한계가 명확하다. 몸집과 무게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강력한 엔진 성능만 믿고 대책 없이 질주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는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신중하고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10단 자동변속기는 무난하다. 뒤쪽으로 갈수록 항속기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다 할 특징이 떨어진다. 단수를 오르내리는 순간도 여유롭고 차분하게 반응할 뿐이다. 10단계까지 다단화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물론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단점으로 꼬집을 수는 없지만 훌륭한 엔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기분이라 살짝 아쉬운 건 사실이다. 

 승차감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먼저 프레임바디가 주는 특유의 충격 흡수가 안락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기에 에비에이터에서 무척 만족스러웠던 에어서스펜션도 탑재돼 있지 않아서 더욱 아쉬움을 키웠다. 요철이나 낮은 속도에서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도 라던지 불규칙한 형태의 B급 도로를 일정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엉덩이 끝으로 전달하는 감각이 좋은 건 아니다. 플래그십 대형 SUV임을 고려하면 향후 개선이 필요할 듯하다.

 전체적으로 차는 탄탄한 주행 완성도보다는 안락함 승차감에 몸을 맡기고 여유로운 주행을 이어나갈 때 장점이 돋보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 유지 시스템, 액티브 브레이킹이 포함된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이 장거리 크루징에 도움을 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토 하이빔 헤드 램프, 360도 카메라, 수준 높은 주차 보조 시스템도 큰 차를 운전할 때의 부담감을 크게 줄여준다.

 네비게이터는 미국 프리미엄을 몸소 경험할 수 있는 대형 SUV로 커다란 차체와 넓은 공간에서 오는 만족이 상당한 차다. 링컨의 최신 기술로 감싼 편의 및 안전품목을 바탕으로 클래식한 감각을 앞세워 소비층의 요구도 명확히 관통한다. 넘치는 힘을 가지고 시원스러운 가속감을 제공하며 안정적인 자세로 길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형 SUV의 본질을 경험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네비게이터는 리저브 단일 트림에 7인승(2열 캡틴 시트) 또는 8인승(2열 벤치 시트)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1억1,840만원(개별소비세 3.5% 적용)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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