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내가 더 잘 나가, 기아 EV6 GT-라인

입력 2021년08월27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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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디자인, 고성능·고효율 집약

 전동화로 향하는 완성차 회사에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동력계의 원활한 배치와 넓은 실내 공간, 달리는 전력 저장 공간으로써의 가치를 담기엔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의 한계가 명확해서다. 기아가 내놓은 EV6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통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아의 면모를 보여주려 한다. 기아차가 아닌 새로운 기아, 그저 그런 전기차가 아닌 진짜 전기차를 말이다.



 ▲파격적인 내·외관, 기능은 무난
 EV6의 디자인은 모든 것이 낯설고 파격적이다. 곳곳을 훑어봐도 뻔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 기아는 이런 새 디자인 정체성을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라고 명명했다.

 외관 전면부는 새의 깃털이 퍼져 나가는 듯한 LED 헤드램프가 존재감을 강조한다. 가로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는 그릴을 모사한 패널을 이어 붙여 호랑이코 그릴의 흔적을 나타낸다. 기아의 새 로고를 붙인 후드는 펜더 일부까지 덮는 클램쉘 타입이다. 헤드램프에서 시작한 라인과 펜더에서 끌어온 볼륨 덕분에 힘이 느껴진다. 범퍼는 흡기구 형태를 조잡하게 꾸며 놨다. 그럼에도 막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비례의 균형을 잃지 않아서다.



 측면은 날렵한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가득 담았다. 특히 앞 범퍼 끝부터 B필러까지만 놓고 보면 미드십 쿠페가 떠오르기도 한다. 긴 휠베이스와 20인치 알로이 휠, 짧은 루프 라인, 그리고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리어 펜더의 볼륨감 역시 스포츠카의 그것과 비슷하다. 많이 누운 윈드쉴드와 지붕이 떠있는 듯한 디자인,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히든 도어 핸들도 EV6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구석이다.



 후면부는 전면과 마찬가지로 램프에 눈길이 가장 먼저 간다. 테일램프는 리어 범퍼와 리어 펜더의 경계를 만드는 파팅라인을 따라 트렁크 리드로 솟아 오른 모습이다. 그래서 립 스포일러의 역할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부채꼴 모양의 LED를 심어 전기차의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테일램프 아래에는 크롬 가니쉬를 둘렀다. 크롬 가니쉬는 테일램프와 만나는 양쪽 끝부분에 마름모꼴 패턴과 방향지시등을 적용했다. 충전구는 테일램프 아래 우측에 심었다. 해치 도어 상단의 스포일러는 C필러의 일부까지 덮어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양쪽 끝에는 작은 램프를 달아 차의 실루엣을 비춘다. 범퍼에는 검정색의 고광택 패널을 덧대 역동성을 암시한다. 차체 크기(GT-라인 기준)는 길이 4,695㎜, 너비 1,890㎜, 높이 1,550㎜, 휠베이스 2,900㎜다.




 실내는 첨단 품목으로 가득하다. 특히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용 터치스크린을 묶은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두드러진다. 정면으로 볼 때엔 거의 평면이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조수석 쪽에서 비스듬히 볼 때엔 완만한 곡면이 인상적이다. 계기판 너머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증강현실을 지원한다. 기존 품목보다 더 다양한 그래픽을 효과적으로 나타내 굳이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2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잡기 편하게 설계해 손에서 놓칠 일이 없다. 센터페시아 하단은 현대기아차 특유의 사용자 환경을 반영했다. 다이얼과 터치 방식을 고루 활용했고 그래픽 전환을 통해 에어컨, AVN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센터 콘솔은 센터 터널이 비어 있는 덕분에 붕 떠있는 보드를 떠올린다. 게다가 고광택 패널과 알루미늄 효과를 낸 패널로 마감해 미래적인 분위기다. 터치 방식으로 통풍 및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수 있으며 운전자를 바라보는 듯한 시동 전원 버튼도 여기에 배치했다. 기어 조작은 큼지막한 다이얼로 가능하다. 선루프는 지붕 강성 확보를 위해 앞좌석 부분만 덮었다. 편의품목은 음질을 강조한 메리디안 14스피커 음향 시스템과 앰비언트 라이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을 챙겼다.


 많은 전력을 담을 수 있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는 차를 움직이는 데에만 쓰기 아깝다. 그래서 준비한 기능이 V2L(Vehicle to Load)이다. EV6는 3,600W까지 쓸 수 있는 V2L을 채택해 차의 전력을 각종 전자기기를 쓰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 실내 콘센트는 뒷좌석 중간 아래에 배치했다.


 실내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역시 공간이다. 앞좌석 센터터널 자리에는 보스턴백 하나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만한 여유가 생겼다. 뒷좌석은 평평한 바닥과 널찍한 레그룸이 대형 세단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운행 중 탄소 배출이 없는 만큼 소재엔 친환경성을 담았다. 바닥 매트는 폐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소재를 썼으며 시트의 가죽은 식물성 씨앗 추출물로 염색했다. 이밖에 일반적인 플라스틱과 스웨이드도 활용했다. 

 뒷 유리가 누운 패스트백 스타일은 적재공간의 손해를 부르기 마련이다. 패스트백인 EV6도 피할 수 없다. 적재공간은 520ℓ로 6:4비율로 나뉜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30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실내 높이가 여유있진 않지만 차박이 가능한 수준이다. 후드 내부에도 20ℓ의 크기(4WD 기준, 2WD는 52ℓ)의 프론트 트렁크를 준비했다.







 ▲고성능·고효율의 두 마리 토끼 잡아
 시승차는 4WD 롱레인지 GT-라인이다. 동력계는 여느 전기차의 4WD와 마찬가지로 2개의 전기 모터를 각각 앞·뒤 바퀴 축에 장착한 구조다. 두 모터는 최고출력 239㎾(325마력), 최대토크 61.7㎏·m를 발휘한다. 가속은 말 그대로 시원스럽다. 스포츠카 못지않은 동력이 네 바퀴에 고루 전달되는 만큼 강하고 안정적이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등을 지원한다. 승차감은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동력 성능이 높은 만큼 주행모드 간의 가속력 차이는 큰 편이다. 주행 감각은 딱딱한 하체 설정 속에서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과거 전기차의 가벼운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향성도 준수해 역동적인 생김새에 걸맞은 달리기를 선사한다. 회생 제동은 패들 시프트로 4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가속 페달제어만으로도 가감속이 가능한 i-페달 모드도 제공하지만 이 모드를 사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크기는 77.4㎾h다. 인증 받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03㎞이며 에너지 효율은 4.6㎞/㎾h(도심 5.1㎞/㎾h, 고속 4.0㎞/㎾h)다. 특히 효율은 시승하는 동안에도 비슷한 수치가 표시됐다. 가감속을 자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상적인 주행엔 더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고속 충전은 800V까지 지원해 18분 만에 배터리 잔량을 10%에서 80%까지 만들 수 있다.


 ▲일상 속 스포츠카를 꿈꾸다
 전기차는 이제 도로 가운데에서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EV6는 기아 전동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금석의 역할을 맡게 됐다. 그리고 그 가치는 날렵한 크로스오버 차체와 스포츠카의 성능으로 구현됐다.

 때문에 형제차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의 차이도 명확하게 보인다. 아이오닉5가 과거 포니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갖추고 거주성을 높여 전통적인 자동차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면 EV6는 새로운 디자인과 조금 더 높은 성능·효율로 자동차로서의 매력을 더 강조한 분위기다. 그래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흔히 멋진 디자인과 높은 성능, 괜찮은 가격대 가치를 갖춘 차를 "과학"이라고 일컫듯, EV6도 전기차 부문의 과학이 될 것 같은 가벼운 기우다.

 EV6 롱레인지 4WD GT-라인 가격은 5,680만원(개소세 인하 기준).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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