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는 2.5ℓ 주력, 큰 배기량에선 K8이 앞서
현대차와 기아가 경쟁 관계인 그랜저와 K8의 배기량 차별 전략을 놓고 미묘한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둘 모두 주력은 2.5ℓ 휘발유 엔진이지만 배기량과 연료에 따라 차종별 판매 비중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다.
3일 기아에 따르면 올해 1~7월 K8은 2만1,633대가 판매됐다. 지난 4월부터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8월에도 3,170대가 출고되며 선방했다. 이미 출고된 K8 가운데 주력 배기량은 2.5ℓ로 집계됐다. 7월까지 판매된 2만1,633대 가운데 45.8%인 9,918대가 2.5ℓ다. 다음으로 1.6ℓ HEV의 비중도 30%에 가까운 6,481대에 달했다. 반면 3.5ℓ는 5,234대에 그쳤지만 절반 가량인 2,574대는 LPG 엔진이다. 한 마디로 휘발유는 2.5ℓ, LPG는 3.5ℓ가 주력인 셈이다.
현대차 그랜저도 주력 배기량은 2.5ℓ다. 7월까지 2만8,507대가 판매돼 절반 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HEV에는 2.4ℓ 엔진이 탑재됐고 비중은 27%다. HEV만 놓고 보면 K8 HEV의 30%에 살짝 못 미친는 셈이다. 반면 3.0ℓ LPG 엔진은 K8 3.5ℓ LPG와 비교할 때 그랜저 LPG 판매 비중이 14.9%로 조금 높다. 하지만 그랜저 3.3ℓ와 K8 3.5ℓ의 판매 비중만 보면 K8의 비중이 12.3%로 9.1%인 그랜저 3.3ℓ보다 높다. 쉽게 보면 가장 큰 배기량 경쟁에선 K8이 앞서고 그랜저는 주력 2.5ℓ 차종을 소비자가 많이 찾는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두 차종의 배기량 차이다. 적게는 0.2ℓ에서 많게는 0.5ℓ의 차이지만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의미는 전혀 다른 탓이다. 그룹 내에선 배기량 충돌을 최소화해 소비자 이탈을 최대한 방지하는 그물 효과를 노리지만 이를 바라보는 양사는 해석의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기아는 최대 배기량 판매 비중이 그랜저보다 많다는 점을 지목, K8이 그랜저보다 한 단계 상위 차종으로 인식됐음을 주목하는 반면 현대차는 동일 배기량인 2.5ℓ 경쟁에서 그랜저 비중이 많다는 점에 안도하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기아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K8의 출고 적체가 해소될수록 3.5ℓ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랜저는 2.5ℓ, K8은 3.5ℓ의 구도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그랜저 대비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서 보면 그랜저와 K8은 최대한 겹치지 않되 수입차로 넘어가는 수요는 함께 방어하는 역할"이라며 "특히 K8 하이브리드의 배기량을 1.6ℓ까지 내리고 최대 배기량을 3.5ℓ까지 넓힌 것은 그랜저를 의식해 나온 결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