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품격 갖춘 SUV,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입력 2021년09월10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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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감 강조한 레인지로버 중형 SUV
 -경쾌한 주행감각 및 안락한 승차감 인상적

 레인지로버 벨라는 랜드로버 라인업 중에서 가장 역사가 짧다. 빠르게 커지고 있는 중형 SUV 시장을 대응하기 위해 2017년 등장했다. 후발주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벨라는 랜드로버가 보여줄 수 있는 무기를 가득 탑재해 라이벌과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독보적인 오프로드 성능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해 특별한 차를 원하는 소비자를 공략 중이다. 더욱이 21년형으로 바뀌면서 몇 가지 편의 및 안전 품목을 추가하고 탄탄한 상품성까지 갖췄다. 벨라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키를 건네 받아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스타일
 벨라의 디자인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볼수록 사람을 매료시킨다. 실제로 출시 다음해인 2018년 월드 카 어워드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잘생긴 외모를 인정받은 바 있다. 최적화된 비율과 부드러운 실루엣이 특징이며 플로팅 루프와 클램쉘 타입의 보닛 그리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웨이스트 라인은 벨라만의 균형미를 극대화한다. 

 세부 요소는 한 체급 위인 레인지로버 시리즈와 맥을 같이한다. 눈꼬리가 찢어진 사각 헤드램프와 물결 모양의 그릴 패턴, 보닛에 붙은 레터링이 대표적이다. 범퍼 아래에는 핀 모양의 에어브리더와 거대한 전방 공기흡입구가 인상적이다. 전방 카메라 및 각종 센서는 안쪽에 잘 숨겨져 있어 깔끔한 모습이다. 

 옆은 굵은 캐릭터라인과 곧게 뻗은 지붕선 덕분에 한눈에 봐도 늘씬해 보인다. 이와 함께 로즈 골드 컬러로 장식한 펜더와 에어로 다이내믹을 고려한 히든도어, 아래쪽 두른 유광블랙 라인도 멋을 더한다. 또 살이 얇은 21인치 휠은 그레이 컬러로 칠해 도심형 SUV 감각을 키웠다. 

 뒤는 두 개의 사각 테일램프와 턴 시그널 타입 점등 방식을 넣어 단정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반면 범퍼는 살짝 아쉽다. 안쪽으로 말아 넣는 디자인으로 차가 좁아보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각 배기구와 디퓨저 역시 간격이 짧아 옹기종기 모여있는 기분이다. 

 실내는 랜드로버만의 고급스러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아낌없이 두른 가죽의 양과 정교한 스티치,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의 마감 퀄리티를 보면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피아노 블랙과 금속 장식을 두른 형태도 만족스럽다. 꼭 필요한 곳에 포인트로 넣어 프리미엄 정체성을 높인다. 그 결과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머물고 싶을 정도로 안락함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이 외에 운전자를 배려한 최첨단 기술도 놓치지 않고 챙겼다. 벨라에는 브랜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피비 프로를 신규 탑재했다.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와 유사해 사용자 편의성이 높고 주요 기능들을 더 단순화시켜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피비 프로는 두 개의 LTE 모뎀이 포함된 최신 내장형 듀얼 심 기술을 활용해 어떠한 성능 저하 없이 빠른 반응과 동시 기능을 수행한다. 또 내비게이션은 T맵 내비게이션이 기본 적용돼 별도 스마트 폰 연결 없이 익숙한 조작이 가능하다.

 위 아래로 나뉜 센터페시아 화면은 인포테인먼트와 공조장치, 주행에 도움을 주는 영역 구분이 확실하다. 깔끔하고 시인성 좋은 그래픽을 제공하며 터치감도 기대 이상이다. 이 외에 2021년형으로 오면서 몇 가지 바뀐 부분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큼직해진 아이콘과 간결한 조작으로 한결 다루기 쉽다. 이와 함께 기존 로터리 방식의 기어 레버가 직관적 사용이 가능한 토글 방식으로 바뀌었다. 

 주요 편의 품목으로는 통풍시트와 파노라마 썬루프, 18개의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 3D 서라운드 카메라 및 도강 수심 감지 기능이 장착돼 더 쾌적한 운행을 지원한다. 이오나이저 기능과 PM 2.5 필터가 적용된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도 실내 환경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SOTA 기능이 탑재돼 서비스 센터 방문 없이도 언제나 최신 상태의 소프트웨어로 차 업데이트가 가능한 점도 좋다.

 2열은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무난한 공간을 가졌다. 다만 발을 놓는 부분이 살짝 올라와 있고 가운데 턱이 높아 성인 3명이 장거리 이동을 하기에는 힘들 듯하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송풍구와 열선시트, USB 충전 포트, 팔걸이 겸용 컵홀더 등 필요한 구성품만 알뜰히 챙겼다. 시트는 면적이 넓고 두툼해 착좌감이 좋다. 여기에 버튼 하나만 누르면 등받이 각도도 조절이 가능하다. 트렁크는 네모 반듯한 공간을 바탕으로 2열까지 접으면 평평한 공간이 나와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성능 
 21년형 벨라는 오로지 가솔린만 운영한다. 크게는 엔트리 트림인 P250은 직렬 4기통 2.0ℓ 인제니움 엔진을 사용한다. 여기에 싱글터보를 얹어 최고 249마력, 최대 37.2㎏∙m의 성능을 낸다. 시승차인 P400은 직렬 6기통 3.0ℓ 트윈터보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5.5초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250㎞/h에 달한다. 

 초기 가속 반응은 매끈하다. 생각보다 예민하게 튀어나가지 않고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400마력이라는 숫자를 보고 미리 겁 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고요하면서도 도로 흐름에 맞춰서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도로 위 주변 상황과는 상관없이 일정한 정숙성과 상쾌한 감각을 탑승자에게 전달한다. 힘은 언제나 넘치며 조금만 스로틀을 열면 강하게 치고 나가기 때문에 답답한 구석이 없다.

 여기에는 서스펜션의 역할도 한 몫했다. 기본적인 4코너 에어서스펜션의 역할이 탁월하다. 굴곡을 의연하게 거르면서 세단 못지않은 우수한 승차감을 전달한다. 합을 맞추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는 스포츠 주행에서 빛을 낸다. 

 차체의 움직임을 초당 500회 감지해 주행 안정성을 높이고 정교한 핸들링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랜드로버 특허 기술인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상의 접지력을 유지해주는 지능형 토크-온 디맨드 전륜구동(AWD)까지 조화를 이뤄 탁월한 주행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새로 추가된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기술은 살짝 아쉽다. MHEV 시스템은 감속 시 수집된 전기 에너지를 48V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벨트 일체형 스타터 모터를 통해 엔진 구동을 보조하는데 사용한다. 이와 더불어 연속 가변 밸브를 적용해 공기 흐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배기가스 배출을 줄인다. 

 쉽게 말해 부드러운 주행감에 힘을 더하고 효율까지 챙긴 알찬 기능이다. 하지만 라이벌의 MHEV와 비교하면 감속 시 발생하는 이질감이 다소 큰 편이다. 완전히 차를 멈추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정체 구간에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 향후 소프트웨어 조정 등을 거쳐 다듬어주면 좋을 듯하다.

 이 외에 안전 기능은 흠잡을 데가 없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작동 범위도 광범위하며 차간 거리는 물론 차선 이탈 방지와 스티어링 휠을 온전히 잡아주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예측 불가능한 위험 상황으로부터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각 기능들은 실시간 유기적으로 작동해 안전을 보장하며 운전 피로도를 줄여줬다. 차가 가진 이미지에 걸맞은 배려 넘치는 기술의 향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총평
 레인지로버 벨라는 브랜드 라인업 중 가장 막내로 들어왔지만 고귀한 혈통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자라서 시작부터 남다른 차라고 말할 수 있다. 랜드로버의 최신 전장 기술을 아낌없이 넣었고 특유의 고급진 감각을 앞세워 고급 중형 SUV의 가치를 높인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첫 인상을 사로잡고 정교한 마감과 섬세한 마무리로 이뤄진 실내에 앉아 있으면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여기에 6기통 엔진이 주는 시원스러운 감각과 안락한 승차감까지 누리고 있을 때면 벨라에 대한 호감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SUV 세그먼트가 주는 장점을 누리면서 영국식 프리미엄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벨라는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레인지로버 벨라 2021년형은 총 세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개소세 인하분 적용,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가 포함된 판매 가격은 P250 R-다이내믹 SE 9,520만 원, P400 R-다이내믹 SE 1억920만 원, P400 R-다이내믹 HSE 1억1,46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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