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점잖게 빠르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

입력 2021년09월19일 00시00분 오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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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형과는 다른 느낌의 한국형 스포츠세단
 -도심 운전에서 빛을 발휘하는 후륜조향

 2015년 고급차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지난해부터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하는 등 안정적으로 안착한 모양새다. 특히 급성장하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국산 브랜드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오히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와 달리 가격 할인이 없고 법인 및 기업용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진정한 부자의 차"라는 평가도 나온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은 제네시스는 자연스럽게 스포츠 세단으로 영역을 넓혔다. 편하고 고급스러운 비즈니스 세단을 넘어 성능과 재미까지 추구한 스포츠 세단으로 능력치를 확장한다는 계산이다.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제네시스 G80 스포츠(이하 G80 스포츠)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G80 스포츠는 이름에 걸맞게 내·외장 구성이 탄탄하다. 일반 G80에 비해 스포츠 트림의 성격을 살리기 위한 디테일에 열을 올렸다. 비록 N브랜드처럼 극단적인 고성능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미 고성능을 위한 디테일은 충분하다. 전면부는 제네시스의 상징인 하이테크 슬림 쿼드 램프만 일반모델과 동일하게 사용했다. 다크 유광 크롬의 G-Matrix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하단부의 디자인은 스포츠의 단어가 쑥스럽지 않게 살렸다. 상당히 공격적인 자세다. 측면은 5스포크의 20인치 스포츠 전용휠을 장착하고, 전륜에는 레드도장 모노블럭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를 넣었다. 

 유럽산 세단의 스포츠 버전들은 측면 사이드 스커트 형상 처리에 스포티함을 가미하는 부분이 있으나 G80 스포츠의 경우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이 일반 G80과 같다. 후면부에서는 전면부와 같은 다크 크롬의 리드 몰딩에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해 뒷범퍼 하단부와 모서리부에 변화를 줬다. G80 디자인 자체가 패스트백 스타일의 형상이라 일반 트림보다는 오히려 스포츠 트림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전면부에서 후면부까지 이어지는 라인들은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충분히 표현한다. 전면과 전체도어는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사용하고, 전·후면과 전체도어에는 자외선차단 유리를 적용했다. 아웃사이드 미러는 제네시스 로고 패턴이 들어간 퍼들 램프가 적용되지만 ECM 기능은 제외됐다. 터치타입 아웃사이드 도어핸들도 1열에만 적용했다. 

 실내는 고급감을 최대한 살렸다. 운전석에 착석하면 아늑한 운전 공간을 제공한다.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프라임 나파 가죽시트와 내장재이다. 최상위 선택 품목이라 시트에는 퀼팅과 파이핑을 적용하고, 프라임 나파 가죽이 센터콘솔 암레스트와 스티어링 휠 혼커버까지 확대 적용했다. 헤드라이닝과 각 필러 트림에는 력셔리 스웨이드 내장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한껏 뽐냈다. 하지만 도어트림과 크래쉬패드에는 인조 가죽 내장재를 사용해 가죽 느낌이 고급스럽지 않고, 데쉬보드 상단 끝부분과 도어패널 상단의 우레탄 재질은 다소 고급감이 떨어진다. 분명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도 좀 더 고급감을 표시하기 위한 위치 선정이 아쉽다. 


 앞좌석은 운전석, 조수석 모두 18방향 에르고 모션 시트가 적용돼 세밀한 조정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쿠션 익스텐션과 볼스터 전동 조절, 스트레칭 모드가 있다는 것은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에게는 희소식이다. 약 1시간정도 운전을 하고 있으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스트레칭 모드는 몸의 움직임을 변하게 하고 긴장된 근육들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뒷좌석은 좌우 분리형 전동 조절 기능이 적용되고, 열선과 통풍시트, 다기능 암레스트까지 추가됐다. 2열 공조장치가 포함되며 측면에는 수동식 선블라인드가, 후면에는 전동식 선블라인드가 뒷좌석 승객을 아늑하게 모신다. 마지막 디테일은 뒷좌석 화장거울과 스마트폰 무선충전, 뒷좌석 듀얼모니터로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프리미엄급 배려를 했고, 뒷좌석 헤드레스트 쿠션은 보너스다. G80 스포츠는 이처럼 패밀리 세단으로 가족 구성원에게, 세미 쇼퍼드리븐으로 탑승객에게 최상의 뒷좌석 편안함을 제공한다. 


 18 스피커의 렉시콘 퀀텀 로직 서라운드 시스템은 음향과 음질의 섬세함이 상당한 수준이며,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을 포함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최상위 차종에 주로 사용하는 렉시콘 퀀텀 로직 서라운드 시스템은 경쟁차종의 사운드 시스템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G80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첫 사용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초기 메인화면에 메뉴가 너무 많아 화면터치로 메뉴선택 시에는 적응시간이 걸린다. 오히려 공조장치 조절부 상단의 단축 버튼으로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터치타입 공조 패널은 LCD창에 모든 정보가 나타난다. 3 zone 구성으로 앞좌석 좌우와 뒷좌석을 독립적으로 조절 가능하며 오토디포그, 외부공기 유입 방지 제어를 포함하고 미세먼지 센서, 엔진룸 프리필터, 고성능 항균 & 콤비 필터가 적용된 공기 청정 시스템이 적용됐다. 차량 운행 시 공조 모드를 오토(Auto)로 유지하면서 운행했을 때 우천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쾌적한 실내를 유지했다. 

 G80 스포츠의 경우 5년·10만㎞ 무상 보증과 3년·6만㎞ 주요 소모품 무상 교환이 적용된다. 3.5ℓ 사양의 경우에는 엔진오일 세트 6회, 에어컨필터 3회, 브레이크 패드(앞) 1회, 와이퍼 블레이드 2회, 브레이크 오일 1회, 홈투홈 서비스 6회다. 3년간 6회면 6개월에 한번씩이나 1만㎞마다 한번씩 교환을 할 수 있다. 주요 소모품 무상 교환도 무상 보증과 함께 5년·10만㎞로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경쟁 수입차의 경우 5년·10만~12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뒤브레이크 패드와 앞/뒤 브레이크 디스크의 경우는 뒷 패드는 6만㎞이상을 운행할 수 있고, 디스크 마모는 6만㎞ 이상의 내구를 보증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3년 6만㎞에 한번도 제공되지 않는다. 브레이크 패드 (앞)만 적용된 것이 다소 아쉽다. 제네시스 정도의 프리미엄급이라면 주요 소모품 무상 교환 부분을 좀 더 신경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능
 G80 스포츠는 3가지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 2.5ℓ, 3.5ℓ의 가솔린 터보와 2.2ℓ의 디젤이다. 시승차는 3.5ℓ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현대파워텍의 8단 자동변속기와 AWD가 적용되고, 최상위 선택사양이라 능동형 후륜 조향(RWS)까지 적용된 트림이다. 3.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 380마력, 최대 54.0㎏∙m의 성능을 발휘한다. 3.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센터 인젝션의 사용으로 연소 속도를 증대시켜 연소 안정성과 연비를 높이고, 인터쿨러 개선을 통해 열을 좀 더 효율적으로 제어하도록 했다.

 차문을 여니 18방향 운전석이 반긴다. 앞좌석 에르고 모션시트는 나의 몸을 최적의 위치로 맞추기에 충분했다. 엔진시동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한국형 스포츠 세단의 엔진음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엔진음이 부드럽고 조용하다. 제네시스 스타일의 정숙함이다. 유럽형, 북미형 스포츠 세단이 존재한다면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한국형 스포츠세단이다. 

 수온계가 정상 온도를 가리키고 주차장을 벗어났다. 운전대를 돌리는 순간 엉덩이 뒤의 느낌이 이상하다. 마치 지게차를 운전하던 느낌이 살짝 났다. 바로 후륜 조향 시스템이다. 필자가 운행하는 차들은 한번에 돌 수 없는 라인을 G80 스포츠는 한번에 돌아나간다. 저속 주행(60㎞/h미만)의 경우라 후륜 바퀴가 전륜 바퀴와 반대방향으로 조향돼 회전반경이 줄어든다. 늘 이용하는 주차장이라 노면이 익숙한데 지하에서 마지막 1층으로 나오는 구간은 손바닥 크기의 돌들로 구성된 바닥이다. 이 구간은 노면 충격이 상당한데, G80 스포츠는 타이어부터 전해오는 노면 충격을 최종 에르고 모션 시트에서 기분 좋은 느낌으로 몸을 강타한다. 그만큼 노면 충격흡수 능력이 뛰어나다. 



 서울 도심을 주행했을 때 연비는 7.5㎞/ℓ가 나왔다. 정체가 심한 도심이나 경쾌한 운전을 한다면 분명 더 낮아지겠지만 일반적인 주행일 경우는 공인연비 부근이 나왔다. 늘 운행하는 출·퇴근길을 아주 편안하게 오갈 수 있다. G80 스포츠의 "조용히 빠르다"를 체감하기에는 충분하다. 엔진음과 배기음은 다르지만 G80 스포츠의 배기음은 상당히 절제된 느낌이다. 현대차의 고성능인 N버전처럼 좀 더 우렁차게 세팅을 할 수도 있었지만 G80 스포츠는 N이 아니다. 조용하게 빠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제네시스다움"이며, 한국형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의 특징이다. 

 아침 출근 약 1시간을 주행하니 에르고 모션 시트가 경직된 몸의 자세를 바꾸라고 토닥거린다. 스트레칭 모드가 활성화돼 시트의 각 공기 주머니가 개별적으로 몸을 자극시킨다. 운전의 피로 감소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고속도로와 고속화 도로에서의 주행감은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네이밍은 비록 G80 스포츠이지만 편안함에 더 가중치를 둔 것 같다. 차량 간격이 여유가 생겨 다소 경쾌하게 차를 몰았다. 조용한(?) 배기음이 스포츠라는 것을 약간 표시하며 차량들 사이로 흘러간다. 일반 운전자의 경우 고속화 도로에서 주행할 시, 규정 속도부근에서 느낄 수 있는 후륜 조향 시스템의 중·고속 선회(전륜과 후륜이 같은 방향으로 조향)의 차이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행안정성과 추종성 향상은 후륜 조향 시스템이 없는 차량에 비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총평
 제네시스가 탄생한 지 13년. 프리미엄 브랜딩 6년. 그 시간동안 제네시스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며 더욱 깊어지고 있다. G80 스포츠 역시 제네시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새로운 시도이며 도전이다. 충분히 괜찮은 디자인과 성능을 갖췄지만 다음장을 채울 때 발전해 있을 모습이 더 기대되는 차종이다. 시승한 G80 스포츠의 가격은 8,990만원이다.

박재용 칼럼니스트(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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