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폭으로 바뀐 디자인 및 구성, 신기술 탑재
-강력한 V8 성능과 부드러운 승차감 특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미국 프리미엄 SUV를 대표하는 자동차 중 하나다. 1998년 등장해 꾸준히 시장을 개척했고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3세대 이후 큰 차체와 선 굵은 디자인이 주목을 끌면서 유명 연예인, 명사들의 차로 사랑 받았고 대중들의 기억에도 강하게 자리잡았다.
그만큼 드림카로서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했고 캐딜락은 본격 플래그십 차종으로 키우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5세대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 차는 세련된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캐딜락이 보유한 첨단 테크놀로지를 집약해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모든 부분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라이벌을 위협하는 신형 에스컬레이드를 직접 만났다.
▲디자인&스타일
에스컬레이드의 첫 인상은 거대하다. 실제로 길이 5,380㎜, 너비와 높이는 각 2,060㎜, 1,945㎜로 풀사이즈 세그먼트에 속한다. 휠베이스도 3m를 훌쩍 넘기며 덩치에 힘을 보탠다. 차를 꾸미는 각 요소들도 무지막지하다. 안 그래도 큰 차를 더 웅장하게 만들 정도다.
먼저 가로형 풀 LED 헤드램프는 날렵한 전면부를 상징한다. 여기에 큼직한 그릴은 캐딜락 로고와 어우러져 멋을 더한다. 세로형 주간주행등 역시 앞범퍼 양 끝쪽에 위치해 차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방향지시등과 통합으로 불을 밝히며 유리 표면을 보는 것처럼 고급스럽게 마감돼 있다.
국내에는 럭셔리와 스포츠 트림으로 나눠 판매 중이다. 시승차인 럭셔리는 가로줄무늬 그릴 주변과 범퍼, 휠 곳곳에 반무광 크롬을 입혀 차분하면서도 화려해 보인다. 반면 스포츠는 매쉬타입 그릴을 비롯해 피아노블랙으로 주변을 감싸 한층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시선을 돌려 옆을 보면 에스컬레이드가 얼마나 큰 차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어깨 높이에 위치한 보닛과 공책 만한 사이드미러, 3열까지 뻗은 면적이 넓은 유리창이 대표적이다. 휠 하우스가 워낙 커서 22인치 휠이 알맞게 보이는 착각도 든다.
섬세한 면모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동식 사이드스탭은 조명까지 넣어 야간에도 쉽게 밟고 올라탈 수 있다. 여기에 얇게 무드등을 넣은 문 손잡이, B필러 부근에 양각으로 세긴 캐딜락 로고, 금속 장식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외관에 신선한 포인트로 다가온다.
뒤는 에스컬레이드의 헤리티지를 계승한 모습이다. 버티컬 타입의 세로형 테일램프만 봐도 알 수 있다. 오프닝 세레머니와 함께 선명하면서도 압도적인 뒤태를 완성한다.수평 크롬이 인상적인 트렁크는 깔끔하다. 와이퍼를 안쪽으로 숨기고 최대한 직선을 강조한 덕분이다. 여기에 사각 배기구와 블랙 투톤으로 마무리한 뒷범퍼는 단정한 모습이다.
실내는 변화폭이 훨씬 크다. 가장 먼저 업계 최초로 탑재한 38인치 OLED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두 겹으로 매칭했고 극강의 선명함을 바탕으로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두께도 얇고 마감 수준도 기대 이상이다.
새롭게 바뀐 인포테인먼트 UI 구성과 각종 기능을 구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만 가지고 하루종일 차 안에서 놀 수 있을 듯하다. 아래쪽에는 수평을 강조한 송풍구와 깔끔한 공조장치 버튼이 마련돼 있다. 각 아이콘을 표시하는 그래픽이 개선됐고 눌렀을 때 감각도 고급스럽다. 대형 SUV답게 센터터널의 너비도 상당하다. 전자식 변속레버와 각종 버튼이 깔끔하게 매립돼 있고 원목으로 짜 맞춘 수납함도 멋있다.
편의품목으로는 36개의 스피커가 포함된 최고급 AKG 사운드 시스템이 있다. 눈에 보이는 다양한 부분에 스피커가 달려 있는데(심지어 헤드레스트에도 있다) 금속 느낌의 커버를 씌워 호화스러운 분위기를 살린다. 이 외에 다양한 각도 조절이 가능한 마사지시트와 다양한 컬러 조합이 가능한 무드등, 후석을 위한 개별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꼼꼼히 넣었다.
소재와 마감 수준이 두 단계 이상 올라갔다. 가죽과 스티치, 코팅 처리된 우드 트림의 조화가 상당하고 단번에 고급차임을 알게 해준다. 섬세한 공법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촉감이 좋고 각 소재의 결도 살아있다. 이와 함께 글러브 박스 및 도어 아래쪽 부분은 따뜻한 패브릭 소재로 감싸 감성 품질을 키운다.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이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마감도 정교하다.
2열은 독립식 시트로 돼 있다.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은 기본이며 버튼을 누르면 3열 탑승을 위한 원활한 더블-폴딩도 지원한다. 개별 모니터의 경우 터치가 지원되며 목적지를 입력해 1열로 전송할 수도 있다.
별도 마련된 USB 및 HDMI 포트와 연결하면 곧바로 영상 시청도 가능하다. 여기에 전용 송풍구와 공조장치, 컵홀더, 깊은 수납함은 장거리 이동에 최적화 된 모습이다. 햇빛가리개가 없다는 게 다소 아쉽지만 뒤쪽까지 넓게 뻗어있는 파노라마 썬루프로 위안을 삼는다.
기대를 모았던 3열의 경우 쓰임새가 좋다. 시트 포지션도 이상적이며 공간에서 오는 부족함은 느낄 수 없다. 실제로 섀시의 진화를 통해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이전세대 대비 약 40% 증가한 886㎜의 3열 레그룸을 확보했다. 전용 컵홀더와 USB 충전 포트 등을 마련해 불편을 줄였다. 트렁크는 약 68% 증가한 722ℓ의 기본 트렁크 공간을 제공하며 모든 시트를 폴딩하면 3,000ℓ 넘게 확장된다. 완벽한 평탄화가 가능해 큰 짐을 넣기에 편하고 차박과 같은 레저 활동을 즐기기 위한 용도로도 손색없다.
▲성능
에스컬레이드는 최고 426마력, 최대 63.6kg·m의 토크를 내는 V8 6.2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움직인다. 풀타임 사륜구동이 기본이며 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6.5㎞ 수준이다. 시동을 켜면 굵은 소리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이후 숨을 고른 채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일반적인 투어 모드에서는 가속이 민첩하지 않다. 흐름에 맞춰 여유롭게 속도를 올리고 거대한 차를 부드럽게 이끈다.
고급 세단과 같은 감각에는 서스펜션의 역할이 컸다. 노면을 1/1000초 단위로 스캔해 최고 수준의 응답성을 발휘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흔들림을 최소화 시킨다. 여기에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 독립형 리어 서스펜션이 추가돼 미세한 진동까지 철저하게 잡았고 결국 최상의 승차감으로 다가온다. 프레임바디 차의 단점을 말끔히 지운 노력에 저절로 박수를 보낸다.
차의 숨은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돌렸다. 한층 커진 사운드에서 힘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조금만 스로틀을 열어도 차는 굵은 고함을 지르며 강하게 앞으로 질주했다. 옛 머슬카에서나 들을 법한 엔진음과 배기음이 흥분을 자극한다. 한마디로 미국 감성을 대한민국 도로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흡기답게 지연현상 없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속도로 즉각 반응한다. 매끄럽게 레드존을 향해 바늘을 올리고 이 과정에서 느끼는 속도감은 사뭇 다르다. 높은 시트 포지션과 거대한 덩치를 가진 차임을 감안하면 생소하면서도 짜릿한 스릴로 다가온다.
하지만 강력한 펀치력만 믿고 무리한 속도 경쟁을 하다가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과 합을 맞추는 요소들은 고성능 SUV의 세팅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무난하고 코너링 시 차에 한계점도 쉽게 드러난다.
롤 허용 범위가 넓어 빠르게 굽이 치는 길을 통과하면 휘청거릴 확률이 높다. 제동력은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좋은 실력이지만 달리기에 초점을 맞춘 고출력 SUV들과 비교하면 반 박자 느리다. 그만큼 역동적인 주행에 집중하기보다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크루징이 더 어울리는 차다.
육중한 덩치만큼 무게는 2.8t에 이른다. 라이벌과 비교해 꽤나 묵직한데 경량화 부품을 늘려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인다. 가변 실린더 같은 신기술을 넣어 효율을 높이지만 기본적인 공차 중량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실제로 도심에서는 ℓ당 5㎞대에 머물고 스포츠 모드에서 rpm 범위를 넓히면 ℓ당 3~4㎞대도 보여줬다. 그나마 100ℓ에 가까운 연료통 덕분에 주유소를 자주 다닐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무난하다. 차간 거리나 차선을 올바르게 잡아주는 능력 등은 평균값을 잘 해낸다. 다만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는 장치가 추가된다면 만족은 더 높을 듯하다. 반면 나이트비전이나 AR화면을 통해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보여주는 장면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진보된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동시에 심어준다.
▲총평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미국 프리미엄 SUV의 진수를 보여준다. 도시적인 모습과 디테일을 강조한 각 요소의 합, 큼직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상당히 잘 매듭지은 각 소재의 퀄리티도 훌륭하다. 진보된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넣어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세그먼트 특징을 극대화한 공간 활용은 기본으로 챙겼다.
넉넉한 성능과 상황에 맞춰 차의 성격을 바꾸는 고급진 승차감 등이 어우러져 쾌적한 이동도 보장한다. 여러모로 유럽차와 다른 럭셔리한 감각과 섬세한 감성을 갖고 있다. 성공적인 완전변경 신형이며 에스컬레이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차로 분명하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디자인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스포츠 플래티넘,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두 가지 트림으로 나뉘며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가격은 트림에 상관없이 1억5,35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