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모드별 차이 극명히 나눠
-소비자 선호하는 편의, 안전 품목 추가
미니하면 따라오는 수식어가 있다. 귀여운 외모와 오랜 헤리티지, 오너들이 펼치는 특별한 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주행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나뉜다. 발랄한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호평과 함께 생각보다 딱딱하고 불편하다는 볼멘소리도 종종 들린다. 출력을 높인 쿠퍼 S는 온도차가 더 커진다. 예쁜 얼굴만 보고 차를 산다면 큰 코 다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릴 정도다.
미니 역시 세계적으로 판매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소비자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 고집을 부리기 보다는 매번 피드백을 반영하게 개선을 거듭한 차를 내놓는다. 올 여름 국내 상륙한 부분변경도 그 중 하나다. 고유의 성격을 간직한 채 일부 기능을 추가하고 주행 완성도를 높여 섬세하게 다듬었다. 빠르게 바뀌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미니의 노력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겉모습은 얼핏 보면 기존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꽤 많은 곳을 뜯어 고쳤다. 그릴은 두툼한 육각형 테두리를 적용해 한층 볼륨감을 준다. 멀리서 보면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고 시선을 가까이 두면 제법 볼드한 이미지도 동시에 안겨준다. 또 번호판 주변을 감싸는 중앙 범퍼 스트립은 유광 블랙에서 차체 색상으로 통일했다.
전체적인 통일감은 물론 차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이 외에 양 끝에 동그란 안개등이 있던 자리에는 에어 커튼을 채택해 공력성능을 개선했다. 똘망똘망한 LED 헤드램프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다만 안쪽 재질을 블랙 하이글로스 하우징으로 마감해 선명한 인상을 드러낸다.
5도어답게 옆은 늘씬하다. 일반 쿠퍼와는 다른 느낌이며 2열을 강조한 클럽맨과도 선을 긋는다. 독특한 디자인의 휠과 두툼한 휠 하우스, 돌출형 사이드미러와 주유캡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형으로 오면서 몇 가지 개선된 부분도 보인다.
앞바퀴 뒤 펜더에 붙은 장식은 모양을 살짝 바꾸고 방향지시등을 통합했다. 여기에 쿠퍼 S의 경우 기존 크롬도금으로 마무리 했던 부분을 전부 유광 블랙으로 변경했다. 미니 오너들 사이에서 불리는 크롬 죽이기는 더 이상 필요 없을 듯하다.
뒤는 유니언잭 디자인을 적용한 테일램프를 통해 미니 패밀리 룩을 맞췄다. 여기에 모양을 살짝 다듬은 뒷 범퍼는 브랜드 개성을 부각시킨다. 양 끝을 날카롭게 다듬고 후방 안개등 위치를 가운데로 옮겨 달아 기존 제품과 차별화 했다. 새로운 컬러도 제공한다. 톤 다운을 거친 아일랜드 블루는 중후한 멋을 잘 살리며 프리미엄 소형 브랜드임을 강조한다.
실내는 기능 위주로 개선했다. 먼저 전 트림에 8.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기본 제공한다. 주변을 감싸는 엠비언트 라이트도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마치 도심 속 빌딩이 들쑥날쑥 올라와 있는듯한 모던함을 연출하는데 밋밋했던 기존 테두리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인포테인먼트 UI도 전부 달라졌다. 미니다운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자꾸만 손이 간다. 미니 텔레서비스 및 인텔리전트 이머전시 콜, 리모트 서비스 등 앱을 활용한 디지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무선 애플 카플레이는 연동성이 훌륭하고 작동 과정도 끊김 없이 빠르기 때문에 사용 빈도가 높다.
스티어링 휠 버튼은 보다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오디오, 전화, 음성컨트롤, 주행 보조 기능 작동도 최적화했다. 또 각 트림별 나파 가죽 스티어링 휠, 스티어링 휠 히터 등을 더해 편의성을 높였다. 계기판 역시 아날로그 바늘을 버리고 화면을 제공한다. 다만 풀 디지털은 아니며 그래픽이 뛰어난 편은 아니어서 다소 아쉽다.
이 외에 송풍구와 컵홀더 모양을 바꾸는 정도로 부분변경을 마무리 했다. 원형 다이얼로 꾸민 공조장치 버튼과 각종 토글 버튼, 변속레버 주변 및 도어 패널 디자인 등 나머지 부분은 기존과 같다.
2열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도어 크기도 작고 타고 내리는 입구도 좁다. 또 앉았을 때 무릎과 머리 위 공간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가운데에는 불룩하게 컵홀더까지 있어 성인 3명이 타고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보인다. 차의 크기 자체가 크지 않아서인데 2열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면 클럽맨이나 컨트리맨으로 눈을 돌리는 게 나을듯하다. 트렁크는 아담하다. 대신 밑 부분에 별도 수납공간을 마련해 놓았고 폴딩 기능을 지원해 활용도를 높였다.
쿠퍼 S는 4기통 2.0ℓ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m를 낸다. 이와 함께 7단 스텝트로닉 더블 클러치를 맞물려 0→100㎞/h 가속 시간은 6.7초다. 시동을 걸면 매콤한 소리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이후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경쾌하게 튀어나간다. 빠른 초기 반응을 바탕으로 발진 가속이 훌륭하다. 작은 차체를 앞세워 도로 위에서 누구보다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 과정이 경망스럽거나 불편하지 않다. 여기에는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다. 일반 모드에서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물론 비슷한 체급의 라이벌과 비교해서는 다소 탄탄한 편이지만 적어도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세단을 몰고 있는 것처럼 푹신해졌다. 덕분에 오랜 시간 도심 속에서 운전을 해도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 풍부한 성능을 가지고 여유롭게 속도를 올리며 기분 좋은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미니의 원래 성격을 알아보려면 토글 스위치를 위로 올려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된다. 차는 성격을 180도 바꾸고 상남자 스타일로 변한다. 서스펜션은 딱딱해지고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진다. 여기에 체감상 2배 정도 빨라진 스로틀 반응과 함께 굵직한 사운드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달리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미니는 운전자와 한 몸이 되어 도로 위를 주름잡는다.
차는 도로에 바짝 붙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전달한다. 그 결과 차선변경은 물론 코너에서도 자신감이 넘치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가뿐하게 방향을 틀며 깔끔한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다. 마치 경량 스포츠카를 다루는 느낌인데 실제로 1,300kg에 불과한 가벼운 몸무게와 단단한 하체 세팅이 어우러져 차의 거동을 돋보이게 한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질주하고 코너 진입과 탈출을 매끄럽게 전개한다. 이성적인 판단을 앞세워 진지한 주행 실력을 갖췄고 그 때만큼은 귀여운 외모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깨 발랄 개구장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거친 마성의 매력으로 운전자를 심쿵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런 차의 특성이 오랜 시간 미니 마니아를 양성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반면 운전 재미를 극대화 할수록 희미하게 들리는 사운드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일부러 rpm을 높게 사용하지 않으면 실내에서는 좀처럼 소리를 듣기 힘들다. 카랑카랑한 엔진음은 물론 퍽퍽 터지는 배기음도 마찬가지다. 주행 감성을 높이는 요소로 중요한 만큼 조금만 더 적극적인 사운드가 필요해 보인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놓았다. 일정 속도에서 크루징을 이어나가면서 새로 추가된 주행 보조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참고로 클래식 트림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 하이빔 어시스트, 보행자 경고 및 제동 기능,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를 기본 적용했다.
또 쿠퍼 S 클래식 트림 이상은 정차 후 재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했다. 차간거리 및 속도를 맞추면 알아서 안정적인 주행을 진행한다. 범용으로 사용 중인 BMW그룹의 것을 공유하는 만큼 완성도 높은 실력과 깔끔한 구현으로 피로도를 줄이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미니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친다. 시선을 훔치는 독창적인 외모와 한층 강렬해진 디테일, 프리미엄 소형 브랜드에 어울리는 알찬 실내만 봐도 알 수 있다. 남 부럽지 않은 풍부한 편의 및 안전 품목도 만족을 높이며 감성 품질을 키운 몇몇 요소의 변화도 반갑다. 성능은 구분을 명확히 나눠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
노멀에서는 여유롭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고 스포츠로 바꾸면 역동성을 강조하며 짜릿한 손맛을 전달한다. 보다 다양한 소비층을 겨냥한 흔적이며 성공적인 결과물로 보답한다. 이렇듯 미니와 함께하면 매 순간 즐겁고 유쾌하다.
한편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미니 5도어는 3,410만~4,45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